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와 근면의 미덕_유화자 교수

0
21

절제와 근면의 미덕

유화자 교수_합신, 기독교교육학

9세기 초엽 지중해 지역에 베니스공화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 베니스공
화국은 500년 이상 지중해 지역을 지배하는 강대국으로 군림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제국이 지중해 세계에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하였을 
때 그 영토는 길이가 3km, 너비도 넓은 곳이 2km, 좁은 곳은 1k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인공 섬이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인구도 10만 명 정도로 요즘
의 국가 개념으로는 국가라고 이해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이 작은 나
라가 500년이 넘도록 지중해 지역에서 강대국 역할을 하였는데 그 주요 이유
는 그 나라 국민들의 철저한 절제와 검약, 근면의 생활 때문이었다고 알려
져 있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로마제국이 한창 융성하기 시작하였을 때 로마 시민
들 역시 검소와 근면, 절제가 그들의 삶의 자세와 신조였다. 몽테스키외라
는 사람은 당시 로마 귀족들의 생활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귀족들은 자기

이 고귀한 존재들이라고 평민들에게 교만을 부리거나 우쭐대지 않았으며 
평민들과 잘 어울렸고, 평민들과 같은 검소한 복장과 검소한 생활을 하였
다.” 그런 로마 귀족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사치와 허영, 낭비에 빠지
게 되었고 평민들도 놀기를 좋아하면서 점점 퇴폐하기 시작하였다. 귀족들
과 평민들의 이런 부패한 생활이 심화되면서 그들 대부분이 극도의 퇴폐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고 세계에 알려
진 융성했던 로마제국이 결국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세계와 사가(史家)들을 놀라게 하고 경탄케 하였던 위의 베니스공화국의 쇠
퇴 원인도 그들의 삶의 자세가 바뀌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17세기 초 베니
스 주재 영국대사가 본국 정부에 보낸 다음의 보고서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베니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그들
의 활동 무대가 바다였으며 왕성한 기업 정신을 소유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바다와 상업을 떠나 불로소득을 위해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고 마차를 타고 
극장구경이나 하면서 쾌락 위주의 삶을 살고 있다. 또 옛날에는 자녀들을 바

다로 내보냈는데 지금을 주로 대륙으로 관광 여행을 시키고 있다.”

먹고 마시고 관광하면서 즐기는 삶이 결코 잘못된 일은 아니다. 좋은 의식주
의 여건 속에서 인생을 놀고 쉬면서 즐기는 것은 인간의 생존 기본권과 삶
의 질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하나님께서도 우주 만물을 창조
하시고 안식하셨으며 피조물인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안식일을 허락하시고 
쉴 것을 성경에서 명령하시고 있다. 쉼과 휴식은 인간 삶의 필수요건이다. 

그러나 쉼과 휴식이 그 적정도를 넘어서고 쾌락 위주의 삶을 살게 되면 개인
이나 국가에 문제가 발생된다. 최근 5일 근무제가 세계에 확산되면서 우리나
라에서도 이 5일 근무제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5일 근무제’ 하
면 공무원, 근로자들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쉴 수 있
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동력이 있는 사람이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 휴식은 반드
시 필요하다. 그러나 적절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일
은 아닌 것 같다. 과도한 휴식으로 인해 건강이나 일의 능률에 오히려 역효
과를 나
타내는 현상들이 주위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곧 추석 연휴를 맞게 된다. 금년에는 토요일과 주일이 끼어 있어서 추석 휴
가가 3일이지만 어떤 해는 징검다리 연휴로 5일 정도를 쉬게 되는 때도 있었
다. 굳이 추석이나 설 연휴가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쉬는 토요일 오후와 일
요일(세상 사람들의 표현대로)을 쉬고 직장에 복귀한 사람들 사이에 ‘월요
병’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휴식 후 업무에 제대로 적응이 안 되는 신
체적, 정신적, 감성적 역기능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금요병’
이라는 말도 있다. 토요일부터 시작되는 휴무에 대한 기대와 들뜬 기분 때문
에 금요일에는 일에 전념이 잘 안 되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인데, 그래서 
‘금요일에 생산되는 자동차는 사지 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는 깊은 의미와 묘미는 과거를 살펴보고 그 과거의 역
사 속에 내재되어 있는 중요한 교훈과 의미를 현재의 삶과 미래의 계획에 긍
정적이고 순기능적으로 적용하는 데 있다. 베니스공화국의 패망원인 속에 나
타난 불로소득인 부동산에 대한 치열한 투자와, 많이 놀고 쉬는 쾌락위주의 

, 곧 생산성에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하기보다 부동산 투기 같은 불로소득
의 일에 전념하면서 적게 일하고 즐기는 일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로마
가 멸망할 당시 그들의 휴일이 1년에 175일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많이 쉬
고 즐기기를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마제국이나 베니스공화국의 멸망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역사적 교훈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서, 특히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개인적 생활이
나 사회와 국가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삶에 역사의식(歷史意識)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