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89)_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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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의 목회편지(89)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

조병수 교수_합신 신약신학

기독교는 가정종교다.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렇
다. 기독교가 가정종교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특히 초대교회가 가정에서 시작
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것은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을 읽어보면 
어김없이 알 수 있다. 사도행전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후에 제자들
은 다락에 올라가서 기도에 전념하였고, 성령께서 임하신 후에는 성도들이 날
마다 집에서 떡을 떼는 교제를 나누었다. 초대교회가 가정에 얼마나 깊이 뿌
리를 두고 있었으면 사도 바울도 회심 전에 각 집에 들어가 신자들을 발본색
원하려고 했겠는가. 

교회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돼

바울서신을 살펴보면 로마제국의 곳곳에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들이 활발
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운데는 로마와 고린도에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가정, 라오디게아에서 눔바의 가정, 골로새에서 
빌레몬의 
가정이 교회로 사용되었다. 이 때문에 사도 바울은 여러 지역에서 
힘있게 성장하면서 자신의 선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이런 가정들을 발견했
을 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초대교회에는 신자들에게 가정과 교회가 별개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것은 한
편으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회가 가정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기도 하
지만, 다른 한편으로 누구든지 가정을 신앙적으로 이끌지 못하면 교회에서 리
더로서 일할 자격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
게 보내는 첫째 편지의 중간에서 감독과 집사에 대하여 논하면서 가정을 잘 
지도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실을 기억하자. 
사도 바울에 의하면 감독은 “자기 집을 잘 다스려 자녀들로 모든 단정함으
로 복종케 하는 자”(딤전 3:4)이어야 하며, 집사는 “자녀와 자기 집을 잘 
다스리는 자”(딤전 3:12)이어야 했다. 그러므로 가정과 교회의 긴밀한 관계
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는 법이 없다. 사도 바울은 가정이 신앙으로 바로 
서야 교회도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사도 바울이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
을 돌아
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고 말한 이유
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기독교는 가정종교다. 기독교는 가정에서 출
발하였고, 기독교 지도자의 역할은 가정을 신앙으로 지도하는 것에서 시작되
었다. 그래서 가정을 돌보는 것은 기독교가 어디에서 출발하였는지 그리고 기
독교 지도자의 역할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것은 기독교의 뿌리를 부인하는 것이
며, 기독교 지도자의 역할의 원천을 부인하는 것이 된다. 사도 바울은 가정
을 돌보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한 마디로 “믿음을 배반한 자”라고 불렀다. 
이것은 얼마나 험악한 말인가! 가정을 돌보지 않는 자는 배도자와 다를 바가 
없다. 사도 바울에 의하면 가정을 돌보지 않는 행위는 인간의 윤리에만 어긋
나는 것일 뿐 아니라 신의 도리에도 거슬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의 험악한 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도 바울은 가정
을 돌보지 않는 사람을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사
도 바울이 다른 곳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정말 무서운 표현이다. 세
상에 사
람의 말로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별별 악한 일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사도 바울이 보기에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보다 더 악한 일은 또 다시 없었
다. 
불신은 악 중에 악이며 죄 중에 죄다. 그러나 이런 악 중의 악이며 죄 중에 
죄인 불신까지도 가정을 돌보지 않는 행위 앞에서는 자리를 양보한다는 것이
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행위는 더 이상 아무 것에도 비길 데가 없는 악이며 
죄다. 도대체 가정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면 사도 바울은 이런 거
친 표현까지 마다하지 않았을까.

가정 돌보지 않음이 가장 큰 죄

지금까지 사도 바울의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문장을 썼다. 하지만 사도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다. 신자라면 마땅히 가
정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
하다. 가정이 무너지면 교회도 무너진다. 기독교는 가정종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