‘예장고신’과의 합동 논의에 즈음하여_임형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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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고신’과의 합동 논의에 즈음하여

 

< 임형택 목사, 숭신교회 >

 

 

“3대 이념을 교단 정체성으로 받는 교단과 통합 논의해야”

 

 

지난 96회 총회 중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친선사절단이 다녀갔다. 총회 마지막 날에는 서기가 그들이 주고 간 예장고신과 우리 교단과의 합동 제안에 관한 공문을 읽었고, 총회는 이를 접수하여 총회치리협력위원회(위원장 장상래 목사)에 보내기로 가결했다.

 

그에 따라 총회 치리협력위원회는 10월 5일 예장고신과의 ‘합동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권태진 총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했다. 기독교개혁신보의 기사를 읽고 합동이 기정 사실화된 것처럼 보여 이에 의견을 개진코자 한다.

 

교회의 하나 됨을 고려할 때 신학적 동질성을 공유한 교단들이 연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리 여겨진다. 예장고신 교단이 우리 교단에 합동을 제안해 온 것도 그런 점에서 당위성이 있다. 우리 교단도 헌법에 근거하여 그 제안을 접수한 것 역시 정당하다.

 

그러나 두 교단의 합동 추진의 이유가 그것뿐인지는 살펴보아야 한다. 신학적 동질성을 이유로 하는 교세 확장이 두 교단의 합동 추진의 주목적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장고신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교세를 확장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예장고신 신대원을 천안으로 옮긴 것도 그런 목적의 일환이 아니었던가? 교세 확장을 통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지만 우리 교단에도 교세 확장에 깊은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다.

 

개혁신학이라는 동질성은 그분들에게 더 없이 좋은 명분일 것이다. 만일 명분처럼 신학적인 동질성이 유일할 목적이라면 예장고신이나 합신은 왜 예장합동과는 합동을 추진하지 않는가? 왜 예장개혁과는 합동을 추진하지 않는가?

 

교세 확장이 감춰진 속내라면 그것은 위험한 동거가 될 것이다. 그 동거로 얼마나 많은 정치적인 암투와 분쟁을 겪어야 할 것인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80년대 예장합동의 총신과 그 교단에서 겪었던 아픔을 또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는가?

 

본 교단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출발은 예장합동과의 신학적 이질감 때문이 아니었다. 금번에 교단역사편찬위원회에서 출간한 ‘합신 30년’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총신의 도덕적 해이와 그 교단의 지역 간 대립에서 비롯됐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교수들은 교수들대로 그에 대한 의사를 표출한 결과였다. 그래서 우리 교단이나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는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을 이념으로 내 걸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은 우리 교단과 신학교의 정체성이 됐다. 예장고신과 합동했을 때 이런 정신을 유지하고,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 고신 교단이 그들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우리의 이념을 합동된 교단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겠는가?

 

만일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합동을 추진한다면 정치적 야합이 되기 십상이다. 정서적인 교감도 없고, 내면적 동질성이 없는 동거가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이것 역시 합동을 추진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두 교단을 합하는 것만이 유일한 연합이며, 대안이겠는가?

 

양 교단의 신학교 교수와 학생의 교환과, 강단의 교류와 선교사역의 공유나 대사회 사역의 공유를 통해서도 연합할 수 있다. 두 교단의 합동에 비하면 이것은 지극히 작은 일이다. 두 교단의 합동에서 앞서 이와 같은 교류가 선행된다면 정체성의 교류와 공감이 가능해질 것이다. 외적인 합동이전에 내면적인 합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두 교단의 합동을 그때 추진해도 되지 않겠는가?

 

기독교개혁신보에서 보도한 ‘합동추진위원회’ 명칭은 두 교단의 합동이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무조건 합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각 노회의 의견이나 합동에 신중론을 펴거나 반대론을 펴는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이상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합동추진위원회’는 합동을 찬성하는 분들과 다른 뜻을 가진 교회와 목사들과 장로들의 의사에도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교세 확장을 추구하기 이전에 우리 교단의 화평을 항상 우선해야 할 것이며 ‘합동추진위원회’가 이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쌓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