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혁신
<서평 조주석 실장/ 합신출판부 press@hapdong.ac.kr>
달라스 윌라드/윤종석 옮김/신국판양장/448면/복 있는 사람
설교 능력이 부족하고 독선적이어서 신자가 급감하는 등 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류병과 관료주의병에 걸린 사람은 교회직분을 진급이나 출세수단
으로 생각하고 그 자리를 독점하면서 세도를 부리게 된다.” 모두 상대를 깎
아내리는 말이지 높임이 아니다. 최근 어느 큰 교회에서 공적으로 오갔다고
신문은 보도한다. 당회장과 장로님들 사이에.
치유될 수 없는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마음의 깊은 변화다. “인간의 마음
은 인생의 중앙 살림부서요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그래서 죄로 더럽힌 이
중앙 살림부서가 그야말로 확 뒤집히지 않는다면 답은 없어 보인다. 달라스
윌라드의 <마음의 혁신>(Renovation of the Heart, 2002)은 독자를 그 문으
로 인도한다. 그래서 목회자라면 어느 누구에게라도 먼저 손에
꼭 들려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스도의 구속은 무엇을 목표로 한 것인가? 죄인을 의롭다 하시고 거룩하
게 하시고 영화롭게 하시는 것이다. 쓰레기통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혁신
하는 일이다. 본서는 이 과정에서 ‘거룩하게 하시는’ 과정에 깊이 주목한
다. 지은이의 눈에는 개인이든 교회든 대부분 이 대목에서 고만고만하고 별
진전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왜 고만고만하고 별 진전이 없는 것인가? 그리스도인의 낮은 신앙 수준을 당
연한 것, 슬프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쉽게 포기하는 널리 퍼진 시
각 때문이다. 또 지역교회가 너무 산만하기 때문이다. ‘원리와 절대적 요
소’에 집중하지 못하고 건물, 강대상, 설교의 길이, 음악 형식, 예배순서,
집회시간, 기도원, 교회장지 등 세부적이고 이차적인 것에 너무 집중하기 때
문이다.
더 근본적인 과오는 없는가?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죽어서 천국 갈 준비를
시키는 것이 기본 목표가 됐다는 점이다. 사람들 안에 천국을 들여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천국에 들여놓는 것이 그들의 목표”(406쪽)가 됐다는 것이
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교회 보수진영과
서구교회 주류가 갖는 근본적 과오라
고 지적한다. 그래서 “전도를 지역교회의 일차 목표로 삼는 것은 중대 과오
다”라고 하는 지은이의 고언은 반기독교적인 말처럼 보인다. 분명 이 시대
는 성화보다는 내세의 복락에 관심이 더 많다. 자아숭배에서 자기부인으로 이
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이 기독교인의 삶의 근간인데도 말이다.
자기부인의 길이야말로 천국을 내 안에 들여놓는 지름길인데도 그 길을 마다
한다.
이런 실상을 잘 아는 지은이는 영적 변화라는 해결책을 이 시대 앞에 제시한
다. 영적 변화는 하나님의 주권의 발휘와 인간의 반응(책임)이 만나는 곳에
서 일어난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하나님의 주권이며 어디까지가 인간의 책임
의 경계인지는 사실 구분하기 쉽지 않다. 성경을 봐도 하나님의 주권을 앞세
울 때도 있고, 인간의 책임을 전면에 내세울 때도 있으며, 그 반대일 때도 있
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그렇게 서술한다.
허나 정의하자면, “영적 변화는 자아의 각 본질적 차원이 중생한 의지의 지
휘 아래, 하나님 은혜의 끝없는 주도에 협력하여 실제로 그리스도처럼 변화
될 때 이루어진다”(393쪽)
. 이 핵심 주제를 이처럼 풍부히 풀어내는 책을 다
음 시대에서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성 싶다. 실천적인 차원에서 볼 때 교회
의 거룩함은 개인의 영적 변화로 일궈내는 결과물이라는 지은이의 말은 적확
하다.
과학은 분명 마음을 놓친다. 기껏해야 주변의 물리적·사회적 사회에서 벌어
지는 사건들과 인간 내면생활의 일부 신기하고 중요한 상관성은 지적할지 몰
라도 사람의 마음은 변화시킬 수 없다(28쪽). 은밀한 가운데 보시는 하나님
이 고치신다면 몰라도.
오늘날 교회 밖에서는 세상이 두 눈 부릅뜨고 교회를 지켜보고 있다. 아니 감
시하고 있다. 이 앞에서도 두려움을 못 느낀다면 하늘의 하나님을 두려워 할
개인이나 교회가 어디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