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성경해석의 원리와 성경으로 말씀하는 성령님
<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교수 >
<제1장 9,10항> : <9항> “성경 해석의 무오한 규칙은 성경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어떤 말씀의 참되며 완전한 의미에 대해 의문이 있을 때에는 (그 의미는 여러 가지가 아니라 단지 하나 뿐인데), 그 의미를 찾아 알아내기 위하여 보다 명확하게 말하고 있는 다른 말씀들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10항> “신앙과 관련한 모든 논쟁들을 결정하여야만 할 때, 그리고 교회 회의들의 모든 신조들, 교부들의 견해들, 사람들의 교훈들과 사사로운 사상들을 검토해야만 할 때, 전적으로 의지하여야 할 판결을 내리실 최고의 판결자는 성경으로 말씀하시는 성령님 이외에 다른 누구도 아닙니다.”
“성경은 성령의 조명 아래 익혀 순종해야 하는 신앙과 삶의 표준”
제1장 9, 10항에서 신앙고백서가 성경과 관련하여 고백하는 주요 명제들은 이러합니다. (1) 성경 해석의 무오한 규칙은 성경 자체이므로, 성경의 의미는 보다 명확한 구절을 통해서 불분명한 구절들을 풀어내는 해석의 원리에 따라 밝혀져야 합니다. (2) 모든 신앙 논쟁과 교리의 결정 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판결자는 성경으로 말씀하시는 오직 성령님뿐입니다.
성경은 신앙과 삶의 무오한 규칙입니다. 여기에 아울러 고백하여야 할 또 하나 무오한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경의 해석과 관련한 것으로 신앙과 삶의 무오한 규칙으로서의 성경은 그 성경 자체가 성경을 해석하는 무오한 규칙이라는 점입니다.
성경이 신앙의 절대적 규범이라는 사실은 성경을 해석하는 규칙이 성경 자체에 있을 것임을 이미 함축하고 있습니다. 절대 규범인 성경을 해석하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성경 이외의 다른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이 성경의 권위를 제한하는 절대 권위를 갖게 됩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그것의 권위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성경을 제한하는가의 문제를 낳게 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계시로서 최종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완전한 계시일 뿐만 아니라, 또한 구원의 꼭 필수적인 조항에 관한한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해될 수 있을 만큼 명료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성경은 성경 스스로 계시의 뜻을 해석할 규칙을 제공합니다. 개혁신학은 신앙고백서가 명시적으로 고백하고 있는 성경 해석의 이러한 규칙을 가리켜 ‘성경의 유비’(analogia Scripturae)라는 용어로 일컬어 왔습니다.
성경 스스로에 근거하여 성경을 해석한다는 ‘성경의 유비’가 말하는 해석의 원리는 이러합니다. 첫째, 어려운 구절을 만났을 때 성경 이외의 다른 문헌이나 전통 또는 사상을 끌어들여 해석을 하여서는 안 됩니다. 둘째, 이미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난 구절들을 근거로 하여 성경 전체의 복음과 신앙의 교훈에 비추어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려운 구절의 의미를 설명해가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앙고백서는 성경의 구절들이 다중적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의미만을 전달함을 덧붙입니다. 이를 테면 성경의 전체적인 교훈은 그리스도의 은혜의 복음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것입니다.
의미가 명료한 성경 구절을 기초로 하여 의미가 불분명한 구절들을 해석해 가는 일반적인 노력을 ‘성경의 유비’라고 한다면, 그 명료한 의미들의 해석적 결과에 기초하여 신학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불분명한 구절들의 의미를 해석해 가는 노력을 가리켜서는 ‘신앙의 유비’(analogia fidei)라고 일컫습니다. 즉 ‘성경의 유비’는 성경 해석의 형식적 측면을 표현한 것이며, ‘신앙의 유비’는 성경 해석의 내용적 측면을 반영한 것입니다.
