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목사로 불러 주세요” 문민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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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목사로 불러 주세요”

문민규 목사_반석교회

대부분의 교인들은 목회자를 위하여 기도를 한다. 목회자 입장에서는 기도
해 주는 교인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목회자는 교인의 기도
로 힘을 얻는다. 그런데 교인들이 기도할 때 목회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하나님의 종’ 또는 ‘주의 종’이라고 부르며 기도를 하는 것을 듣게 된
다. 그리고 목회자들 중에도 설교중에 목회자에 대해서 말할 때 목회자 또
는 목사로 부르지 않고 ‘주의 종’ 또는 ‘하나님의 종’이라고 말하는 경
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나 또한 교인들이 목회자를 향해 ‘하나님의 종’ 또는 ‘주
의 종’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별생각없이 당연시 여겨왔다. 그런데 나는 
‘하나님의 종’ 또는 ‘주의 종’으로 불릴 만한가? 하고 자문해 보니 뭔
가 켕긴다.

신약에 보면 ‘하나님의 종이요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인 바울은’, ‘하나님
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종 야고보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
이며 사도인 시
몬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요 야고보의 형제인 유다는’…이라
고 기록되어 있음을 보게 되는데 이렇게 위대한 믿음의 선진들이 자신을 지
칭하기를 ‘하나님의 종’ 또는 ‘주의 종’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
다. 

‘주의 종’이란 말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바로에게 보내려고 하실 때 모세
가 그 명령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신을 변명하는데 자기를 낮추는 용어로 지
칭한 데서 시작되었다. 구약에는 ‘하나님의 종’ 하면 우선 모세를 말하
고, 다니엘이나 그의 세 친구에게도 ‘하나님의 종’이라 하였다. 성경에 나
오는 신앙 선배들은 믿음과 순종의 삶을 살았기에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
의 종’이라고 하였다. 이후로부터 교회에서 ‘하나님의 종’이란 말은 강력
한 신앙의 지도자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윌리암 젠킨의 유다서 주석에 보면 유다가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
라 한 것은 자신의 겸손과 겸비함(낮아짐)을 보이기 위해서이고, 그리고 자
신의 사역에 대한 확신, 즉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니까 이 일을 한
다”는 확신 가운데 어떤 박해와 방해를 받아도 자신을 방어
할 수 있는 위로
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다” 하는 인식은 예
수님과 육체적으로 가깝다가 아니라 영적으로 그리스도와 연합 관계를 인정
하는 것으로서 그리스도와 가장 가까운 사람임을 표현하는 것으로 주석하고 
있다.

나는 이런 면에서 감히 ‘하나님의 종’ 또는 ‘주의 종’ 이라고 자기를 표
현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것은 강력한 신앙 지도자가 되고 싶지만 그렇
지 못하고, 겸손하고 싶지만 겸손치 못한 자신을 보면서도 그런 귀한 신앙 
덕목을 갖추어 나아가는 데 인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
다 내게는 예수 그리스도가 가장 가까운 분이 아닌 듯 하고, 예수 그리스도
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적극적이지 못하기 때문
이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
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내게는 평생 숙제인데, 
거기에다가 ‘하나님의 종’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해야 한다는 것은 내게는 
너무나 부담이 크다. 좀더 주님을 따르는 삶이 구체적이 될 때까지 아직은 
“그냥 목사
로 불러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지금 목사의 직임
을 잘하고 있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 마음속에는 나
도 ‘하나님의 종’ 또는 ‘주의 종’이라 지칭하게 될 기대와 소망은 있
다. 

교인들이 목회자를 위해 기도할 때 ‘하나님의 종’, ‘주의 종’이라고 지
칭하며 기도하는데 “그래 내가 주의 종이니까, 주님과 가까운 사람이니까, 
주의 일에 더욱 힘써야지” 할 수 있을 이런 날이 이땅에 아직 내가 있을 
때 내 앞에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