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문화탐방| 뮤지컬 더북 The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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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문화탐방 _ 박부민 편집국장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뮤지컬 

더북 The Book

 

 

   추위가 매섭던 지난 1월 중순 월요일 오후. 열린극장 지하 쉼터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떨렸다. 문틈으로 합창이 새어 나왔다.

‘새벽종이여 울려라 교회여 일어나라!’

170석 소극장 공연인데 연일 만석을 기록하며 신년벽두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 편의 뮤지컬, 더 북. 그 대표자를 찾아간 길.

   그는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손을 내밀었다. 몹시 차가웠다. 나는 그 손을 따뜻하게 감싸 주었다. ‘문화행동 아트리’의 대표이며 뮤지컬 더북의 책임자 김관영. 무엇이 동네 형처럼 소박한 모습의 김 목사를 추위 속에 동분서주하게 했을까?

 

아트리, 문화선교 공동체

 

   “대부분의 전문 사역이 그렇지만 제게도 외롭고 가난하고 힘든 길이었지요.”

말을 시작한 그는 먼저 2006년 극단의 태동과 배경이 된 날들을 회상하며 연신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였다. 덕분에 그의 지난날은 흔히 들을 수 있는 춥고 배고픈 예술가들의 과거사와는 사뭇 다른 하나님의 이끄심이 분명한 문화 선교의 길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선은 대학로에서 방황하는 극예술가들을 섬기고 싶었어요. 많은 공연자들이 자아실현의 방편으로 극예술에 입문하여 애쓰고 있지만 아트리는 거듭난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아부인의 기반 위에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라는 목표로 문화선교의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문화행동 아트리는 고난과 외로움 속에서 김관영 한 사람의 믿음과 열정이 도화선이었지만 지금은 종신 문화선교사로 작정한 자들이 자원 합류하며 모임이 놀랍게 확장돼 가고 있단다.

   물론 꼭 선교단체의 이름을 내걸고 모두가 표면적 선교 사명으로 일한다고 해서 모종의 우월의식을 가질 만큼 이것만이 옳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그리스도인 각자가 문화 영역에서 전문인으로 은사를 발휘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이 귀하다. 다만 이 시대의 문화적 혼돈 속에서 선교적 사명을 드러내어 감당해 주는 문화공동체가 몇 개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 아트리는 그 선구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각자 사는 곳이 다르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단원들이 태반이어서 공연예술이라는 특성상 난점이 많고 지치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기도하던 중 차라리 함께 모여 살면서 해 보자는 결론을 얻게 되었지요.”

이런 곡절 끝에 그들은 경기도 여주로 옮겨 한 시골 마을에 함께 산다. 공연 팀이 물리적으로 한 지역에 모여 살며 얻게 되는 경제적 절약과 집중된 에너지 그리고 시너지 효과들을 감안할 때 아트리는 많은 장점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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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리라는 이름은 예술(Art)을 통해 나무(Tree)를 가꾸듯이 후세대까지의 신앙적 선교적인 교육 효과를 목표하며 이 일을 위해 하나님께 고용된 자들(Employee)이라는 3중 의미를 갖는단다.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아트리는 그동안 10여 년의 역사 속에서 매해 1편의 의미 있는 공연을 해왔다. 매년 11월 1일부터 11일 동안 1.1.1.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복음적 창작 뮤지컬을 발표했는데 1.1.1.은 한 사람이 한 영혼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더북도 그 중 한 편으로 2014년에 초연돼 이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뮤지컬 더북, 온 교회여 성경으로 돌아가자!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2017년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실까 모두가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께 여쭤봤어요. 응답 하시기를 전에 했던 ‘더북’을 다시 올리라 하셨습니다. 그 주제를 하나님께서 사랑하신다는 겁니다.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 그래서 다시 더북이라 하신 겁니다.”

   그들은 단순히 더북을 재공연 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롭고 특별한 사명감으로 준비하여 이 일을 통해 구체적으로 한국교회를 섬기기로 했단다. 주님이 이 길로 이끄심을 분명하게 체험했단다.

