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강| 교회 공동체 내에서 건강한 자기대상 경험의 중요성 _ 박은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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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강

교회 공동체 내에서 건강한 자기대상 경험의 중요성

<박은정 교수 _ 웨스트민스터신대원 상담심리학/놀이치료교육학>

 

거울 자기대상 경험은 개인이 자존감을 갖게 해 주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지각하게 한다

이상화 자기대상경험은 개인의 안정감과 보호됨,
교회공동체의 안정감과 하나님을 향한 집중으로 연결된다

가정, 사회에서 쌍둥이 자기대상경험이 없는 개인도
교회공동체에 소속되면 그것을 체험할 수 있다

 

대상관계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 1913~1981)은 인간이 신체적 호흡을 위해 산소를 필요로 하듯 심리적 호흡을 위해서는 공감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하였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전인적 인간으로써 가장 중요한 호흡이 살아계신 하나님과 연결됨을 확인할 수 있는 영적 호흡, 즉 기도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산소가 필요한 신체적 호흡과 심리적 호흡이 중요한데 특히 인간이 건강한 심리적 호흡을 하기 위해서 코헛은 건강한 자기대상(self-object)과의 관계경험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자기대상은 본래 아기에게 필요한 심리적인 양육을 제공해 주는 주양육자를 뜻하였다. 코헛은 이와 같은 건강한 자기대상 관계가 어린 아기 시절 뿐만 아니라 일생동안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바로 죽기 직전까지 인간은 자기대상의 긍정적이고 적절한 공감을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자기대상의 공감이 성장과정에서 결핍되었거나 아이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좌절을 경험하면 개인은 건강한 자기를 형성하지 못한 채 자기의 성장이 멈추거나 왜곡되고 결손 된 상태를 보이게 된다. 이것을 정신분석적 상담으로 치유하려면 발달 과정에서 방해받은 건강한 성장을 긍정적 자기대상이 되어 줄 상담사와의 분석 과정에서 받는 공감을 통해 다시 성장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상담사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삶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기독교상담 전문가라면 그와의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는 상담사의 성숙한 영성 안에서 심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공감 받는 특별한 호흡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건강한 자기대상 경험을 통한 심리적 공감, 즉 심리적 호흡이 필요한 개인들에게 가장 좋은 공동체 경험은 무엇보다 교회 공동체 경험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 이유는 건강한 자기대상 경험의 3가지가 바로 교회공동체 내에서의 관계 경험으로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자기대상 경험의 첫 번째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object) 경험이다. 거울 자기대상이란 개인이 서로를 향해 늘 미소를 짓고, 긍정하는 눈길을 보내주며, 반짝이는 눈으로 사랑스럽게 쳐다봐 주는 대상 경험이다. 누군가가 자기를 쳐다보며 즐거워하고, 자기를 인정해 주며,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도록 해 주는 대상들을 경험하면서 개인은 서서히 자기 내면에 ‘나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과 의식을 갖게 된다. 거울 자기대상 경험은 개인으로 하여금 세상을 긍정적으로 지각하게 한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으로 하여금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위대함을 보이며,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할 수 있도록 한다. 꿈이 있는 개인으로 만드는 정서적 경험들은 거울 자기대상들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이런 기능을 반복적으로 제공받으면 개인은 스스로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어린 자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씩 생기면서 주양육자에게 이를 긍정적 시선으로 공감해주기를 요구할 때 부모가 그 요구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 오히려 자기애적이고 버릇없는 과시적 요구는 감소한다. 그리고 주위에서 긍정적인 시선을 받은 어린아이는 자기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게 된다. 또한 이들이 자기만 알아달라는 자기애적인 요구들은 자신의 현실적 기능에서 가능한 것을 실현하게 하는 자존감이 주는 즐거움으로 대치된다. 그리고 이러한 건강한 과대자기는 개인이 미래에 갖게 되는 건강한 꿈으로 발전된다.

