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합신총장 조병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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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합신총장<이임> 조병수 목사 | 대담_ 박부민 편집국장

“개혁주의신학 지킴과 발전에 더 큰 힘 쏟아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임하는 합신 조병수 총장을 만나 대담을 가졌다.

◈…신학생의 모집과 수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선목회자들이 각 교회에서 청년들에게 신학의 소명을 불러일으키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

 

 

▲박부민 국장 : 안녕하십니까? 총장님.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고 절망과 격동의 시기라는 지난 4년간 총장직을 맡아 섬기시느라 참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여러 동문을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이임을 앞두신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조병수 총장 : 네, 반갑습니다. 사실 세상에 어렵지 않았던 시간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역사의 모든 기간에서 절망과 격동을 겪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때나 총장직을 맡았던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고통을 경험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저만 유독 어려움을 당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성삼위 하나님께서 은혜와 힘을 주셔서 이 직분을 잘 감당했다고 고백할 뿐입니다.

 

▲박 국장 : 4년의 시간을 요약해 주시고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리고 싶으신지요?

△조 총장 : 내면을 강화하고 외연을 넓히는 것이 지난 4년의 작업이었습니다. 학교 안으로는 개혁파 신학을 조금 더 견고히 정립하려고 노력했고, 밖으로는 미국 프랑스 아시아 등 개혁파 신학과 관련된 세계의 유수한 교단, 신학교들과 구체적으로 연계 협력하는 데 힘을 다했고 성과가 있었습니다. 모든 일에 완벽한 만족감을 가질 수는 없지만, 처음 계획했던 목표에 많이 근접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 국장 : 취임 하실 때 ‘진리와 평화’라는 친숙하나 독특한 목표를 제시하시고 진력해 오셨습니다. 그와 관련하여 실제로 역점을 두셨던 일들은 무엇입니까?

△조 총장 : 진리와 평화”는 사실 서로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두 개념입니다. 진리는 매우 배타적인 성격을 지녔고, 평화는 매우 타협적인 성격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리가 평화를 동반하지 않으면 외로운 것이 되고, 평화가 진리를 동반하지 않으면 지저분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진리를 진리답게, 평화를 평화답게 만들려면 둘을 합치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합신은 처음부터 개혁파 신학을 바른 신학으로 규정하면서 출범했습니다. 따라서 만일 우리 학교가 이 신학을 고수하고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맙니다. 그런데 진리의 고수와 발전이란 많은 힘을 쏟아야만 이룩될 수 있는 일입니다. 지난 4년 간 진리를 위해 애를 많이 썼습니다. 아직 미완성에 있지만 교과서 집필에 크게 투자하였고, 해외석학을 초청해서 집중 강연을 베풀었으며, 종교개혁 문서들의 원문을 영인본으로 만드는 작업에 많은 재정을 들였고, 해외 논문을 받아 영자 저널(Hapshin Theological Review)에 싣고, 원문연구소를 설립하여 사본을 연구하는 일에 착수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학교는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 교단과 동문회에 대하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총장이 직접 나서서 여러 해 전국노회를 방문하기도 하고 노회를 초청하여 채플을 맡기기도 하였습니다. 총동문회는 모든 여건을 다해 학교를 돕는 데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학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동문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총동문회와 협력하여 큰 성과를 거두어냈습니다.

 

조병수 총장

“합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힘은 사람도 물질도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

 

▲박 국장 : 그 두 가지의 축을 기반으로 애써 오셨고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많이들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총장님의 겸손하심과 섬김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어 경의를 표합니다. 아쉬웠던 부분은 없는지요?

△조 총장 : 아쉽거나 후회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완전한 목표에 도달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주님에 의해 사용되는 동안 최대한 사용되면 끝인 셈입니다. 제가 총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목표했던 것이 주님의 뜻에 맞는 것이라면 이후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이루어질 것을 믿을 뿐입니다.

 

 

▲박 국장 : 총장님의 열정과 친화력을 통래 합신의 교수님들과 학생들도 더욱 화목한 면학 분위기를 이루어 왔을 듯합니다. 현 단계 한국 신학계에 있어서 합신 교수님들의 연구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시고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과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조 총장 :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합신 교수님들은 최강의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해외의 유수한 신학교에서 석학들로부터 수학하여 높은 학문적 수준에 도달한 교수님들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상당한 결과물을 꾸준히 내놓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학생들의 평가는 언제나 상대적이며 이중적입니다. 자신들만의 특유한 필요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만족이 되느냐 아니냐에 반응의 호불호가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교수는 어느 정도 학생들의 반응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근본적으로는 학생들을 목회자후보생이 갖추어야 할 조건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겠지요.

 

▲박 국장 : 학생들과 관련하여 합신의 앞날을 어떻게 보십니까?

