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34)-남자의 길 (딤전 2: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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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길(딤전 2:8a) 

조병수 교수/ 합신 신약신학

고대신화의 세계에서 남자는 돌발적인 자연현상을 헤쳐나가고 무시무시한 
괴물과 싸워 이김으로써 초자연적인 힘과 용맹을 떨치는 영웅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참으로 우스운 일은 지성을 그렇게도 강조했던 르네상스 시대조
차도 고대신화의 사상적 반경을 벗어나지 못한 채 남자를 심지어 운동과 체조
의 만능적인 존재로 이해하여 두 다리를 묶은 상태에서 사람들의 어깨를 뛰어
넘었다던가 아무리 사나운 말이라도 올라타기만 하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이런 남자의 상은 우리 시대라고 해
서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지금도 많은 경우에 남자는 근육질의 상징으로 여겨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랜 인류 역사의 오솔길을 따라 남자가 걸어온 
길이다. 

역시 고대신화의 물리적인 울타리 속에서 살았던 사도 바울도 남자의 길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믿음을 가진 남자는 이방세계의 남자들이 가는 길을 

지 않는다. 사도 바울이 믿음의 남자들에게 원하는 것은 초자연적, 만능적, 
근육질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거두절미하고 간단히 말하자면 사도 바
울은 남자들이 기도하기를 원한다. 사도 바울에 의하면 신앙적인 남자의 길
은 이방적인 신화정신이 보여주는 남자의 길과 달리 기도로 성립된다. “그러
므로 각처에서 남자들이 분노와 다툼이 없이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하기를 원
하노라” (딤전 2:8a). 이것은 힘과 용맹을 자랑하는 남자의 상이 지배하던 세
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뜻밖의 요구이다. 사도 바울 자신도 인정하듯이 기
도란 힘없는 여성이 하는 것이라면 (딤전 5:5) 남자에게 기도를 요구하는 것
은 정말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지 않는가.

기도는 무엇인가? 기도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로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이 자신의 힘과 능력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도는 사람이 무엇인
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부정하는 것이다. 기도는 자신의 힘을 근본적
으로 의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철저하게 비판하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그래
서 기도는 기도자의 자기부인이다. 이 때문에 기도하는 사람은 자신
을 낮추
고 때리며 죽인다. 둘째로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도움과 은혜를 
의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도는 하나님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인
정하는 것이다. 기도는 하나님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절대적으로 대망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도는 기도자가 하나님 앞에서 낮아지
고 복종하며 항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도는 양면적인 성격을 가진다. 기도
란 기도자가 한편으로는 자신의 불능성을 고백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가능성을 수용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자신에의 불신과 하나
님에의 신뢰가 기도의 두 요소이다. 

신의 능력에 호소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며 자부하던 
신화세계의 남자들이 볼 때 사도 바울이 신앙의 남자들에게 기도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유치하며 수치스런 일로 여겨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
만 분명하게 사도 바울은 남자들이 기도하기를 원한다. 사도 바울은 남자들
이 세상의 눈에 어리석고 유치하며 수치스런 길을 가기를 원한다. 사도 바울
은 남자들이 기도함으로써 하나님 앞에서 낮아지고 겸손해지며, 기도함으

써 하나님께 매이고 붙잡히기를 원한다. 사도 바울이 남자들에게 기도하라고 
요구함으로써 바라는 것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낮아지는 것이며,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도 바울은 중요한 것을 알고 있었다. 남자는 기도함으로써 낮아지
지만 높아지며, 약해지지만 강해진다는 것을! 기도는 사람이 비록 자신을 신
뢰하지 않기에 약한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강한 것이기 때문이
다. 기도야말로 진정한 능력이다. 기도는 신앙의 남자가 걸어가야 할 길이
다. 신앙의 남자로서 기도하는 것이 영광이며, 신앙의 남자로서 기도하지 않
는 것이 수치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남자들에게 오직 이 한 가지 일, 기도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신화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
면 신앙의 길을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