코헛은 개인이 항상 자기의 위대함과 완벽함을 증언해 줄 ‘중요한 타자’를 갈망하는데, 이러한 자기애적 에너지가 풍부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자랑스럽게 봐주는 엄마(주양육자)의 눈빛’ 즉, 거울과 같은 공감을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공감을 받은 개인은 건강한 꿈과 포부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교회는 어느 공동체보다도 이러한 거울자기대상의 기능, 즉 긍정적이고 자랑스럽게 바라봐 주는 시선을 통해 서로에게 긍정적 자기대상 경험을 통한 심리적 호흡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가정에서의 거울자기대상 경험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많은 사역자들과 성도들은 교회 내에서 자신을 격려해 주고 자랑스럽게 여겨 주신 많은 영적 양육자들에 의해 꿈을 키워왔고 필자 본인도 교회학교 시절 전도사님, 강도사님들과 청년부 시절 목사님들께서 늘 긍정적인 시선으로 “하나님 안에서 꿈을 키우고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를 해 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마음에 생생히 남아 지금까지 신앙 안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 건강한 자기대상경험은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object) 경험이다. 이상화 자기대상은 개인이 안정감과 보호됨을 느끼게 해 주는 대상이다. 거울 자기대상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한 개인은 자기 외에도, 자기보다 더 위대하면서 힘과 능력도 뛰어난 존재가 있음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개인은 전능한 힘과 완벽함을 지닌 이러한 대상과 하나가 되는 심리적인 경험을 하면서 모태에서 느꼈던 최고로 공감 받는 상태를 유지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상화 자기대상 경험은 주로 부모가 개인에게 위대한 존경의 대상이 될 때 생긴다.

부모가 객관적으로 어떠한 모습인가와 상관없이 어린 자녀의 눈으로 볼 때 부모의 행동은 대단한 모습으로 보인다. 자녀는 자신이 위기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부모가 구해 주고 책임을 져 주리라는 확신을 갖는다. 이러한 부모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어린아이는 세상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으로 하여금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구해 줄 전능자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한다. 개인은 위대한 부모를 바라보며 그 부모의 내면적 가치와 이상들을 자기의 내면적 가치와 이상들로 만들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천 부모에게서 건강한 이상화 자기대상을 경험한 자녀들은 부모가 먼저 믿은 하나님을 자신의 구세주로 고백하고 평생 신앙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고요함과 안전에 대한 감각도 이상화 자기대상 경험에서 나온다. 개인의 주변에 존경할만한 자기대상이 있다는 것은 개인의 자기 상황 안에서 두려움 내지는 불안이라는 감각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안전, 고요함, 안정의 감각은 이상화 자기대상과의 관계에 계속 내재되어 있음으로써 획득된다고 할 수 있다. 내면화된 부모의 이상들과 가치들은 개인에게 그의 행동에 대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개인들은 이상화된 자기 대상들과 관계 맺는 것을 지속함으로써 현실적인 이상과 목표, 가치를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대상과의 관계는 개인의 성격 발전에 있어 결정적인 것으로 작용하는데, 이상화 자기대상은 개인들의 삶을 지도하는 것으로써 기능하기 때문이다.

필자 본인에게 하나님 다음으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들은 목사님이신 아버지와 사모님이신 어머니이시다. 두 분은 어려운 개척교회 생활을 하시는 동안도 필자의 어린 시절부터 오빠와 필자 두 사람이 학위 공부를 마칠 때까지 기도와 눈물로 헌신적인 돌봄을 아끼지 않으셨다. 두 분은 지금까지도 늘 자녀 손들의 본이 되시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집중하시고 기도하시는 믿음의 본을 보여주셨기에 지금까지도 필자의 건강한 이상화 자기대상들이 되어 주고 계신다. 또한 일반 성도들에게도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교회공동체 내에서 목회자와 사역자, 성도 간에 서로 존경하고 존중하는 이상화 자기대상경험은 교회공동체의 안정감과 하나님을 향한 집중으로 연결되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object) 경험이다. 쌍둥이 자기대상은 개인이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하면서 같은 공동체로써의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대상이다. 이것은 개인에게 부모가 하나의 모델이 되어 주고 잠재력을 자극하도록 ‘같음’의 경험을 제공하는 대상을 말한다. 영아들은 태어났을 때 스스로를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서 경험하지 못한다. 오히려 인간됨의 느낌은 다른 누군가와 같음을 느끼는 능력, 자신을 돌보는 공감적인 양육자에게 의지하는 것에 달려있다. 이러한 자기대상관계는 인간 상호관계에 있어 가장 빠른 시기에 일어나는 가장 원초적인 것이다.

