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 김용진 목사, 도산제일교회 >
예수님이 사역하셨던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삶을
이해하며 영적인 눈이 밝아지다
지난 3월 13일부터 18일까지 5박 6일간 기독교개혁신보사와 (주)다비드투어와의 협찬으로 합신 농어촌 목회자를 위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하고 왔다. 예루살렘과 유대 광야, 갈릴리 바다와 가이사랴를 중심으로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배우고, 깨닫고, 느끼며 예수님과 성경과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돌이 많은 작은 산들 위에 세워진 예루살렘은 화려하지 않지만 깨끗하고 소박했다. 모든 건물의 외벽이 ‘예루살렘 스톤’(Jerusalem Stone)이라 불리는 똑같은 형태의 돌로 아름답게 지어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예루살렘은 예수님의 사역과 십자가 고난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의 역사적 사실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주기도문 교회, 예수님 눈물교회, 겟세마네 교회, 예수님 무덤 교회, 베드로 통곡 교회, 베데스다의 못, 십자가의 길을 통해 주님의 사역과 고난당하신 현장을 느껴볼 수 있었다.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무너뜨려지리라고 하시던 주님의 예언대로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과 유일하게 남아 있는 통곡의 벽에서 지금도 기도하고 있는 유대인들을 보면서 빌라도 총독에게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치며,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하던 그들의 말대로 이루어진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이는 야드바쉼이라는 유대인 학살 추모관을 관람하면서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얼마나 두려운 말씀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하였다.
말로만 듣던 유대 광야 와디켈트.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산들과 광야가 끝없이 펼쳐진 모습을 보면서 이곳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만나가 아니면 살 수 없는 곳임을 실감케 된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광야를 지나면서 다듬어지고, 겸손해지고 주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광야와 같은 세상살이를 통해서 시험과 연단과 훈련을 받지만 광야는 우리에게 주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복의 통로가 된다. 예수님께서도 성령에 이끌리시어 사십 일을 밤낮으로 금식하신 후에 마귀에게 시험을 받고 말씀으로 물리치셔서 우리에게 교훈을 주셨다.
광야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가장 오래된 사해 구약 사본이 발견된 쿰란 동굴과 사해 바다를 만난다. 쿰란 공동체는 주전 150년에서 주후 68년 사이에 도시의 유혹을 떠나 사막의 고독을 찾아들었다. 그들은 사해가 내려다보이는 이곳 광야에서 구약 성경 사본을 기록하고 함께 기도와 명상과 공부를 하며 생활했다고 한다. 그들이 기록한 사해 사본은 그때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레닌그라드 사본보다 무려 1,000년이나 앞선 것이어서 그 귀중함을 더하고 있다. 오늘날 지나치게 바쁜 사역 의 현장에서 시간에 쫓겨 조용한 기도나 말씀 묵상의 여유가 적은 우리로서는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사해에서 가만히 누워 있어도 몸이 둥둥 뜨는가를 체험하고 몸에 진흙을 발라본 뒤 요단강을 따라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갈릴리 바다를 만나게 된다. 요단강은 한강과 같이 넓고 물이 넘쳐흐르는 강이 아니라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마치 실개천과 같은 모습으로 보였다.
베드로와 많은 제자들이 고기를 잡던 갈릴리 바다에 도착하면 지금까지와 다른 자연의 풍요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헐몬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갈릴리 바다에 모여들어 주위의 모든 산들은 울창한 나무숲을 이루고 넓은 풀밭이 펼쳐져 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많은 무리들에게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라고 팔복을 가르치셨고,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베푸셨다. 그리고 실의에 빠져서 갈릴리 바다에서 다른 제자들과 함께 고기를 잡던 베드로를 만나주시고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을 먹이라”고 그를 격려해 주시며 다시금 사명감을 일깨워 주신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갈릴리 바다에서 배를 타고 선상예배를 드렸고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찬양했다.
마지막 여정은 지중해가 넓게 끝없이 펼쳐진 해안 도시 가이사랴. 2,000년 전 헤롯왕이 건축하여 당시 로마황제인 가이사랴에게 헌납한 도시이다. 폭군이며 건축광인 헤롯이 12년에 걸쳐 만든 선박 접안 시설과 전차 경주를 했던 원형 경기장, 지금도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야외극장과 헤롯의 궁전 터와 신전 등 지난날의 화려했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주일이 되기 전에 돌아오는 5박 6일의 일정이었으나 예수님께서 태어나시고 자라시고 사역하셨던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스라엘을 돌아봄으로써 영적인 눈이 더 밝아진 느낌이 든다. 여행사의 배려로 좋은 숙소와 식사, 항공편, 여행 가이드 등 모든 일정이 불편함 없이 이루어진 것을 감사드린다.
이번 이스라엘 성지 순례는 기독교개혁신보사 사장 황인곤 장로와 (주)다비드투어의 이윤 사장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주)다비드투어는 회장 정중렬 장로가 운영하는 성지 전문 여행사로서 여건이 힘든 목회자와 사모들에게 성지 순례 기회를 주고 있고, 올해부터 어려운 농어촌 목회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여 이후 매년 진행하도록 애쓴다 하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여행은 우리에게 일상을 떠나 마치 타임머신을 타듯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당시의 숨결을 느끼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이스라엘 성지 순례는 2,000년 전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주님의 말씀을 되새기고 행하신 일들을 살펴볼 수 있는 큰 선물이다. 머잖아 이 땅에 다시 오셔서 우리를 인도하사 천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실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