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워도 되는, 그리고 지켜야 할 우리 총회 헌법-문정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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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워도 되는, 그리고 지켜야 할 우리 총회 헌법

문정식 목사/ 중서울노회 열린교회
총회 헌법개정 특별위원

 

우리는 교회 헌법을 흔히 행정적 규범이나
형식적 문서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제109회
총회 이후 2년여간 총회 헌법개정 위원과 헌
법개정 특별위원으로 섬기며 헌법을 다시 살
펴보는 가운데, 우리 총회 헌법이 신학적으로
나 교회적으로 충분히 자랑스러워도 되는 헌
법임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이는 자
부심에 머물 것이 아니라, 성경 진리에 기초
해 책임 있게 이해하고 지켜야 할 귀한 유산
이다. 이 과정은 30년이 넘는 목회 여정 속에
서 개혁신학과 교회 헌법에 대한 자신의 부족
함을 돌아보게 했고, 이 시간이 주께서 교회
를 바르게 섬기도록 다시금 허락하신 은혜의
기회임을 깨닫게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총
회 헌법과 그 사상적 기반이 되는 정암 박윤
선의 『헌법주석』(1983, 영음사 간)을 접하며
그 탁월함에 깊이 놀라고 있다. 마치 우물가
의 여인이 그리스도를 만난 후 복음을 자기
안에만 가두어 둘 수 없어 동네에 전한 것처
럼(요 4:28-30), 이 귀한 내용을 나누고 싶어
기고하게 되었다.

1. 합신 헌법의 핵심 세 가지-
보다 크고 작은 치리회, 큰 치리회의 결정 순복,
치리회보다 성경 중심

처음 품게 된 질문은, 정암 박윤선 박사가
성경학자였음에도 왜 교회 헌법에 깊은 관
심을 두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러던
중 그의 아들 박성은 박사가 정암 강좌 20주
년 기념 발표 논문에서 그 이유를 분명히 밝
히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정암은 그의 평생,
원래 교회 정치나 교회 헌법 등에 깊은 관심
이 없었다. 그가 평생 관심갖고 한 일은… 한
국의 목회자들을 위한 성경 주해의 발간이었
다… 개혁주의 성경주석을 빨리 한국교회에
내어놓으면, 그것을 통해서 교회가 점진적으
로 새로워지리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
는 그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 주지 않았다. 그
의 평생을 통해서, 교회 안의 여러 가지 투쟁
과 분열들을 친히 겪으면서, 교회의 질적 퇴
락을 많이 목격하고 괴로운 마음을 많이 가
졌었다. 정암은 마음속 깊이 교회가 이래서
는 안 되겠다 하는 강렬한 생각을 그의 후반
기 삶을 통해 많이 갖게 되었을 뿐 아니라, 교
회의 정치 구조가 고쳐지지 않으면, 그가 주
석해 놓은 성경 말씀도 제대로 교회를 위해
쓰이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많이 갖게 되었
다”(『신학정론』 2008 11월호, 17–18쪽)
이러한 인식 속에서 정암은 1983년 『헌법
주석』을 집필하게 되었고, 그 정신은 고스란
히 합신 헌법에 담겼다. 이러한 문제 의식 아
래, 정암이 합신 헌법에 제시하고 실제로 헌
법에 담아낸 핵심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정암은 다른 장로교 총회들이 일반적
으로 사용하는 ‘상회·하회’라는 용어 대신, ‘보
다 큰 치리회’와 ‘보다 작은 치리회’라는 표현
을 사용한 점이다(『헌법주석』, 115쪽). 이는
장로교 정치에 내재된 대·소(大小)의 질서를
인정하면서도, 수의(受議) 제도를 통해 보다
큰 치리회가 보다 작은 치리회를 존중하고 배
려하며 작은 치리회에 귀 기울이는 성숙한 치
리회 질서를 제시한 것이다.

둘째, 정암은 “종교개혁으로 형성된 장로교
(개혁교회)는… 보다 큰 치리회의 결정은 더
많은 교회를 대표한 것이므로, 그것이 성경에
위배되지 않는 한, 보다 작은 치리회는 이를
따라야 한다.”는 원리를 분명히 한다(『헌법주
석』, 115쪽). 이 원리는 웨스트민스터를 거쳐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개혁교회의 질서에 대한
존중인데, 이 내용은 합동 총회가 발간한 『헌
법해설서』(2021, 122쪽)에도 그대로 인용되
어 있다.

셋째, 정암은 인간의 전적 부패로 인해 발생
하는 교권주의의 폐해를 깊이 인식하며, 찰스
하지의 『조직신학』을 인용하여 치리회가 결
코 절대적일 수 없음을 강조한다. 치리회 중
심이 아니라 성경 진리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
이다. “장로교 치리회는 소수보다 다수, 다수
보다 진리(성경 말씀)에 입각한 것이다… 진리
를 위반한 결정이라면 비록 다수의 결의일지
라도 신자들은 그것을 추종하면 안 된다… 치
리회가 실수할 수 있으니(행4:5~22), 그 점
에 있어서는 신자가 복종할 책임을 갖지 않는
다.”(참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31장 4
항)라고 하면서 덧붙여 말한다. “타락한 치리
회는 의인을 벌하거나 진리를 매장한다. 이런
치리회는 교회사에 많이 있었다”(『헌법주석』,
122–124쪽)

2. ‘장로교 전통’과 ‘개혁교회 전통’의 종합인
합신 헌법

그렇다면 정암이 『헌법주석』을 통해 제시하
고 합신 헌법으로 정립한 이러한 내용은 어디
에 그 연원을 두고 있는가. 그것은 종교개혁
정신을 계승한 개혁교회의 전통에 있다. 최근
발표된 치리회 전통에 대한 연구를 참고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장로정치 원리와 그
실천적 의미⑴ 네덜란드 개혁교회 전통과 웨
스트민스터 장로교 전통의 역사적 맥락에서”
『신학정론』 2025 12월호, 187-231쪽)
미국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한국 장
로교회는 스코틀랜드와 웨스트민스터를 거
쳐 미국에 뿌리내린 ‘장로교 전통’을 따라, 상
회·하회 개념의 치리회 질서를 계승해 왔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질서 정연하게 작동하던
치리회 간의 존중과 배려가, 한국교회의 특수
한 풍토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교권주의적
(hierarchy) 왜곡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
결과로 1981년, 섭리 가운데 합신 총회가 세
워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암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라는 원리를 따라, 스코틀랜드와 웨스
트민스터, 그리고 미국 장로교회를 통해 형성
된 ‘장로교 전통’ 위에, 칼빈이 프랑스 위그노
들을 위해 작성한 『프랑스 개혁교회 교회치리
서』(1559)와 네덜란드의 『도르트 개혁교회 질
서』(1619)에 담긴 ‘개혁교회 전통’을 조화롭게
결합한 “개혁주의 장로교 정치제도”를 제시
하였다. 이것이 합신 헌법이 지닌 귀중한 특
징이다. 달리 말하면,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
가 제시한 상·하(上下) 원리와 네덜란드 개혁
교회가 발전시켜 온 대·소(大小) 원리가 종합
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스럽고 감사한 자부심을 품게 하
는 교회 헌법이다. 실제로 다른 장로교 총회
들 역시 합신의 교리적 견고함과 더불어 치리
회 상호 간의 존중 그리고 보다 큰 치리회의
결정에 대해 보다 작은 치리회가 겸손히 순복
하는 모습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이는 헌법적으로 성숙한 태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런 헌법을 가진 우리는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동시에 그 자부심은
헌법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성실히 지켜야
할 책임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