쌍둥이 자기대상 경험은 주로 자녀가 부모와 함께 어떤 일 혹은 활동을 할 때 느끼는 개인이 가지는 내면적 정서 경험을 의미한다. 이것은 소녀가 엄마와 더불어 부엌에서 밥이나 반찬 등을 만들 때 엄마의 일을 거들면서 함께 기뻐하는 정서적 경험이며 소년이 아버지와 더불어 도구를 가지고 집에서 해야 하는 작업을 함께 할 때 느끼는 정서적 경험도 해당된다. 이러한 부모 또는 주위의 건강한 어른과 함께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을 경험하며 어린아이는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킨다. 이렇게 부모와 함께 특정한 일들을 해 나가면서 부모가 하는 일을 보고 배우고, 훗날 그와 비슷한 일들을 해 나갈 수 있는 기본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다.

요컨대 어떤 대상과 함께 어떤 활동이나 일을 하면서, 그 대상과 자기가 마치 쌍둥이처럼 느껴지는 정서적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마치 쌍둥이가 서로 이심전심을 느끼듯이 개인이 부모와 더불어 이심전심을 느끼는 순간, 그 개인은 일체를 느끼는 자기대상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쌍둥이 자기대상 경험은 기술의 습득이나 재능의 개발에 있어 필수적이다. 마치 도제의 관계처럼 개인은 부모나 선생님, 종교적으로 존경하는 대상과 긍정적 대상관계를 유지하고 그 관계의 지속을 통해서 중요한 기술을 하나씩 하나씩 배워 나간다. 아무리 큰 꿈과 이상을 지녔다 하더라도 누군가 실제적인 기술을 가르쳐 주는 대상을 만나지 못한다면 좋은 재능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쌍둥이 자기대상 경험은 심리적인 삶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전문가로서의 삶에서도 중요하다. 교회는 남녀노소가 모두 하나님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목표 아래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함께 훈련받는 쌍둥이 자기대상 경험의 생생한 체험 공간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쌍둥이 자기대상경험을 공급받지 못하는 개인이라 할지라도 교회공동체에 소속되는 순간 그는 쌍둥이 자기대상경험을 자동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로움의 시대인 요즈음 교회공동체 내에서의 소속감은 건강한 자기대상 경험을 통한 심리적 호흡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거울 자기대상경험, 이상화 자기대상경험, 쌍둥이 자기대상경험의 3가지 건강한 자기대상경험은 영적, 심리적으로 척박한 이 시대에 교회공동체가 어떻게 성도들을 전인적으로 호흡하게 할 수 있는지에 관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여러 노력과 시도들을 통해 세상에서 상처받고 외로운 개인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영적, 심리적, 신체적으로 숨을 쉬고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과 돌보심을 경험하게 되기를 필자는 오늘도 기독교상담 사역 현장에서 간절히 간구하고 있다.

* 박은정 교수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이화여대대학원 목회상담학 박사.
<역서>_ 제임스 돕슨 <가정에서 다투는 아이들>, <낮은 자존감으로부터의 해방>, 마지 르위스 <상처입은 부모들을 위하여> 등 다수. 웨스트민스터신대원 평생교육원장 역임. 현재 웨스트민스터신대원 상담복지학부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