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람과 협력하시어 뜻을 이루시는 하나님_정요석 목사

0
118

사람과 협력하시어 뜻을 이루시는 하나님

정요석 목사(세움교회)

 

미국 나사(NASA)가 2020년 7월에 발사한 우주선은 6개월여 동안 4억 7100만㎞를 날아 2021년 2월에 화성에 도착하여 로버(rover)를 착륙시켰다. 이 로버는 길이 3m의 자동차 크기로 6개의 바퀴와 카메라와 마이크와 레이저와 드릴 등을 장착하였고, 헬리콥터 인지뉴어티(Ingenuity)도 장착하였다. 로버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화성에서 6개의 바퀴로 돌아다니며 영상을 지구로 송신하고, 토양과 암석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이 샘플을 수십 개의 티타늄 튜브에 담아 약속된 장소에 놓아두면, 나사는 추후에 발사하는 로버로 수거하여 2031년 지구로 이송할 계획이다. 2020년부터 2031년까지 11년이란 기간과 4억 7100만㎞라는 먼 비행거리가 걸리기 때문에 로버는 “인내, 끈기, 견디어냄”이라는 의미의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라는 이름이 부여되었다.

이 로버의 탐사와 토양 채취의 성공 여부는 어디에 달려있을까? 로버 자체의 능력에 달려있을까? 아니면 로버와 우주선을 제작하였고, 6개월여의 우주 비행 후 화성에 로버를 착륙시켰고, 그 이후로도 무선 송신으로 로버를 조정하는 미국 나사에 달려있을까? 당연히 로버 자체가 아니라 미국 나사이다. 만약에 화성에 생명체가 있어 로버를 본다면, 그 생명체는 로버가 스스로 움직이고, 토양을 채취하고, 튜브에 담아 어느 곳에 놓아두는 일을 10년 넘게 하는 것을 보면서 로버가 스스로 이 기간 동안 인내하며 그 엄청난 일들을 한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나사의 존재와 역할을 알기 때문에 그 누구도 로버가 스스로의 능력과 인내로 자신의 일을 완수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신자가 은혜의 상태로부터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떨어져나가지 않고, 그 상태에서 확실하게 끝까지 견뎌내는(persevere) 것은 신자의 능력일까? 아니면 그 신자를 창조하시고, 자신이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기쁘게 받으시고, 자신의 성령에 의해 효과적으로 부르시고 거룩하게 하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는가? 당연히 하나님이시다. 신자와 로버의 차이는 신자는 자유 의지를 갖는 반면에 로버는 미국 나사에 의해 철저히 조종된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죄인을 회심시키시어 은혜의 상태로 옮기실 때에 본성적으로 죄 아래 속박된 데서 그를 자유롭게 하시고, 자신의 은혜에 의해 그로 영적으로 선한 것을 자유롭게 원하고 행할 수 있게 하신다. 신자는 영적으로 선한 것을 원하고 행하는 자유를 갖는 반면에 화성 로버는 자유가 전혀 없고 미국 나사의 전적인 조정을 받는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신자에게 이러한 자유를 허용하시면서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신다. 신자의 자유 의지와 하나님의 뜻이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 신자는 자유롭게 자신의 뜻에 따라 행하는데 그것이 하나님의 뜻 속에 있게 되는 것이다. 만물의 창조자이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섭리에 의해 자신의 의지의 자유롭고 불변한 경륜을 따라서 모든 피조물과 행위와 일을 붙드시고, 이끄시고, 처리하시고, 통치하신다. 성도의 견인의 신비는 첫째로 하나님께서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시어 놀라운 차원의 자유를 주신 것에, 둘째로 하나님께서 사람의 그 자유를 전적으로 인정하시면서도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으로 그를 이끄시고 처리하시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신다는 것에 있다.

우주선과 스마트폰을 만드는 사람의 과학이 잎사귀 하나를 만들지 못한다. 사람의 과학력이란 뛰어난 무생물을 만드는 것이고, 생명체는 기존의 생명체를 유전자 조작과 같은 강한 실험정신으로 조작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시며 지식과 의와 거룩함을 부여하셨다. 사람은 하나님께 가장 큰 은혜와 능력을 받았음에도 이것을 알지 못하고 마치 자기 스스로 능력을 가진 양 자율적 존재로 행사하며 하늘에 닿도록 바벨탑을 쌓는 반역적 존재이다.

하나님은 이런 배은망덕한 사람을 향하여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여전히 사람에게 베푸신 능력을 거두시지 않고 오래 참으시며 구원하시는 일을 하신다. 사람들이 행하는 모든 악행과 반역을 참으시며 구원자와 성령님에 의해 택한 자를 구원하시고 하나님의 형상에 걸맞은 존재로 키워 가신다. 사람에게 자유의지를 주시기보다 가장 뛰어난 AI(인공지능) 수준 정도로 만들었을 법도 한데, 사람을 참으로 높게 대우하신다. 구원을 받은 성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옴을 더 깊이 깨달으며 범사에 감사해야 하고, 늘 기뻐해야 한다. 끝내 하나님의 뜻으로 이루실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며 하나님의 형상됨을 크게 즐거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