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쾨쾨한 냄새나는 사우나에서” 장귀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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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쾨쾨한 냄새나는 사우나에서”

장귀복 목사_새일산교회

언젠가 교회에서 학생회 수련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참여
치 않았고, 예상 인원보다도 훨씬 적게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담
당 목사에게 왜 그렇게 학생들이 참여치 않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학원 때문에(신앙보다 학원을 우선시 하는 경향은 큰 문제입니다), 친구 때
문에, 아르바이트 때문에 등등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눈길을 끄는 불참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련회 장소의 화장실
에 비데가 없어서 가지 못하겠다는 학생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솔직히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수련회 불참 이유가 화장실 비데
가 없기 때문이라니요.

불참 이유도 갖가지

이제 곧 저희 교회에서는 전교인 여름 수련회를 갑니다. 2년에 한 번씩 전 
교인이 휴가를 맞춰 가는 교회의 중점 행사입니다. 그런데 이 때도 불참 이
유가 여러 가지입니다. 그 중에 시설 문제를 예로 들면서 냉
온수가 나오지 
않아서 참여치 못하겠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신은 찬물로는 세수를 하
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때도 어이없어 웃은 적이 있습니다(물론 속으로만 
그랬지만).
그러다가 언젠가 몸이 피곤해 교회 근처에 있는 사우나에 간 적이 있습니
다. 시설이 썩 잘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큰 사우나였습니다. 몸을 씻
고 잠이 쏟아지는지라 잠깐 누우려고 맥반석이 있는 취침실로 갔습니다. 10
명 정도 누울 수 있는 곳인데 바닥이 온돌처럼 따뜻했습니다. 왠지 몸이 풀
릴 것 같은 마음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누우려는 순간, 웬걸, 어디서 나는 쾨쾨한 냄새가 코를 찌르
는 것이었습니다. 몹시 비위가 상하는 냄새였습니다. 순간 벌떡 일어나려고 
하면서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쾨쾨한 냄새 코를 찔러

지금 누우려는 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렸을 것이고, 누워 배려고 하
는 나무 목침도 많은 사람이 사용했을 것이고, 게다가 청소도 제대로 안되
어 이렇게 쾨쾨한 냄새가 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구태여 이런 곳에 누울 
필요가 무엇인가? 그러면서 몹시 불결한 생각이 들어 벌떡 
일어나려는 순
간, 그냥 그 자리에 누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머리를 스쳐 가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
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라”(빌 4:12). 좋은 냄새, 좋은 환
경에 처할 줄도 알아야 하겠지만 쾨쾨한 냄새, 안 좋은 여건에도 적응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어진 상황에 따라 그 속에서 자족하기를 배워야
지 내가 좋아하는 상황에서만 자족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그래서 그 자리에 그냥 누운 것입니다. 

주어진 상황 적응하길

잠깐 시간이 흐르니, 냄새도 사라지고 불결한 느낌도 사라지면서 잠시나마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몸은 왜 그렇게 가볍든지요. 그
러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만일 냄새나 불결한 생각 때문에 눕지 않았다면, 
비데가 없어 수련회에 안 간다고 한 학생이나 냉온수가 안 나와 전교인 수련
회를 못 가겠다고 한 교인과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형편에든지 적응할 줄 알고 그렇게 훈련하며 자신을 다스려야 하는 것
이 우리 신앙인이 아닐까요? 그런데 너무 편하게, 내 방식만, 내 편한 대로

만 사는 우리네가 아닌지 생가해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