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다람쥐야 미안해_ 박순옥 작가
에세이
다람쥐야 미안해
박순옥 작가 (시인, 수필가)
문화생활이라는 미명으로 저지른 탐욕과 죄악의 흔적들은 수많은 다람쥐들을 슬프게 만든다
가족들이 직장으로 학교로 떠나고 난 뒤의 집안은 마치 폭풍이 지나간 다음처럼 어지럽다. 여기저기 널려진 옷가지와 열린 신발장, 식탁 위의 식기들과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이부자리 등 무엇 하나 제자리를...
[10월의 시] 시월, 함께 걸어요_김영배 목사
시월, 함께 걸어요
김영배 목사(샘터교회), 시인, <한울문학>으로 등단
밤새 남몰래 동녘을 뚫고 나온 고요한 새벽,
산길 가르는 하얀 눈 위를
걷는 나그네처럼,
하얀 캔버스에 꿈을 그리는 화가처럼,
햇병아리 티를 그대로,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처럼,
처음 엄마둥지를 떠나 나는 새처럼.
함께 걸어요.
...
|에세이| “방이 없습니다”-합신...
에세이
“방이 없습니다”
- 합신을 은퇴하면서
<조병수 교수 | 합신, 신약학>
학교는 다음 세대의 교회를 책임질 인물을 길러 주고
교단은 학교를 신뢰하고 적극 후원해 주기를
여름 방학이 한창일 때, 개강하면 학교 연구실로 찾아뵙겠다는 누군가의 말에, 다음 학기부터는 학교에 내...
|세계의 신앙 명시| 들으려거든 고요히 귀 기울이오 _...
세계의 신앙 명시
들으려거든 고요히 귀 기울이오
<헬렌 스타이너 라이스>
고요히 푸른 잎새 자라나고
고요히 부드러운 흰 눈 내리며
고요히 꽃송이 피어나고
고요히 햇살이 방을 채우며
고요히 영롱한 별 비치고
고요히 우단결 밤도 다가온다오
또한 고요히 하나님 임재하시어
고뇌하는 가슴을 죄에서 놓아 주시니...
|에세이| 가을날 황혼의 빛처럼 나에게도 _ 윤여성 목...
에세이
가을날 황혼의 빛처럼 나에게도
<윤여성 목사 | 열린문교회 | 시인>
일방적이 되어 관계를 파괴해 버린
이 노령기 사회의 치매는 죽음보다 더 아프지 않은가
잠시 한나절 우리에게 쉼을 주시려고 누이 집에 가셨던 어머님을 다시 모시고 오는 길이다. 자꾸 혼잣말로 ‘내 집은 어디...
|9월의 시| 태양을 바라볼 때까지는 _ 최해혁 시인
9월의 시
태양을 바라볼 때까지는
최해혁 시인
내 여기서 고개를 들지 않는 것은
하늘과 약속한
약조가 있기 때문이요
나의 눈 몇 배 시린 기쁨 안으려
땅 속에 빛 찾는 무리처럼
꾸준히 걸어야 하는 현실 때문이요
...
|시가 있는 에세이| 주님의 얼굴 보라 _ 신규철 장로...
시가 있는 에세이
주님의 얼굴 보라
<신규철 장로 | 시인, 송월교회>
찬 송
찬송은 어디에서 오는가?
뻐꾸기 소리 들리는 숲속
숲속에서도 마당이 있는 작은 교회당
하루 종일
논밭에서 일하고
조용한 불빛 아래 드리는 수요기도회
그 곳에 모여 앉아 간곡히
목청 높여 기도하...
|한국의 기독교 시| 묵시 _ 박이도 시인
한국의 기독교 시
묵시 默示
박이도
오래 전 그것이 내 앞에 나타난다
하루가 가면 새 날인데
오래 전 그것이 또 나타난다
강바람에 물 냄새 맡으며
하염없이 따라가던 강둑길
하구의 질펀한 뻘밭에서
아
나는 바다가 있음을 처음 보았다
그때
어두컴컴한...
|한국의 명시| 꽃구름 속에 _ 박두진
한국의 명시
꽃구름 속에
박 두 진
꽃바람 꽃바람
마을마다 훈훈히
불어오라
복사꽃 살구꽃
화안한 속에
구름처럼 꽃구름 꽃구름
화안한 속에
꽃가루 흩뿌리어
마을마다 진한
꽃향기 풍기여라
추위와 주림에 시달리어
한겨우내 움치고 떨며
살아...
|초대시| 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 _ 김윤환 시인
초대시
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
김 윤 환
달력도 없고 신문도 없는
까띠뿌난 마을에
손톱에 때를 묻히며 그는 서 있다
십자가도 초라한 예배당 모퉁이에
뽀얀 살의 내가 부끄러이 고개 숙이니
곱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