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뜨락] 존경스러운 인생_장인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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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뜨락

존경스러운 인생

힘든 시대일수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에서 존경스러운 인생을 산다면 좋겠다

장인선 작가(수필가)

 

요즘에 참 존경스러운 분은 내 치료를 담당해 주시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다.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말을 그분에게는 할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이만큼이나마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고 또 그 선생님의 덕이 크다.

 그리고 늘 존경스러운 분으로는 주님의 은혜를 깨우쳐 주시는 목사님이 계신다. 목사님들은 코로나19로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하고 어려움 속에 있음을 안다. 이런 고난 속에서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며 말씀을 가르쳐 주시는 그 사역이 매우 귀하고 존경스럽다. 내가 아는 어떤 할머니는 늙으면 잠이 잘 안 온다면서 새벽 예배에 가서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자장가 삼아 교회에서 주무시고 오시는 경우도 있었다.

 또 존경스러운 분은 거의 100세 되신 분인데 부인의 병 수발을 근 10년간 하신 세계적인 석학이시다. 그분은 “병 수발로 고생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렇게 살았던 10년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노라“고 하셨다. 그런 지식인이 그렇게 겸손 소박하게 사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부자라면 물론 좋겠지만 그다지 부럽지는 않다. 그저 의식주만 소박하게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움직일만한 건강이 있다면 더욱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사람들이 나를 회피하지만 않으면 족하다. 그런데 사실 내가 진심으로 부러운 것은 존경스러운 사람들이다. 마땅히 존경을 받을 만한 인생을 사는 것이다.

 어느 날인가 책에 나온 부부와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온 여자를 비교해 본 적이 있다. 책에 나온 어느 부부는 재물보다는 그야말로 성품이 부자이고 배려할 줄 알고 겸손한 사람들이었다. 드라마 속의 여자는 가진 것은 돈밖에 없는 사람인데 모두가 자기를 부러워 할 것이라는 큰 착각 속에서 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여자는 너무 불쌍했고 또 자신의 가족까지도 불행의 늪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 여자는 자기가 가진 환경이 너무 좋아서 주인공인 여자가 자기 집에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아들을 꼬여서 집을 나가게 했다며 주인공 여자를 나무라고 있었다. 그러자 주인공 여자는 “진정하세요. 사모님. 저와는 아무 사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그 집은 제가 싫어요!”하고 피를 토하듯 외쳤다. 드라마이지만 참 보기가 민망했다. 우리 사회엔 실제로 남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부자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부자이면서 남을 돕고 겸손히 존경 받는 인품이라면 얼마나 더 좋겠는가?

 또 한 분의 존경하는 할머니가 계신다. 근 90이 되신 분인데 젊어서 굶기도 많이 하셨다고 하셨다. 그분은 옷을 잘 만드신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 멋지면서 편한 옷을 만들어 봉사 활동까지 하신다. 그 연세에도 눈이 매우 좋으셔서 재봉틀 바늘을 젊은이들보다 훨씬 잘 꿰신다. “젊은 사람이 왜 이리 골골해?”라고 웃으시며 내게 자주 면박을 주셔서 마치 내가 진짜 젊은 사람인 줄 착각하곤 했다. 그분에 의하면 50대는 아기, 70대는 아가씨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지금 내 나이가 60대 초반이니 그분 계산대로라면 나는 초등학생인 셈이다. 이렇게 늙어서도 젊게 사시고 남을 밝게 해주며 좋은 일로 봉사하시는 분들은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나는 장애가 있지만 아직 젊은 편이니 남은 인생이나마 누군가에게 존경 받는 사람이고 싶다. 이렇게 힘든 시대일수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에서 다들 존경스러운 인생을 산다면 더더욱 좋겠다.

 

* 장인선 작가는 몸이 연약하고 불편함에도 믿음으로 살며 많은 수필을 발표하여 감동을 나누고 있다. 저서로는 주님의 품으로 돌아갈 때(1990), 이 시간이 있음으로(1992), 만일 한 가지 소원만 말하라면(1994), 아픈 마음의 노래(1996), 작은 사랑의 노래(2001), 허물(2003), 가난한 여자의 행복(2007), 어른 아이(2016), 내가 행복한 이유(202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