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빛 소(Purple Cow)”
장귀복 목사_새일산교회
가족과 함께 자동차로 한적한 평원을 여행한다. 그때 수백 마리의 소 떼가
고속도로 바로 옆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수십 킬
로미터를 지나도록 계속되는 이 광경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20
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소들을 외면한다. 한때 경이롭게 보이던 것들이 이
제는 평범하게 보이고, 한 마디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변했기 때문이
다.
낯선 풍경도 곧 익숙해져
하지만 그때 ‘보랏빛 소’가 등장한다면 새로운 흥미가 생겨날 것이다. 이
처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제품과 마케팅 방
식을 버리고, ‘보랏빛 소’와 같은 리마커블(remarkable)한 것을 만들어내
야 한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든(Seth Godin)이 지은 ‘보랏빛
소가 다가온다’(Purple Cow)라는 책의 핵심 내용이다.
그가 이 책에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단어는 ‘리마커블’(remarkable)이
다.
평범함과 일상성을 거부하고 독특함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첫
출간 때 보라색 포장의 우유팩에 책을 담아 판매함으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고, 큰 홍보가 없었는데도 대박으로 이어졌다. 내용상 얼마 전
서점 가를 강타한 ‘블루오션’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지만 ‘블루오션’은
산업과 사업에, ‘퍼플 카우’는 제품과 마케팅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
여튼 근래 마케팅 관련 책 중에서 제일 유명한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목사로서 생각의 초점은 복음을 리마커블하게 전할 수 없느
냐는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전도의 방법에 대해 진부한 느낌을 갖고 있
다. 교인들조차 전도방법들에 대해 식상해 하고 있다. 온갖 전도법이 홍수처
럼 범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도 기독교의 전도방식은 무미건조하다. 믿지 않는 자들이 ‘교회 전도’하
면 먼저 손 사례를 쳐대는 그런 형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진부한 방식으
로 전도가 행해지고 있다.
물론 복음의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 아니 결코 바꾸어서도 안 된다. 하지
만 주님이 말씀하셨듯이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영상시대에 살고 있다. 기타 연주 영상 하나로 세계적 스타가 된 임정현,
‘소속사가 망했어요’라는 제목으로 인기 스타가 된 장성민 등과 같이 UCC
(User Created Cotents) 동영상 하나로 자기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가는 시대
다.
호주의 후안 만이라는 청년은 “Free hugs”(‘공짜로 안아드립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사람들을 안아주는 일을 시작했는데, 친구가 찍어 유포한 동영
상으로 세계 곳곳에서 free hugs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야말로 영상매
체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증대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은 영상시대다. 앞으로는 더할 것이다. 문자시대가 ‘이성 중심’이었다
면 영상시대는 ‘감각 중심’이다. 문자시대가 ‘옳고 그름’을 따졌다면 영
상시대는 ‘좋고 싫음’을 따진다. 문자시대가 ‘자기 절제, 소유가치, 미래
중심’이었다면 영상시대는 ‘자기표현, 사용가치, 현재중심’의 특징을 갖
고 있다.
특히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초등학생들은 영상시대의 한가운데에 서있
다. 그들은 한국교회의 미래고 복음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계승자다. 그런
데 교회는
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가? 주일학생들의 수가 줄어
든다고 걱정하는데, 주일학교를 들여다 보라. 30-40년 전에 했던 방식 그대
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은지.
분명 문자시대의 사고로 복음을 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교회는 영상시대
라는 문화의 틀을 최대한 이용해 그 안에 복음을 담아내야 한다. 성인인 기
독교인들 끼리만의 잔치나 만족이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와 믿지 않는 자들
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리마커블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복음을 담은 동영상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교회로 향하게 하고,
성령의 임재를 맛보게 하는 동영상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인격과 삶을 변화
시키고,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동영상 하나가 부정적이었던 교회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역전시키는 그런 일을 기대해본다면 너무 큰 망상인가?
평범하고 지루하고 진부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세상을 복음화시키고 기독교
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기 어려운 시대다. 교회도 복음을 획기적으로 담아
낼 수 있는 ‘보랏빛 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존의 방식을 고
수한다면 교회의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어
떻게 해야 하나? ‘광고보다도 작은 내면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고든의
말에서 조금의 힌트를 얻을 수 있기는 하다. 리마커블한 외형보다는 리마커
블한 우리 내면의 변화가 중요하다. 사실 내면이 변해야 외형이 바뀐다. 그
러나 궁극적으로는 성령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 마음부터 다시 조각해야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
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약 1:5). 하나님께서 이 시대의
교회에, 특히 우리 합신 교단에 은혜를 주셔서 복음을 역동적 효과적으로 전
할 수 있는 ‘보랏빛 소’를 허락해 주시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