신앙고백서가 9항에서 ‘성경의 유비’ 또는 ‘신앙의 유비’의 해석 원리에 대한 고백을 통해서 교훈하고자 하는 바는 기독교 신앙의 교리는 반드시 성경의 해석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신앙고백서가 앞서 6항에서 고백한 바처럼 기독교의 신앙 진리를 성경에서 직접적으로 또는 추론하여 확립할 때 성경의 편향된 구절들이나 불분명한 구절들에 근거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직 성경에 기초하여 성경을 해석하고 오직 그 토대 위에서만 신앙과 삶을 인도하는 신학의 전반이 세워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물론 여기서 신앙고백서의 논점은 성경의 모든 구절들이 ‘성경의 유비’에 따라 해석할 때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성경 전반에 걸친 이해의 토대 위에서 신학적 구조를 잘 이해하면서 불분명한 구절들에 대한 해석적 접근을 하여야 하며, 그 결과 성경의 복음적 진리에 어긋나는 일이 없어야 함을 강조함이 9항의 요지입니다.
여기서 신앙고백서의 성경관과 관련하여 기억해두어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명료한 것으로 불분명한 것을 해석한다는 ‘성경의 유비’ 또는 ‘신앙의 유비’는 특별할 것이 없는 매우 단순한 이치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의 원리는 성경에 대한 중요한 고백을 전제로 합니다.
우선 이 원리는 신앙고백서가 2항과 3항에서 고백한 바처럼 성경의 각 권의 책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전제합니다. 또한 각 권의 책들은 오고 오는 모든 교회를 향하여 주시는 하나님의 계시이며 마치 통일된 하나의 책인 것처럼 하나님의 일관된 구원 경륜을 담고 있음을 전제합니다.
그러한 전제 위에서 신앙고백서는 명료한 구절로부터 불분명한 구절을 해석하되 성경 전체의 통일된 안목에서 그 의미를 풀어가야 함을 강조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강조하는 것입니다. 신앙고백서의 성경 해석의 원리는 곧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계시라는 성경관을 전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고백서는 현대신학의 고등 비평학과는 근본적으로 성경관을 달리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앙고백서는 성경에 대한 마지막 신앙 항목으로 10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종교의 모든 논쟁들의 최종적 권위를 가진 최고의 심판자이신 성령님을 고백합니다. 신앙고백서는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논쟁들은 물론 각종의 신조들과 교부들이나 신학자들의 견해들, 또는 누구의 가르침이나 사상들 모두가 다 성경의 권위 아래 있어야 하며 성경의 해석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결코 인정이 될 수 없음을 말합니다.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는 바처럼 어떤 교리적 판결이 있기 위해서는 분명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계시라는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신앙고백서는 신앙 논쟁이나 신조들이나 교리들에 대한 검토를 하는 최종적인 최고의 판결자는 성경이라고 말하기보다 성령님이라고 고백을 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요?
두 가지 점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성령님은 성경으로 말씀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교회 회의가 어떠한 교리적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이 성경의 올바르며 해석에 따라 분명한 교훈에 일치하여 내려지게 되면 그것은 바로 성경으로 말씀하시는 성령님께서 행하신 것으로 고백을 하고 그 결정에 순종을 하여야 합니다. 성경의 올바른 해석에 기초한 명백한 교훈이 성령님의 인도로 볼 수 있는 까닭은 4항에서 고백한 바와 같이 성경은 사람의 저자들을 통하여 성령님께서 단어와 사상들을 기록한 계시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교회의 결정이 이루어질 때, 그것이 성경의 객관적 교훈들을 바르게 이해하고 동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것은 단지 이성적인 판단에 의하여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내적인 설득에 의하여 이루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7항에서 고백한 바처럼 구원의 진리를 사모하며 성령님의 조명을 따라가는 자라야 성경의 교훈을 바르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이제 9항과 10항을 통해 성경에 대한 신앙고백서의 결론을 살피면서 살아있는 생명의 말씀으로서의 성경의 권위를 다시금 새기어야 하겠습니다. 성경은 단지 오래된 고문서가 아닙니다.
성경은 영원토록 살아서 지금도 계속해서 역사하시는 성령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하여 계시하신 영감된 말씀이며, 그것은 통전적으로 살펴서 깨달아야 할 구원의 전체 경륜을 담고 있으며, 성령님의 조명 아래 겸손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익혀서 순종해야 하는 신앙과 삶의 표준이 되는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