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지게를 진 관찰사 변이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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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지게를 진 관찰사

변이주 목사/ 알곡교회

정직한 성품은 하나님께서 주셔서 타고나야 하는가 봅니다. 아무리 부정비리
를 근절하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마다 더욱 그렇다는 것을 느
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렴결백한 공직자가 그렇게도 그리워지며 귀하게 느
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라가 기울어가던 한말, 강원도와 함경도 관찰사를 지낸 이규완(李圭完)이
라는 분 역시 오늘날 모든 공직자들의 귀감이 되는 인물입니다. 이 관찰사
는 손수 지게를 지고 나무를 했으며 거름을 퍼나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성경
에도 이르기를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고 했는데, 이 관찰사는 거지나 사
돈이 찾아와도 공짜로 밥을 먹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청탁꾼은 
커녕 거지도 밥을 얻어먹으러 오지 않았답니다.

농사철 바쁜 시절에 노름판을 벌이거나 장기, 바둑을 두는 것을 발견하면 짐
짓 거름을 쏟아서 훼방을 놓았습니다. 또 돈 많은 유지들이 기방에서 노는 
것을 보면 인분 만지던 손으로 
안주를 집어먹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이 관찰사가 삼베적삼 차림으로 지게에다 거름을 퍼나르고 있을 때
였습니다. 행군하던 수비대 병사들 10여 명이 자신들의 배낭을 이 관찰사의 
지게에 얹었습니다. 이 관찰사는 묵묵히 관사 앞까지 져다 주고는 관사 안으
로 들어갔습니다. 자신들의 배낭을 져다 준 농부가 다름 아닌 관찰사임을 알
아차린 병사들은 모두 땅에 엎디어 용서를 빌었습니다.

어느 해에는 호남지역 지방시찰을 나간적이 있었습니다. 이 관찰사는 도배
를 새로 한 귀빈실을 마다하고 일반인들이 합숙하는 방을 찾았습니다. 벽에
는 빈대를 죽인 핏자국이 있는 데서 어찌 자랴 싶어 아랫사람들이 말렸지만 
이 관찰사는 개의치 않고 그곳에서 유숙했답니다. 공무가 끝난 후 아랫사람
들이 접대비와 숙박료 남은 것을 처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을 본 이 관
찰사는 남은 돈을 모아 보통학교 장학금으로 희사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공직자가 이 관찰사만 같았더라면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
기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저 만주 넓은 벌판까지 점령하고 세계를 호
령하는 강대국이 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안
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
습니다. 그러나 어찌 오늘의 우리 목회자들이 공직자들만 나무랄 수가 있겠
습니까? 교회행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성직자들의 삶이 깨끗하지 못하여 기독
교노동조합이 결성되는 판국이니 그 책임을 사회에만 돌릴 수는 없다고 봅니
다.

우리 예수님께서 나같은 죄인을 구원하시기 위해 그 쓰리고 아픈 십자가 지
신 것을 생각하고 우리도 세상의 허물을 감싸안는 아량이 있어야 할 것입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