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창을 열어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자
– 합신 신학생들을 위하여 –
2017학년도 75명의 신입생들이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선발되어 입학식을 기다리고 있다. 무척이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사명의 길로 들어선 귀한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축하를 보낸다.
모든 신학교들이 좋은 학생들을 확보하려 노력하지만 적어도 합신의 입학생들은 처음보다 나중이 더 좋은 목사 후보생들로 졸업할 것임을 믿는다.
이를 위해 3년간의 길지 않은 시간에 상당히 바쁜 생활을 한다. 방대한 신학들을 빠른 속도로 익히고 일정한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게다가 지교회에서 사역도 해야 한다. 그러므로 관심 있는 개별 과목에만 진력하기에는 녹록치 않다. 이 점을 기억하길 바라며 신입생과 기왕의 재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당부의 말을 건네려 한다.
먼저, 자신이 익숙한 신학과 신앙에 고집스레 안주하지 않고 학교에서 배우는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체계로 전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싫다면 애초에 신앙 노선이 맞는 학교를 선택했어야 옳다. 3년간 개혁신학을 배우고도 목회 현장에선 잠복기가 끝난 다른 신학을 표출하여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다. 3년은 단지 라이선스의 기간이 아니다. 자신이 변화, 발전되고 성숙돼야 하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그러므로 열의를 갖고 개혁신학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개혁주의 자체를 열심히 배웠다고 목회나 선교 현장에서의 노하우가 저절로 터득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목회나 선교는 세상을 대하는 것인데 세상을 이해하는 지혜와 통찰력이 결여되면 결국 세상의 실체인 사람을 섬기는 일에 어려움을 당한다.
그러므로 둘째로 당부하는 것은 세상을 향한 창을 열어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고 이해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학부 과정에서 장착되었어야 할 부분이지만 의외로 상당수의 신학생들이 이런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졸업하고 부랴부랴 사명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본다. 그것이 작금의 한국교회의 목회자의 자질 문제를 일으킨 불씨의 하나임을 부인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통합적 사고란 무엇인가? 개혁신학의 각 과목들을 지식 축적 방식의 공부로 끝내지 않고 세상에 대한 비평적 사고로 연결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 역사도 그렇지만 역사신학을 공부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신자로서의 통찰력과 응전력을 기르기 위함이기에 오늘의 시대 상황과 시민사회 속에서의 의미와 항상 연결 지어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학생들은 이수 과목 상호간의 통합적 이해는 물론, 일반 서적이나 신문도 부지런히 읽고 동시대의 개혁주의 신자로서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모든 과목들이 삶과 동떨어진 진리가 아님을 부단히 인식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렇게 진리와 삶의 통합적 인식에 단련된 사명자는 목회 현장에서 의연하게 성경적인 답을 찾아 제시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우리 시대는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면서 모든 분야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복합적인 연구와 소통으로 답을 찾으려는 흐름이 크다. 신학도 소위 통전신학이라 하여 혼합주의 논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통합적 사고란 그저 다원성을 수용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병렬적으로 혼합함이 아니라 개혁주의적 세계관 위에서 신학과 목회와 경건과 일상생활이 통합돼 있음을 전제로 성경적인 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본래적 울타리에 갇히지 말고 세상을 향한 창을 활짝 열어야 한다. 창을 열었어도 창틀 안에 나타난 풍광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자주 내다보고 바깥의 공기와 습도와 온도를 느끼고 이해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력을 높이고 시야를 확대해 가야 한다. 이것을 세상과의 소통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세상에 동화되어 버리는 세속화와는 분명히 다르다.
가장 개혁주의적인 사람이 창을 가장 활짝 여는 게 맞다. 우리는 언제고 삶의 정황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이후의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고민은 세상에 대한 신자들의 삶의 자세를 성경적으로 정립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올바른 목회자들을 배출하려는 우리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머잖은 미래의 주역들인 신학생들이 그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지는 다음의 세 가지에 달려 있다.
첫째, 말할 것도 없이 신학생 본인들의 분투이다. 둘째, 신학교 당국의 배려다. 세상에 대한 성경적인 인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일반상식과 문화적 창을 넓혀주는 격려와 가르침과 소통의 기회를 자주 주어야 한다. 셋째는 이들을 지원하는 교단 목회자들과 교회이다. 그들이 통합적 사고와 안목을 갖춰 좋은 인격적 목회자로 성장하도록 기도와 후원으로 협력하고 복된 신학생 시절을 보낼 수 있게 힘껏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