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공식 인정’에 즈음하여
송영찬 목사
2월 9일부터 뇌사(腦死)가 법적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뇌사자의 장기를 합
법적으로 적출, 다른 환자들에게 이식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를 거쳐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의결 9일부터 법과 시행령이 본격 발효된다. 장기 이식은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골수, 각막으로 한정하되 살아있는 사람의 경우 장기는 신장 2개
중 1개, 골수 및 간장은 일부를 적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장기이식 의
료기관으로 지정 된 병원은 종교인, 변호사, 의사 등 7내지 10인으로 구성
된 뇌사판정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게 된다. 이로써 장기 적출과 배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그동안 불법 상태에서 이뤄져왔던 장기 매
매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시대 건 법보다는 법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그 책임
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공식적으로 뇌사를 인정한다
는 것은 회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뇌사자를 상대로 막대한 시간과 정력
과 금전적 손실을 막자는 데 더 중점이 있는 것이다. 그의 장기를 합법적
으로 적출해 이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공급할 목적으로 뇌사를 인정하
는 것이 아니다. 단지 뇌사를 인정함으로써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자의나
동의에 따라 장기를 적출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다시 말하면 장기를 적출
하기 위해 뇌사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재삼 확인함으로써 그 정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사람들의 판단에 따라 뇌사를 결정할 뿐 뇌사자의 생사까지도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참으로 부득
이한 경우 그 사람에게 딸린 가족이나 사회가 부담해야 할 막대한 손실을
공익적 차원에서 최소화 하고자 하는 최선의 노력일 뿐이다. 그와 같은 예
로는 사형제도가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라도 사람이 자신이나 타인의 생사를 결정할 권한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 되더라도 아직은 살아있는 육
신을 위해 생명유지장치를 계속 가동해야 한다. 그가 다시 소생하기 위해
서가 아니라 적어도 그의 생사를
함부로 결정하지 않기 위한 소극적인 차
원에서라도 그리해야 한다. 지금의 의학 능력으로서는 그것만이 최선의 길
이기 때문이다.
혹 뇌사판정위원이 되어 부득이 뇌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과연 그것만이 최선인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