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고백 같은 첫눈 오는 날 유미향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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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고백 같은 첫눈 오는 날

유미향 집사·기쁨교회 

첫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오늘 따라 유
난히 햇살이 따스했고 내 뜨락에는 아직도 탐스러운 소국과 늦은 코스모스가 
지고 있지만 꿀벌들의 느린 몸짓을 여전히 볼 수 있는 가을이 계속되고 있
다. 이렇게 가을빛 여물어 가는 뜨락에 첫눈이 온다는 소식은 믿어지지 않는 
일기예보 같았다.

작년 첫눈이 내릴 때 거리는 온통 축제의 분위기였었다. 뜬금 없이 받는 반가
운 전화도 모두 첫눈 덕분이었고 나 역시 친구에게 통화를 시도했었지만 첫눈
의 감격을 전하는 핸드폰 연결로 통신이 마비되었고 끝내 불통인 채로 지나
가 버린 첫눈 내리던 날의 기억…

그때 아이들도 축제의 물결에 합류하여 학교에서, 거리에서 기쁨으로 누렸
다. 첫 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그냥 바라보는 것도 행복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으로 지나간 기억들이 주는 아련한 그리움의 가치 때문
인 것 같다.
과연, 부
산에 첫눈은 올려는지…

못 믿어지는 단풍빛 웃음을 흘리며 서둘러 중보팀이 기다리는 병원으로 향했
다. 주말 오후 대청동거리는 풀풀 날리는 노오란 은행잎으로 첫눈만큼이나 감
동적이다. 가로수 아래 노란 융단처럼 깔린 잘 어우러진 한 폭의 풍경화는 만
추가 주는 황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해서야 기도 모임을 끝내고 총총히 꽃을 한아름 안고 달려
간 텅빈 예배당에서 고즈넉이 혼자 꽃꽂이를 할 때는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언
제나 서툰 꽃꽂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뎃생할 때 각도를 재듯 오락가락 혹은 
꽂았다 뺐다 하면서 혼자 분주히 손놀림에 집중하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날 때
가 있다. 꽃꽂이를 마친 후 주일 준비기도로 마무리하며 돌아오는 길에서 펑
펑 쏟아져 줄 것을 고대하는 첫눈같은 벅찬 은혜가 한꺼번에 안겨옴을 누린
다.

나의 하나님은 언제나 절묘하신 분이시다. 아무리 은밀하게 일을 해도 우리
의 중심을 아시는 주님께서는 어김없이 찾아오시어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기쁨
과 은혜를 퍼 부어주신다. 

흔히 어머니의 태에서 조성되는 10개월의 시간이 일생이라면 우리가 살고 있

는 세상적인 삶이 이생이란다. 그리고 예정된 천국에서의 생은 영원함의 시간
인 삼생. 이 모든 것이 다 합쳐진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일생이라는 설교 말씀
이 생각난다.

나는 불공평하게 칠삭둥이로 출생을 했으니 보편적으로 누리는 일생의 시간
이 모자란다는 결론이다. 그렇지만 나의 연약함을 늘 체험하는 불편한 삶의 
시간들 덕분에 일찍 장애우들에게 관심이 생겨 여고시절부터 장애인 봉사를 
할 수가 있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의료봉사로 행려병동에서 활동하다 결
국 호스피스봉사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므로 내 삶이 변화됐었다.

이 모든 삶이 주님의 계획 속에 있었음을 체험하기에 단 10개월의 일생과 그 
후 세상을 타고 가는 이생의 삶은 열 배 가까운 시간이며 얼마나 귀하고 소중
한지 모른다. 이후에 다가올 삼생은 실로 시간을 초월한 영생으로 얼마나 확
실한 약속인지 믿기 때문이다.

나는 소망한다. 날마다 첫눈의 감동으로 우리를 찾아오시는 성령의 체험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순간마다, 생명의 벅찬 감동으로 깨어있는 순간마다 다
함 없는 첫사랑의 고백으로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