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필 >
감사와 행복
< 장인선 수필가 >
모든 사람들이 나를 향해 돌을 던진다고 해도 나는 자신 있게 그리고 분명히 “나는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다른 병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다가 상대방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면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래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 사실 내가 처음 아팠을 때는 벌써 사십 년 전이다. 아마 그래서 내가 그 병으로 아픈 것에 대해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혈압이나 당뇨같이 꾸준히 전문적인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 잘 살아 갈 수 있다. 문제는 환자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 하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 정신과 환우들이 오히려 세상의 편견을 만드는 원인 제공자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봐서 기분이 나쁘다고만 하지 말고 우리는 더욱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하고 또 많은 면에서 오해받지 않으려고 한다면 시간이 지나 우리에 대한 편견도 조금씩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살면서 누구를 도울 만큼 착하지는 못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 경우는 스무 살에 아팠고 약 두 달 정도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때 나는 내가 왜 하필 이런 병에 걸렸냐고 내가 믿는 하나님께 따졌다. 치료 후가 더 고통스럽고 힘이 들었다. 기독교인이 아니면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 때 분명히 찬송가 “주 안에 있는 나에게”가 내 귀에 울려 퍼지고 주님의 위로의 음성을 들었다.
그 후 나는 나름 혼자 열심히 성경 공부도 하고 의사 선생님의 치료도 열심히 받았다. 하박국 선지자의 고백처럼 소유가 풍성하든 않든 언제나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을까? 나의 건강과 형편을 볼 때 주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다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 생명과 평화의 밤_그림 배명식
그래도 이 상황에서 내가 행복한 이유는 나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미련을 버리고 얼른 포기한다는 점이다. 유행가에 “포기 하지 마!”라는 제목의 노래가 인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능력이 있는데도 노력을 안 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한계가 분명한 나 같은 사람은 계속해서 포기를 안 하고 능력이 없는 그 일에 미련을 갖고 있으면 자신도 불행하고 주위 사람들까지 힘이 들게 한다.
얼마 전에 나도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꿈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립할 능력이 없다. 그것이 사실이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나도 편하며 상대방에게도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자립을 고집하며 장애인 시설이나 아주 적은 장애인을 위한 아파트로 간다면 나도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같이 사는 언니를 아주 인격이 형편없는 사람으로 만들기 쉬울 것이다.
또 한 가지 행복한 것은 언니와 내가 많이 다르지만 함께 살아간다는 점이다. 언니는 아주 경우가 바르고 차가운 지식인이다. 이 세상에 100%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냥 싫건 좋건 간에 서로 맞춰 가며 살아야 한다. 지지고 볶고 사는 것이 가족이고 그것이 사람이 사는 모습이다. 나도 물론 힘이 들지만 언니도 답답한 나를 섬기며 사는 것이 많이 힘들 것이다.
그런데 나는 자주 나만 피해자라고 우기는 것 같다. 언니가 있어서 항상 보호해 주고 좋은 집에서 참으로 편하게 산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고 무슨 일만 생기면 항상 “나는 약자니까.”하고 내가 먼저 서운해 하는 것을 합리화시킨다. 정말 나쁘고 못된 생각이다. 내 자신이 예순 살의 어른으로서 대접만 받으려고 하지 않고 조금은 더 성숙한 어른이 되면 좋겠다. 항상 언니는 주님이 맺어 준 끊을 수 없는 자매이고 천륜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세상에 아주 “완벽한 동그라미”인 사람은 없다고 한다. 우리는 항상 어딘가가 부족한 동그라미라고 한다. 그래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것이 가족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 나보다 멋진 언니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나는 말 할 것도 없다. 서로 살면서 맞춰 가는 것이 좋고 상대방이 변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맞춰 가는 어른다운 어른으로 변화하면 좋겠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이다.
* 장인선 작가는 몸이 연약하고 불편함에도 믿음으로 살면서 많은 수필을 발표하여 주님의 은혜와 감동을 나누고 있다. 저서로는·주님의 품으로 돌아갈 때(1990. 12)·이 시간이 있음으로(1992. 11)·만일 한 가지 소원만 말하라면(1994. 6)·아픈 마음의 노래(1996. 5)·작은 사랑의 노래(2001. 2)·허물(2003. 3)·가난한 여자의 행복(2007. 12)·어른 아이 (201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