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하고 덕스러운 교회의 권위

0
121

선하고 덕스러운 교회의 권위

장로교회는 장로들의 회(會)를 통해 성도들을 돌보고 목양하며 치리하는 교회 정치 제도를 가진다. 장로교 정치 제도는, “교회의 주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교회의 머리는 오직 한 분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뿐이다”라는 신앙고백을 구현하기 위해 세워졌다. 장로교와 장로교가 가진 교회 통치 혹은 목양의 원리는, “교회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으며, 교회의 머리는 오직 그리스도시다”라는 신앙고백의 구현이고 가시화일 뿐이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의 모든 영역을 다스리신다. 보편 사회는 국가라는 통치 수단을 통해,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세우셔서 영적인 통치로 다스리신다. 전자를 칼의 통치, 후자를 영적 통치라고 한다. 지상의 나그네인 신자들과 교회는 죄성과 연약성에 휩싸여 있어서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통치가 절실하다. 그리스도의 권위와 통치는 성도들에게 위로가 된다. 연약하고 죄성이 가득한 성도들을 용서 안에서 성화시키시며, 죄와 사망과 마귀의 영향력 속에 있는 성도들을 훈련, 양육, 보호하시는 목양이요 돌봄과 훈육과 치리적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리스도께서는 신자들을 모으고 양육하며 죄 많은 세상에서 보호하시며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가신다. 종말론적 나그네인 성도들에게 주님의 통치는 그들이 험한 세상에서 살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이유가 된다. 그러므로 교회에 관계된 권세는 본질적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의 권위고 권세이며, 중보적인 의미에서 그리스도의 것이 되어 그분께서 교회의 머리요 주인으로서 교회를 양육하시며 치리하신다.

하나님께서는 교회라는 은혜의 수단을 통해 연약한 성도들을 돌보기를 원하셨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영적 통치 혹은 구속적 통치는 교회와 연관된다. 교회는 오직 하나님께서 당신의 권세와 권능으로 교회를 돌보신다. 그러나 제도와 기관과 사람을 통해 그렇게 하신다. 이처럼 교회와 하나님의 신적 권세를 연결시킬 때, 교회에 연관되는 권세를 철저히 하나님께 종속된 것으로만 주셨다.

장로교는 하나님께서 목사와 치리 장로가 회를 이루어 목사를 통해 말씀을 전하고 성례를 집례하게 하시고, 그들을 통해 성도들을 훈육하고 치리하게 하신 사실을 인식한다. 장로교는 직분이 목양, 치리하는 가운데 회중이 질서 있게 예배, 교제하고 생활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로교는 독재적, 전횡적인 교황제도나 감독제도를 성경을 떠난 제도로 여겼고, 노회의 치리권으로부터 독립된 통치를 추구하는 독립교회를 지양했다. 장로교회는 하나님께서 부르시고 은사로 덧입힌 직분을 통해 목양, 치리하며 성도들을 돌본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신적 권위는 연약한 성도들을 돌보고 다스리고 치리하도록 부르시고 세우신 직분 제도와 관련된다.

그러나 성경적인 장로교 정치와 직분제도는 오직 그리스도의 머리되심과 주되심만을 구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제도와 사람이 일하나 언제나 그 권세와 영광이 그리스도께 돌아가려면, 다음과 같은 전제와 토대 위에 사역이 수행될 때뿐이다. “그리스도의 기뻐하는 뜻은 자신의 주권을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에게 넘겨주지 않지만, 그들의 봉사를 사용하여 그 주권을 수행하고 그들을 통치해 모든 만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이런 의미에서도 교회는 결코 통치 없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 교회는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든 조직되고 제도적으로 설립되었다.”(바빙크는 『개혁교의학』).

만일 제도와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참된 신앙고백과 선하고 덕스러운 교회 질서를 따르고 구현하지 못한다면, 그곳에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통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보이지 않으시기에, 하나님께서는 교회의 표지를 주셨다. 그것은 말씀 선포와 성례와 권징이지만, 모든 다른 요소들은 말씀에 종속된다. 목사와 치리 장로에 관련된 신적 권위는 성경을 따라 목양하고 훈육하고 치리하는 그 사역 위에만 주어진다. 즉, 그 제도와 사람을 사용하시어 그리스도께서 통치하신다는 증거는 말씀과 참 신앙고백과 선하고 덕스러운 질서에 따른 것이냐의 유무에 달린 것이다.

만일 성경과 신앙고백과 선하고 덕스러운 질서들을 무시한 채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행한들, 그 제도와 사람의 봉사에는 그리스도의 통치가 존재할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과 질서를 단지 사람이 수종드는 것으로만 그 제도와 직분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제도를 통해 사람이 사역하지만, 권세의 주인은 그리스도이시다. 그러므로 말씀과 참 신앙고백과 선하고 덕스러운 교회의 질서에 의해서 교회의 권세, 제도의 권세, 직분의 권세는 그리스도로부터 위임된 권세가 되고, 그리스도께 종속된 권세가 되어 그리스도께만 영광이 돌려져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