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오고 계실까?_변세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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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 오고 계실까?

변세권 목사·온유한교회, 강원노회장

햇살 가득한 창가처럼 따스하고 편안하셨던 박도삼 목사님이 얼마 전 소천하
셨다. 그분은 한국 교계와 성도들에게 신앙과 인격, 시대적 사명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셨다. 

박도삼 목사 소천하셔

박윤선 목사님을 따라나온 인천의 큰 교회들이 안되겠다고 다시 합동측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도 서해바다의 장수답게 21세기의 선교한국을 미리 내다보
며 외로이 그 자리를 홀로 지키신 인천의 성자이셨다. 안개와 같은 짧은 인
생을 그분은 그렇게 멋지게 사셨다. 
필자는 신학생 시절에 처음 뵈었고 송월교회에서도 섬긴 적이 있다. 몸이 불
편하신 중에도 젊은 나의 건강을 오히려 걱정해주시던 자상한 아버님 같은 
분이셨다. 
우리도 언젠가 이 세상에서 맺은 그 숱한 인연이 한줌 바람에 실려 저 운무 
속에 스러지는 안개가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장구한 인류 역사 
속에 잠시 왔다가 사라질지라도 유한성의 비극을 극
복하고 무한한 영원을 추
구하며 끊임없이 소망의 존재로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사람은 각자의 인생의 각 단계에서 불평과 원망을 하며 살 때가 많다. 그러
나 못난 사람이 항상 조건을 탓하고 연장을 탓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쓸모가 있어서 살려 놓으신 것이 아니다. 조건이 좋든 나쁘든, 거동
을 못하고 누워있든, 반신불수가 되어 있든 정신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하나
님의 사람이요, 하나님의 일군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하나님 앞에 “더 살려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것 보다 
“그때그때 주어진 조건 속에서 하나님 앞에 충성하는 일 외에는 다른 생각
을 갖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해야 한다. 혹 주님 품에 먼저 안기는 자
를 먼저 떠나보내야 할 때라도 “주님께 가시거든 저도 빨리 불러달라고 해
주세요. 그럼 금방 따라 갈게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은 이 땅에서의 마지막 어두움이 아니라 천국을 향한 첫 발걸음이다. 우
리는 모든 욕심을 버리고 초연해야겠다. 그래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때 “이제 시련과 곡절, 아름답고 보람 있었던 일들, 수
많은 인연들을 덮고 자
유인으로 떠나려니 자성과 후회 그리고 미안함과 감사
함뿐이다. 나 이제 떠나려 한다. 먼동이 트기 전 천지에 자욱한 안개속 길
을 자꾸만 되돌아보면서 미지의 저 속 주님의 품을 향해 떠나고 싶다.” 이
런 고백을 하며 주님의 곁으로 가고 싶다.
오늘도 또 비가 내린다. 어디론가 강줄기를 따라 희미한 물빛안개가 젖은 산
허리를 휘감고 저만치 걷는다. 강위로 하얀 안개가 밀려가고 있다. 

안개처럼 가는 인생

저 사월의 물안개 속에서도 푸른 산하를 향하여 영원히 젖지 않고 빛나는 햇
살이 눈부신 생명의 빛으로 비추어오듯 절망 속에서 소망을, 혼돈 속에서 질
서를, 죽음에서 생명을 일깨우며 우리에게 다시 오실 그분은 지금 어디쯤 오
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