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속에 담긴 따스한 정 느낄 때” 이강숙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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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속에 담긴 따스한 정 느낄 때”

이강숙 집사·순천제일교회

서울은 가끔씩 집안 행사가 있거나 병원을 찾을 때 올라오곤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나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하고 첫애를 낳을 때까지 생활
을 했으니 고향인 서울은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전부였다. 

지방 생활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은 나는 지금도 순천에서 살면서 아침에 
눈을 떠서 이곳이 서울인 것처럼 착각할 때도 있다. 사실 사는 곳이 순천이라
지만 아파트에서 살기는 거의 똑같은 생활의 연속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
만 주변환경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낯설어하고 여전히 타인처럼 생각하며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십사 년을 순천에서 살면서도 서울에 올라오면 여전히 가슴 설레고 떨리는 것
은 이렇게 고향을 잊지 못하고 그 정서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복잡
하고 공기도 탁한 서울을 뭐가 그리 좋으냐고 하지만 타향살이를 하는 나는 
어깨 부딪히는 거리가 좋고 탁하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듯 
복작거리는 서울
이 좋다. 나의 어린 시절이 있고 나의 청춘이 물들어있는 이곳…

이번 서울행은 금요일 오후로 시작이 되어서 다른 때보다 서울 입성이 늦어졌
다. 시댁식구들이 다 기다리고 계신 저녁 늦게야 겨우 도착했다. 주 오일제
가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토요일이 장조카의 결혼식이 있어서 올라온 것이니 우선 조카의 얼굴부터 보
았다. 듬직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왔다. 내가 시집오던 해 겨우 4살로 유치
원복을 간신히 입고서는 똘망 똘망한 눈망울을 굴리며 나를 바라보던 어린애
가 지금은 장신에 100킬로를 육박하는 건장한 성인이 되어 가녀리고 야무지
게 생긴 아내를 맞아 결혼을 하는 것이다.

‘준섭아… 결혼은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가 되어보려고 노력하며 사
는 것이야. 하나되기란 얼마나 힘든지 몰라. 그러나 너의 체구만큼이나 배려
를 해주고 감싸안고 산다면 지금의 마음처럼 찐하게 사랑을 말하진 않아도 윤
정이가 시집 잘 왔다고 고마워하며 살꺼야. 행복해라.’

이렇게 말하고 나니 가슴이 메어져 왔다. 외국인 엄마와 성질 급한 다혈질의 
아버지를 만나서 지금껏 잘 성장해준 조카가 왜 그
리 대견스럽던지 눈시울이 
붉어져 왔다. 아마 내가 나이가 드나보다 싶었다.

이렇게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데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 나오니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순천에서도 버스가 두 대나 올라와 내려갈 것을 걱정하고 사
고 없이 잘 내려가라고 인사들을 하고 있는데 난 하늘에서 내리는 눈만 바라
보며 어린 시절 놀던 친구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좁은 골목에서 눈싸움하고 눈사람 만들고…
굴뚝언저리에 눈을 모아서 녹이면서 누구 것이 먼저 녹는지 내기도하고…
저 멀리 한강이 보이는데…

눈은 내려 강물 위에 머물고싶어하지만 이내 녹아 내린다. 손바닥을 펴서 눈
을 받아보지만 여전히 이내 녹아버린다. 하얀 눈을 보면 추워야 하지만 우린 
따스하게 느끼는 감정은 아마 눈 속엔 따스한 정이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맘속에서 눈을 보며 가슴 설레고 행복해 하는 것은 행복이란 순간에 느
끼고 곧 사라지는 눈처럼 순간에 녹아 내리기 때문인 것 같다.

올핸 서울에서 첫눈을 맞았다. 얼마나 행복한 한강변으로 뛰어가 한참을 뛰
어 놀고 싶었다. 눈을 맞으며 눈을 모아보며 그리운 사람이 곁에 있다면 더 

좋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흘러가는 강물만 바라보며 나의 행복 또한 흘려 
보내 본다.
잠시 느낀 행복을 다시 만나기 위해 나는 또다시 삶의 거리를 힘차게 걷기 시
작했다. 서울에서 첫눈을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