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간 네 페이지
모르긴 몰라도
두 장이 같은 모양으로
쭉 찢어져 없어진 것을 보니
누가 찢어간 것이 틀림없어
아마 그 시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지
그러니까
동시집 살 돈은 없고
부모님께 사달라고 해 봤자
사주실 것 같지 않으니
다른 생각 할 겨를 없이
순간적으로 그랬는가 봐
아무렴
그래도 그렇지
누가 보지 않는다고
어쩌면
남의 것을
그것도
도서관 책을
두 손을 모아본다
“제발 이 일 한 번만으로 끝나
더 이상
버릇 되지 않은 삶이 되게 하소서!”라고
훗날 훌륭한 시인이 되어
‘찢어간 네 페이지’란
시집을 낸
작가가 되었으면 하는
소원과 함께
정승진 목사 /시인, 서서울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