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교단 총회의 파행과 교단 주도권 다툼
지난 19일 오후 6시경, K 교단의 제85회 총회가 개회되는
K중앙교회당에서 기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총회 장소 선정에 대해 84회기 총회장측과 임원측의 팽팽한
의견 대립으로 교단이 분열되지 않느냐 하는 우려가 여기저기
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이유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총회
장소를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속칭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
되어 K중앙교회당으로 총회 장소를 결정할 정도로 양측의 대
립이 첨예화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6시 30분, 총회장의 사회로 개회예배와 성찬예식을 마친 후
총대호명에 이어 9시 30분이 지나서야 개회가 선언되었다. 회
의 절차에 대한 이견이 있었지만 임시로 받기로 하고 임원 선
거가 시작되어야 할 때 급기야 응축되었던 문제가 폭발되고
말았다. 한 총대가 비대위의 총회 소집은 불법으로 그 일에 관
련된 인사들의 회원권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동의하자 이어 여
r
기 저기에서 재청이 쏟아진 것이다. 사회를 보던 총회장은 “가
하시면 예 하시오”라고 회원들에게 묻자 여기 저기에서 “예”하
는 소리와 동시에 “가결되었습니다”라고 선언하고 “회원권의
중지 대상을 선정하기 위하여 다음날 9시까지 정회합니다” 하
고 정회를 선포하고 만 것이다.
일순간 총회장소는 밀물처럼 소란이 일어났다. 여기 저기에
서 “불법이요”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몇몇 총대들은 앞으로 뛰
쳐나가고 있었다. 동시에 30-40여명의 총대는 이미 자리를 떠
나 퇴장하고 있었다. 동의 발언이 있은지 불과 3분만에 일어
난 일이었다. 일부에서는 “날치기”라는 고함 소리도 터져 나왔
다. 우려했던 일이 마침내 발생하고 만 것이다.
다음날 오전 9시, 한시간이 넘는 총대 호명에 이어 이번에
는 회의록 채택 문제로 회의는 다시 파행이 되고 말았다. 비대
위의 명단에는 차기 총회장으로 내정되어 있는 부총회장 J 목
사가 있었고, J 목사의 회원권이 박탈되면 총회장으로 선출되
지 못하는 위기 속에서, 전날 결의 내용은 불법이므로 회의록
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회의록대
로 받기로 하자는 주장
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맛 서고 있었다.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
되는 동안 임원의 임기는 1년이므로 현 임원진은 전원 사퇴하
고 연장자로 하여금 사회를 보도록 하자는 동의가 있었지만
사회자는 재청과 가부를 묻지 않고 계속해서 회의록대로 받자
는 측과 삭제를 주장하는 회원들간의 파상적인 발언이 3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급기야 총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긴급동의로 제출되었고
여기 저기서 “재청이요”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이 역시 사회자
는 재청과 이의를 묻지 않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발언권
을 얻으려는 총대들과 발언을 저지하려는 총대들의 몸싸움이
벌써 5차례나 발생하고 있었다. 마치 예정된 수순에 따라 교
단이 분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장내에 가득하게
되었을 때 극적인 타결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증경
총회장 P 목사가 등장해 한시간 반에 걸쳐 지금까지 되어진
비대위 활동의 경과를 상세하게 설명한 후 비대위가 총회를
소집한 것은 잘못이라고 시인하고 사회자의 파행적인 회의 진
행을 지적한 후 양측 대표자와 몇몇 증경총회장이 모
여 현 사
태를 해결하자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P 목사의 중재에
따라 오후 2시부터 속회된 총회는 절차에 따라 진행될 수 있
었고 J 목사가 총회장으로 선출되어 사회봉을 잡게 됨으로써
이틀동안의 총회 파행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신학원 운영에 대한 주도권 다툼이
그 불씨였다. 그것은 신학원에 대한 주도권을 잡은 측에서 지
속적으로 교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
문이다. 이 문제의 이면에는 9개 교단이 합동했지만 피차 신
뢰하지 못하고 신학교 운영권을 차지함으로서 교단에서 주도
권을 잡겠다는 야심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극적으로 파경의 불씨를 잠시 잠재울 수 있었지만 교권을
장악하려는 양측간의 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자의 우려는
잠재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