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시편 117편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시편 117편은 시편에서 가장 짧은 독립적인 시편이라는 점에서 학자들의 관심
을 끌어왔다. 여러 가지 견해에도 불구하고 이 시편은 ‘인자’와 ‘진실’이 많
으신 여호와의 속성을 찬양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존재 가치를 지닌
다. 특히 자신을 언약의 하나님(출 34:6)으로 이스라엘에게 계시하신 여호와
의 신실하심을 찬양하고 있는 이 시편은 출애굽 사건의 결정적 의미를 그 주
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한다.
“여호와로라 여호와로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
이 많은 하나님이로라”(출 34:6)라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는 이스라엘의 금송
아지 사건 이후에 주어진 것으로 여호와 하나님의 고유한 성품인 ‘인자와 진
실’을 제시하셨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공동체에게는 극적인 의미를 가져다 주
었다.
금송아지 사건은 여호와와 맺은 시내 산 언약을 파기한 것으로 이스라엘 공동
체가 모
두 죽음에 직면해 있었지만 여호와의 인자와 진실은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셨다. 이로써 여호와의 자기 계시는 일종의 언약 갱신과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 이스라엘의 역사는 여호와 하나님의 성실하신 사
랑의 위대한 기념물이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은혜는 이스라엘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가교(駕轎)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여호와의 자기 계시는 수 백년이 지나 당시 현존하는
이스라엘에게도 여전히 선포되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하나님의 자기 계시
는 미래를 포괄하기 때문에 과거 시내 산 아래에서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측량
할 수도 없고 끝도 모르는 여호와의 인자와 진실하심은 그들의 미래를 밝혀주
는 빛이기도 하다.
시인의 눈으로 볼 때 이스라엘의 출애굽 사건은 모든 민족의 출애굽 사건을
상징한다. 이스라엘의 구원은 모든 민족의 구원을 예표하며 이스라엘의 찬양
은 온 세상, 모든 민족의 찬양을 예시한다. 이스라엘에게 보이신 여호와의 인
자와 진실은 모든 민족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실 것이기 때문이다(출 19:5-
6).
시인은 온 세상을 향해 구원의 손길을 펼치실 여호와의 인
자하심과 진실하심
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너희 모든 나라들아 여호와를 찬양하며 너희 모든
백성들아 저를 찬송할지어다”(시 117:1)라는 시인의 선포는 출애굽 사건의 최
종적인 완성이 여호와를 찬양하는 것이었다는 종말론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에게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고 진실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
117:2)라는 온 인류의 찬양은 여호와의 이름에 가장 합당한 찬양이며 마땅히
온 인류가 여호와께 드려야 할 찬양이다. 이 찬양에는 여호와만이 전능하신
창조주이시며 진정한 역사의 주관자이시며 통치자이시며 공정하신 재판장이시
며 영광을 받으셔야 할 분이라는 고백이 담겨 있다. 어쩌면 이 시편은 모든
시편이 노래하고 있는 바로 그 여호와에 대한 최선의 찬양이라 할 것이다.
바울 사도가 이 시편을 인용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성하실 구속의 성격을
규명한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롬 15:11). 바울 사도의 혜안이 아니었다면 이
시편은 역사의 한 장을 꾸미는 장식품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울 사도
를 통해 재발견된 이 시편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온 인류
를 구
원하실 것이라는 구속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는 계시로서 그 가치를 유
감 없이 발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