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질문과 아담의 대답
임용민 목사(새소망교회)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질문하신다.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고하였느냐?”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실과를 네가 먹었느냐?” 하나님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아담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하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실과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2). 이 대답은 타락한 인간이 얼마나 완고하며 그 완고함이 스스로의 죄악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것인지를 드러낸다. 또한 타락하고 부패하여 완고한 인간의 무지가 자신의 죄악의 원인을 누구에게 돌리는지를 드러낸다.
아담은 하나님께 다음과 같이 대답해야 했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제가 스스로 교만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사단 마귀에게 속아서, 하나님이 먹지말라고 하신 금지된 실과를 먹었습니다…” 히브리 원문으로 아담의 대답을 살펴보면, 아담이 얼마나 자신의 죄악된 행위를 축소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담은 자신이 금지된 실과를 먹었다는 사실을 가장 뒷부분에 두고 있을 뿐 아니라, 고작 한 단어로 대답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타락하게 된 원인의 대부분을 여자에게 돌리며 여자를 주신 하나님께 돌린다.
히브리 원문은 가장 먼저 여자를 지칭하고, 이 여자가 아담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설명한다. 이 때 여자는, 하나님께서, 정확하게는 하나님이 아니라, 당신이 나와 함께 하도록 주신 존재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담이 자신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타락하게 된 원인을 매우 정교하고 공손하게 하나님께 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 타락하고 부패한 인간들이 만들어 낸 신학과 사상의 주장과 일치한다. 타락한 인간은 항상 인간의 타락에 대해 하나님을 탓한다. 하나님이 타락을 방조했다며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이 타락할 아담도 아셨을 것이라면서, 하나님의 전지성을 조롱한다. 이런 사상은 경건한 신앙을 추구한다면서, 역사 속에서 펠라기우스주의와 알미니안주의의 형태로 나타나, 하나님의 절대 예정을 부정한다.
아담은 이렇게 하나님을 자신의 타락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하고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금지된 실과를 먹게 된 것을 말하지 않고, 하나님, 하나님 당신이 나와 함께 하도록 주신 여자, 바로 그 “여자”가 “그 나무 실과”를 주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아담이 타락해지만, 엄청나게 정교하고 논리적인 대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담의 대답은 사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심지어 역사적 서사에 있어서도 매우 정교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이 말은 하나님께 정죄를 받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하는 징벌을 멈추게 못했다는 것이다. 타락한 인간은 자주 착각한다. 타락한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역사적인 사실이나, 관계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이 무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과 같지 않다. 사람이 아무리 역사적 사실, 관계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언급해서 자신은 면피할 수 있는 것처럼 뻔뻔하게 굴어도, 하나님은 사람의 마음 속 깊은 숨은 의도까지 모두 아신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을 행하실 때, 임시변통이나, 시간에 제한된 방식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의 의지와 분리됨 없는 그 뜻의 의논에 따른 작정하심대로 영원 무한, 불변하신 공의로 행하신다는 것이다. 아담은 자신의 죄악을,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여자 때문이라는, 신학적인 방식으로 감추려 했다. 그리고 그 여자가 그 나무의 실과를 주었다고 말하는 역사적 사실의 방식으로 감추려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 영원한 정죄와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런 진리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신학적 사실을 정밀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에 우리의 의로움이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언급할 실력이 있다고 우리의 죄악을 맨 뒤로 감출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언급할 실력도 안 되고,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말하기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는 아담의 후손이지만, 아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하고 부패했을 뿐 아니라, 하나님이 없다고 말하는 악한 자들이다. 아마 아담이 오늘날의 우리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타락하고 부패했을까?!” 놀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