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여름 성경학교
박종훈 목사/ 궁산교회
지난 칠 팔 십 년대 시골교회에서 여름방학의 가장 큰 행사는 여름성경학교이
다. 동네마다 또래들로 시끌벅적한 골목길 아이들이 호기심 반 간식 얻어먹
을 욕심으로 우르르 몰려다녔던 시절이었다. 평상시에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
던 아이들도 이 때만큼은 한 두 번 참석하여 아련한 추억의 한 순간이 장식하
던 시절이다.
시골의 인구비례와 같이 교회에도 아이들의 수가 가장 많았고 위로 올라갈수
록 좁아지는 삼각형의 구조라면, 지금은 역 삼각형의 나이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의 숫자가 적은 이 현상은 시골 마을에 터가 생긴
이후 처음이며, 정상적인 구조는 아니리라 여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우리 교회에서의 성경학교는 자체적으로 하기는 여
러모로 어려웠다. 해마다 봉사하려 오는 도시의 청년들에게 맡기며 간신히 명
맥을 유지하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같은 교단의 부천의 큰 교회에서 시골교회 유.초등부 학생들
r
을 초청하여 연합으로 성경학교를 하게 되었다. 우리 교회를 비롯하여 다른
시골교회 세 곳의 학생들, 삼십여명의 아이들이 도시교회 이백 여명의 아이들
과 같은 조로 동화되어 예배와 찬양과 율동, 공과공부로 한 조가 되어 하나되
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상한 교사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아이들에게 신앙
과 삶에 좋은 기억이 되는 시간이었다.
교회에서 모든 하루의 순서가 끝나면 미리 정해주고 맡아서 함께 숙식하는 가
정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시골 아이들을 맡아서 지내게 될 가정은 같은 또래
의 아이들이 있는 가정 중에 자원하는 집으로 보내었다. 이 귀한 일에 신청자
가 더 많아서 적당히 조절하는 즐거운 비명을 질렸다고 한다. 모두가 바쁜 중
에도 시간 맞추어 친자녀처럼 여기며 데려오고 가며 하는 중에, 어느 듯 예정
된 기간이 다 되고 각 교회별로 시골로 내려갔었다. 우리 교회는 수요일이고
먼 거리라서 아침을 먹고 내려왔지만, 다른 교회 아이들은 서울 구경을 나섰
다. 6.3빌딩과 남산을 구경한다고 하였다.
내려오는 길에 아이들의 소감을 들으니 신나고 재미있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
고 너도나도 떠들어
댄다. 넒은 평수의 아파트의 여러 가지 시설에 놀래며 특
히 엄청 큰 T.V를 본 것을 손짓발짓하며 자랑한다. 어떤 아이는 평소 먹고 싶
었던 피자를 먹었고, 어떤 아이는 영화관에 간 이야기를 했고, 다른 아이들
은 백화점에 가서 옷과 신발, 그리고 가방을 선물로 사주는 과분한 사랑에 얼
떨떨했다고 한다. 또 한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용돈까지 받았다며 감격해 한
다.
이번 행사로 아이들은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의 기억으로 간직하리라 믿는다.
처음 보는 도시의 부모님 같은 성도님들과 또래 아이들과의 정다운 만남이 이
룰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사랑의 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
은 자가 사랑을 베풀 줄 안다는 말처럼, 장차 아이들도 기회가 되면 아무 조
건 없이 사랑을 베풀라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무사히 집에 도착하여 지내온 이야기와 받은 선물을 풀자 편지가 나왔다.
내용인즉, 시골아이들을 천사처럼 여기며 설레는 맘으로 기다렸고, 우리 집
에 보내준 천사를 어떻게 잘 대접할까 고민했다는 내용이다.
과연 그랬다. 그 분들은 주님
이 보내준 천사로 여기며 시골 아이들을 대해
준 것이다.
아이들은 감사의 편지를 보냈고 도시 아이들도 시골에 올 수 있도록 초대하였
다.
그 중 한 가정이 남해안 지방에 휴가 왔다가 아이들끼리 만나고 싶다며 우리
집에 들렸다. 그 가정은 남편이 불신자지만 이런 교회 행사에 적극 참여해준
것이다. 본인이 시골출신이라서 더 찬성했다는 것이다.
도시의 아이들이 시골에 오자 반가와 어쩔 줄 모르며 이곳 저곳을 안내하며
구경시키는 모습이 정겨웠다. 하룻밤 묵으며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교제를 나눴다. 아이들이 장차 커서 어떤 삶을 살아갈지 모르지만, 도시
와 농촌의 장점을 배우고, 체험하는 이런 행사를 주관한 부천의 교회와 담당
자들에게 다시금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번 특별한 여름성경학교가 이제는 각 도시와 농어촌이 자연스럽게 일반적
인 행사로 자리잡는 못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