△조 총장 : 우리나라에 벌어진 저출산의 위기와 한국교회의 위축으로 말미암은 교회 청년인구 저하, 게다가 청년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심각한 시장경제 논리는 곧바로 신학생의 수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만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신학교들이 동일한 문제점에 봉착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신학생의 모집과 수준은 계속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당분간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단지 일선목회자들이 각 교회에서 청년들에게 신학의 소명을 불러일으키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국장 : 그동안 애써 주셔서 학교의 인프라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봅니다. 추가할 사항이나 남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에 덧붙여 도서관 장서 보유 운동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조 총장 : 학생들을 위한 복지는 상당히 진척되었습니다. 각 부분에 시행된 대표적인 변화를 몇 가지 말씀드리면, 정문 조형물 설치와 교내 식수와 조경작업, 본관 엘리베이터 설치와 강의실 시설 교체와 대강당 냉난방 시설, 도서관 시설 확충과 석사 연구실돠 박사 연구실 설치, 생활관 냉난방(온돌)과 휴게실(카페) 설치와 침구교체 등입니다.

    앞으로 운동장 정비와 조경 강화, 본관 대강당과 생활관 소강당의 시설변경과 음향시설, 건물과 노면 보수 등이 해야 할 일입니다. 덧붙여 도서관은 현재 13만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자책을 많이 구비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신학연구에 알맞은 도서들을 더 많이 기증 받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도서 구입을 위한 특별후원을 더욱 장려해야 하겠습니다.

 

▲박 국장 : 취임 초 신학의 전문성과 함께 대중성 (팝 데올로지) 성취에 기대를 표하셨는데 그 성과는 어떠한지요?

△조 총장 : 저는 신학이 신학교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고 자주 주장해왔습니다. 신학에 실천성이 없으면 사변으로 그치고 말기 때문입니다. 실천을 목적하지 않는 신학은 실제로 교회에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신학은 목회로 꽃 피울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총장 자신이 신학의 대중화에 앞장을 섰습니다. 전국적으로 평신도를 위한 강연을 많이 하였습니다. 또한 한 방송국에서 여러 해에 걸쳐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나누는 대담 프로그램, 알기 쉬운 신학 강의, 재미있는 성경 강해 등을 방송하였습니다.

    전국의 목회자들과 후원자들에게 학교를 알리기 위해서 달마다 그림엽서를 보냈는데 호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은 우선 신문에 대중적인 글들을 꾸준히 기고하였고, 방송국에 출연하여 평신도를 위한 신학을 강의하였으며, 일반신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저술들을 남겼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학의 대중화가 널리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박 국장 : 취임 시에 시편 20:7 ‘어떤 사람은 병거, 어떤 사람은 말을 의지하나 우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의 이름을 자랑하리로다’ 이 말씀을 총장 재임 동안 새기며 살겠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새롭게 새기게 되신 다른 말씀이 있으신지요?

△조 총장 : 지난 4년 간 많은 뜻있는 분들이 학교에 성금을 보내주셨습니다. 학생들의 복지와 장학을 위해서, 신학의 발전을 위해서, 학교의 경영을 위해서 그동안 학교에 답지된 성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정말 놀랍고 고마운 분들입니다. 감사의 말을 아무리 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학교를 이끌어가고 있는 힘은 사람도 물질도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에 부착되지 않는 순간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남을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달라붙는 것 외에는 아무런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상황에 따라 매번 이런저런 성경 말씀이 암송되었는데, 지금은 루터가 마지막으로 설교했던 (사실은 건강이 악화되어 설교를 마치지 못한) 본문인 마태복음 11장 28절 말씀이 가장 가깝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다들 가련한 인생인지라… 그리고 잠시 쉴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박 국장 : 이임 후에는 어떤 일로 섬기시고 싶으신지요?

△조 총장 : 그 동안 신학교 외에도 신앙 교육, 교회 교육에 대한 관심을 늘 갖고 살았습니다. 여러모로 어려워진 한국 교회의 여건 속에서 신앙의 계대가 끊이지 않도록 교육적인 일에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 국장 : 끝으로 합신 교단에 부탁의 말씀을 해 주십시오.

△조 총장 : 여러분의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를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신학교 없이 목회자 없고, 목회자 없이는 지교회가 없습니다. 신학교는 지교회에 좋은 목회자를 제공하는 샘입니다. 이 샘이 마르지 않도록 잠시나마 기도해주시고 작게라도 후원해주십시오. 합신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좋은 신학교는 아닐지라도, 좋은 신학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앞으로도 훌륭한 목회자를 배출하는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목회자와 성도 여러분, 교회를 사랑하십시오. 주님이 우리에게 교회를 주신 것은 서로 용납하고 서로 인내하며 가라고 주신 것입니다. 교회 안의 문제들을 절대로 한순간에 정리할 수는 없습니다. 목회자의 영광은 목회가 끝나는 순간에 있고, 교회의 영광은 성도들의 인내가 끝까지 갈 때 있습니다.

▲박 국장 : 기독교개혁신보를 항상 아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친절하고 진심 어린 답변에 더욱 감사를 드립니다. 총장님의 향후 걸음마다 주께서 은혜로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조 총장 : 네 수고에 감사합니다. 신문은 입으로 비유될 수 있는데 신문이 지식, 경험, 정보를 균형 있게 적절한 분량으로 말해줄 때 가치가 높아집니다. 입은 마음의 출구입니다. 그러므로 신문은 단순히 신학, 목회,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마음을 담아내야 합니다. 신문에는 울림, 감동, 영광이 있어야 합니다. 기독교개혁신보가 기다려지고, 펼쳐보고 싶고, 손에서 떼어내고 싶지 않은 신문이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