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이연옥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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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이연옥 집사_동은교회

보랏빛을 좋아하는 난 언제부터 왜 보랏빛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안지는 그
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어. 서울로 이사와 살아온 세월이 30년이 넘었는데, 
보랏빛에 이끌려 쇼윈도를 서성일 때나 보랏빛 꽃이 핀 들판이라도 갈라치
면 그 신비한 색에 중독되어 떠나지를 못하고 붙박이가 된 적이 얼마나 많았
었던지.

그러던 중 10여년 전 태릉을 지나 청학리라는 곳에 바람쐬러 나갔다가 보랏
빛 꽃밭을 보게 되었어. 난 차를 세운 후 미친 듯이 꽃밭을 향해 달려갔었
지. 거기서 알게 된 거야. 그곳에는 도라지꽃이 하얀 햇살을 받고는 바람에 
넘실대고 있더라구.

그래, 내가 늘 그리워하던 게 바로 이것이었구나. 어머니를 만난 듯이 반갑
고 기뻤어. 꿈을 꾸듯 오므리고 있을 때의 오각형 모형과 별처럼 반짝이는 
다섯 장의 꽃잎. 어쩌면 이렇게 예쁠 수가…! 

다시는 오지 못할 내 어린 날의 그리움이 거기 있었던 거야. 문만 열면 보여
지던 뒤뜰엔 해마다 여름이면 보랏
빛 도라지꽃이 있었거든. 장독대 옆엔 붉
은 맨드라미 동그랗게 피어 있었지만 난 그보다는 언제나 먼저 눈길 준 것
이 보랏빛 나는 도라지꽃이었다는 사실. 

학교에 갔다와 뜨거운 태양열에 꽃이 시들해진걸 보면 부엌에 있는 바가지
로 물을 떠다 듬뿍듬뿍 준 기억이 나. 손님이라도 오는 날에는 찬거리로 도
라지 뿌리를 캐어 엄마는 나물을 무치기도 하였지. 그 쌉쓰름한 맛은 더위
에 지쳐 입맛이 없을 때 입맛 나게 하는 별식이기도 하였어. 

난 뿌리가 줄어들어 꽃이 작게 피면 어쩌나 했지만 이듬해엔 또다시 풍성하
게 싹이 돋고 꽃을 피우던 도라지꽃이 신기하기만 했었지. 몇 십 년이 지나
도 고향집은 나의 꿈속 배경이 되어 그 속에서 뛰어 논단다. 

보랏빛, 그래서 난 어릴 적 뒤뜰 풍경이던 그 보라색을 좋아하게 된 걸 알았
던 거야. 그래서 도라지꽃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그립고 반가운 
꽃이기도 해. 웹사이트에서 도라지꽃이라는 닉네임만 보아도 가슴이 떨릴 정
도야. 그래 꼭 한번 찾아보기도 한단다. 

어제 다시 그 도라지꽃을 만나고 왔어. 별이 있는 꿈속 같은 그리움의 원
형. 내 어린 시절 엄마 
아빠를 떠올릴 수 있는 풍경, 도라지꽃. 나중에 전
원 주택이라도 짖게되면 꼭 심어놓고 보고 싶은 풍경이야. 그 꿈을 빨리 이
루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