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여인의 믿음(15:21-28)
이용세 목사(율하소망교회, 경북노회)
우리는 믿음으로 구원 받고, 믿음으로 살아간다. 믿음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믿음의 기도로 응답 받는다. 믿음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 주님은 자신에게 나아오는 자들에게 “네 믿음대로 될지어다”라고 선언하시며 문제를 해결해 주셨다. 믿음 여하에 따라 삶의 폭과 질이 결정된다. 믿음은 우리의 삶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이다.
예수님은 사람을 대할 때 믿음에 따라 달리 대하셨다. 작은 믿음을 책망하신 반면 큰 믿음을 칭찬하셨다. 예수님께서 칭찬하시는 큰 믿음은 어떤 믿음인가? 가나안 여인의 이야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예수님을 정확히 알고 있는 믿음(22절)
예수님은 믿음으로 반응하지 않고 은혜를 모르는 자들을 떠나 이방인 마을 두로와 시돈으로 가신다. 예부터 바알과 아세라 우상을 섬기는 이곳은 영적으로 매우 어두운 곳이다. 주님을 믿기에 불리할 뿐 아니라 예수님을 잘 모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때 한 가나안 여인이 예수님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주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22)
여인은 놀랍게도 예수님을 주(큐리오스)로 인식하고 있다. 여인은 “예수께 절하며(경배하며) 이르되 주여 저를 도우소서”(25)라고 간구했다. 예수님을 어떤 호칭으로 부르는가를 보면 그가 예수님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 ‘주’라는 말은 ‘인생과 우주의 전권을 가진 자’라는 뜻이다. ‘왕’이라는 뜻이다. 여인은 왕께 하듯 예수께 경배했다. 당시에 주라는 공식적인 호칭은 로마 황제에게만 부를 수 있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주라고 부르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동시에 여인은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이라고 부른다. 이는 예수가 구약 성경에 약속한 바로 그 메시아임을 인식한 말이다. 여인은 지금 예수님을 병을 고쳐 주는 마술사나 신유 은사가 있는 종교인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다. 만유의 주요, 그리스도로 고백한다. 큰 믿음은 예수님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2. 침묵을 이겨낸 믿음(23절)
여인은 큰 소리로 예수님을 불렀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의 외침에 한 말씀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래도 여인은 계속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그 여자가 우리 뒤에서 소리를 지르오니 그를 보내소서”라고 청한다. 여인은 주님의 침묵을 이겨낸다.
기도 응답이나 약속을 기다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다림은 믿음을 검증하는 고통이다. 믿음이 아니면 낙심하여 포기하고 만다. 큰 믿음은 주님의 침묵을 이겨내는 믿음이다. 주께서 침묵하시는 것이 거절은 아니다. 듣지 못하시는 것은 더욱 아니다. 주님의 어떤 의도가 있다. 주님의 침묵도 응답이다. 모든 것이 때가 있다. 그 때를 주님께 맡기는 것이 믿음이다. 주님의 시간에 나의 시간을 맞추는 것이 믿음이다. 좋은 믿음은 세월을 통과해 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25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하나님은 몇 번밖에 안 나타나셨다. 몇 년 동안 침묵하시기를 반복하셨다. 큰 믿음은 주님이 무응답하시는 기간을 이겨 내는 것이다.
3. 끈질긴 믿음(26-27절)
여인은 주님께 끈질기게 매달렸다. 주님은 그런 여인을 향해 매우 모욕적인 말씀을 하셨다.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하지 아니하니라”(26절)
당시 유대인들은 이방인들을 비하해서 ‘개’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의 주님의 발언은 매우 충격적이다. 매우 모욕적이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씀임에 틀림없다. 냉대를 넘어서는 모멸찬 박대이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여기서 상처받고 기분이 상해 가 버릴 것이다. 그런데 이 여인은 놀라운 말로 대답한다.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27절)
놀라운 반응이다. 지혜롭고 아름다운 대답이다. 수치심과 모욕감과 자존심을 극복한 믿음의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여인의 끈질긴 믿음을 본다. 진정한 믿음은 겸손하고 끈질기다. 왜냐하면 은혜를 구하기 때문이다. 주님의 크심을 알고 은혜의 귀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여인은 부스러기 은혜라도 사모하였다. 그 부스러기만으로도 자기 딸이 충분히 나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여인은 겸손하고 끈질긴 믿음으로 주님을 무한 신뢰하였다. 여기서 주님의 마음이 열린다.
4. 네 믿음이 크도다(28절)
주님께 끈질기게 매달리며 도움을 구하는 여인에게 주님이 말씀하신다.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28절)
주님은 여인의 믿음을 칭찬하신다. 보기 드문 큰 칭찬이다. 그 믿음이 검증되자 주님은 놀라운 선언을 이방 땅에서 이방 여인에게 하신다. 주님은 앞부분에서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 외에는 다른 데로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노라”(24절)
무슨 말씀인가? 지금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충실할 때라는 말씀이다. 내가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한 이후에 제자들로 하여금 이방인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능력과 은혜를 베풀 것이라는 뜻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여인은 이방인에게 베풀 은혜를 지금 달라고 조르고 있다. 이것이 큰 믿음이다. 주님은 가나안 여인이 큰 믿음으로 간구하는 것을 보시고 때가 아직 이르지만 그 시기를 앞당겨 은혜를 베풀기로 하신다. 큰 믿음은 주님의 때를 앞당겨 은혜를 누리게 하신다. 주님은 믿음을 보시고 그 믿음을 통해 역사하신다( 마 9:22; 9:29)
나의 믿음은 어떤 믿음인가? 나는 크신 주님 앞에 큰 믿음으로 나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