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 안에 감추어진 신비
< 송영찬 국장 dan7777@dreamwiz.com >
성육신(incarnation)이란 신성의 존재이신 그리스도께서 인간과 같이 되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으로 들어오시어 인간의 가난한 처지에 참여하심이다. 바울은 이와 관려해 그리스도께서 ‘스스로를 비우셨다’는 의미를 다음에 이어지는 세 개의 분사구로 설명한다(빌 2:6-8).
① 첫째, 그리스도는 종의 형상(개역성경은 ‘형체’)을 입으셨다.
이 형상(μορφη)은 그리스도께서 종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거나 종으로 가장하셨다는 말이 아니라 종의 본질적이며 특징적인 속성을 받아들이셨음을 의미한다(빌 2:6). 이것은 모든 인류를 섬기는 위치에 자신을 갖다 놓는다는 명백한 목적 때문에 자신의 권리나 특권을 버리고 또한 남보다 유리한 점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하셨음을 강조하고 있다.
② 둘째,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
이것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항상 계셨다’(빌 2:6)는 사실과 날카로운 대조를 보이면서 그리스도가 사람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었음을 묘사한다. 여기에서 ‘같이 되었고’라는 말은 그리스도께서 단지 사람으로 보였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으며, 하나님으로부터 온 이후로 하나님과의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거나 그만큼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신비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이 말은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음을 강조하고 있다(히 4:15).
③ 셋째,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다.
여기에서 모양(σκημα)은 감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외적인 형태나 구조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단어는 본질적이며 영구적인 것이 아닌 표면적이고 가변적인 의미를 함의한다. 이 단어는 성육신하신 그리스도가 외모로만이 아니라 생각과 느낌에서까지 진정한 사람이 되셨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그리스도가 성부이신 하나님보다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보다 더 낮아지게 되었음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낮아짐은 창세전에 예정하신 하나님의 뜻을 이루심으로써 그 뜻을 친히 나타내신 계시적인 사건으로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상에서 보는 것처럼 하나님이셨던 분이 완전하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이 신비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즉 그리스도가 인간으로 육체적이고 정신적이고 사회적이고 영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눅 2:52) 가능성을 지닌 순수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신비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