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북경칼럼> 전쟁에서 졌다고 자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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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졌다고 자살해야 하나?

김북경 목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총장

나의 아내가 이때까지 공공장소에서 입장을 거부한 일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서울에 있는 어느 교회인데 건축양식이 고딕형식이라서 들어갈 기분이 
안 난다고 하면서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교회인데 한국건축양식을 따라 지었
으면 얼마나 아름다웠겠냐고 하면서… 또 한번은 폴란드 여행 중 아우슈비츠
를 방문했는데 너무 비참한 광경일 것 같아서 안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나치정부가 6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대표적인 감옥이 아우슈비츠이다. 지
난 1월 26일은 연합군에 의해서 아우슈비츠가 해방된 지 60년이 되는 날이었
다. 이날 독일의 슈뢰더 수상은 또 한번 유대인과 세계를 향해서 공식 사과
를 했다. 이런 일이 지구상에서 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말이다. 2차
대전 후 독일의 수반은 매년 자기 조상들이 인류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 
기념행사 때만 되면 사과에 사과를 거듭하고 있다. 언제까지 사과를 해야 죄
의식을 
청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매년 사과를 거듭하는 독일 수상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는 신나치주의가 일어나고 있다. 소수라고는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극랄한 소수가 미디어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신나치주의라고 
하면 우선 반 유대주의를 의미하고 동시에 반 이민 정책을 표방한다. 영국에
도 유대인들이 많이 정착해 살고 있다. 최근에 유대인 공동묘지에서 무덤과 
비석을 파손한 사건이 있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죽어서까지도 핍박
받는 민족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천생 앙숙이다. 그런데 유럽연합이 생긴 후에는 둘이 짝짜
꿍이되어 유럽연합의 증축을 이루고 있다. 아니 이제는 더 이상 서로 싸우
지 말자고 만든 것이 유럽연합이다. 이 두 나라는 같은 유럽인이면서도 그렇
게 다를 수가 없다. 독일인은 게르만민족이요 프랑스인은 라틴민족이다. 물
과 기름이 다른 것과 같다. 독일인은 일하기 위해서 사는 것 같고 프랑스인
은 즐기기 위해서 사는 것 같다. 독일인은 살기 위해서 먹고 프랑스인은 먹
기 위해서 사는 것 같다. 프랑스인에게 음식은 예술이다. 

극단의 두 나라가 공통 유익 추구해

독일인은 
유머감각이 없다고 한다. 하도 웃을 줄 몰라서 웃는 방법을 가르치
는 학교가 있다고 한다.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결과일가? 영국 사람
들은 혼인 상대의 구비 조건 중의 하나로 유머를 꼽는다. 혼인 생활은 신혼
여행의 연속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Don’t take your life too 
seriously)라는 말을 영국에 와서 처음 들었다. 심지어는 영국 여왕이 신년
메시지에서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백성에게 부탁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의 사전적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를 들어보자. 영국에서 한국 목사 한 분이 영어를 배우러 영어학원에 다니
고 있었다. 젊은 외국 학생들이 이 목사에게 “…야”하고 이름을 불러댔
다. 이 목사는 화가 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며칠을 끙끙 앓았다고 한다. 자
기 직위에 신경을 너무 쓴 결과다.

체면 때문에 분내는 사고 방식 버려야

또 한 예로는 2차 대전 중 일본군은 동남아에서 포로로 잡힌 서양 군인(대개
는 영국 군인과 호주 군인들)을 멸시했다고 한다(콰이강의 다리를 기억하는
가?). 그 이유는 일본 군인
들은 포로가 되기보다는 자결을 택하는데 서양 군
인들은 비굴하게 투항해서 포로 생활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일본인은 남자가 칼을 한 번 뽑았으면 적을 죽이든지 그렇지 않으면 자기 배
에 칼을 꽂아야 하는 줄로 안다. 반면 서양인은 하나밖에 없는 귀한 인생을 
전투에 졌다고 해서 자살한다는 것은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
일 게다. 
전자의 문화는 명예(체면)문화요 후자는 기독교에서 나온 문화라고 할 수 있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