   사실 500주년이라는 연대적 의미 부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종교개혁 정신의 회복과 지금 여기서 그 정신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 바로 그 책을 다시 사랑하고 그 책 중심의 교회가 되는 것. 그 책을 주신 하나님이 중심이 되시는 교회, 그리스도가 통치하시는 교회와 세상이 되는 것이다. 집집이 쌓인 성경. 그러나 성경보다 다른 프로그램이 더 반응을 얻으려 하는 시대. 이런 때에 뮤지컬 더북은 온 교회가 함께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자며 ‘새벽종이여 울려라! 교회여 일어나라!’고 외친다.

 

롤라드 Lollard, 자기 몸으로 성경이 된 사람들

 

   1517년 마틴 루터로부터 시작된 종교 개혁 이전에 선구자가 있었다. 최초로 성경의 영어 완역을 추진한 영국의 위클리프였다. 그의 후예들은 각지에서 성경을 사랑하여 몰래 번역된 성경을 돌려 읽다가 수많은 고초를 겪으며 마침내 성경을 통째로 암송하며 중얼거리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을 롤라드라 했다.

   번역된 성경을 불허하던 당대의 교회와 교권에 반역하는 가라지라는 뜻이기도 했다. 결국 롤라드는 자기 몸으로 성경이 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종교개혁의 마중물이 되었다. 더북은 바로 그들의 눈물겨운 이야기이며 그들과 ‘그 책’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이야기이다.

   이 공연이 피날레를 향해 갈 때 각자 성경 구절들을 외치는 전 배우들의 열연은 진짜 롤라드가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과연 그들은 온 몸과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듯 공연을 하고 있었다. 관객들도 비교적 긴 두 시간 동안 거의 미동도 없이 숨죽이며 때론 속으로 울면서 이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런 감동의 진폭은 더북 홈페이지에 남긴 관람 후기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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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대장정 프로젝트

 

   김 대표는 선교적 차원에서 헌신한 일이니 365일을 하나님께 드려보자고 생각했다한다.

“그래서 보통의 극단으로는 상상도 실현도 불가능한 365일 공연을 단원들과 만장일치로 합의 했지요. 하나님의 일하심을 날마다 체험하고 있어요. 공연 후 피곤한 몸으로도 항상 기도 모임을 갖고 주일엔 대학로의 영혼들을 위한 ‘그 나무 아래’라는 복음 전도 집회로 대신하지요. 대학로의 많은 배우들과 공연관계자들이 찾아들어 주님께로 돌아오는 역사를 갈구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1년간 진행되는 공연 대장정 프로젝트가 실현된 것이다. 이런 그들의 마음을 받으신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도 뚜렷해졌단다. 한 달에 1000만원이나 되는 소극장 대관료를 매월 각자 맡아 후원하는 12교회가 벌써 자원하여 정해졌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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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로 ‘롤라드’입니다

 

   교대할 배우들이 많이 부족한 상태로 초인적 에너지를 발산하며 매일 같이 만석으로 열리는 이상한 공연. 교회와 학교에서 단체 관람도 많이 하고 있다. 이쯤 되면 2017년 뮤지컬 더북이 올릴 대학로의 새로운 기록들에 대한 기대감까지 솟는다. 김관영 대표는 설렘과 비장함으로 말했다.

   “이제 가장 큰 기도의 제목은 하나님께 드리는 이 공연을 성도님들이 지속적으로 매일 매일 많이 관람하고 공감하며 이 주제가 한국교회 전체로 확산돼 가는 겁니다.”

약속된 방송사 인터뷰를 위해 또 나가야 한다는 김 대표와 아쉬운 대화를 마치고 일어섰다. 쉼터 벽면에 있던 글귀가 새벽 종소리를 몰고 가슴으로 뛰어 들었다.

‘우리가 바로 롤라드입니다’

 

 

예매 및 문의 / 010-2648-8255

더북 홈페이지 http://musicalthebook.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