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거야, 다 잘 될 거야!
최경자 사모 (성본교회)
나도 내 아들딸들에게 든든한 기도 동역자로 인정받는 날이 올까요?
예배당 청소를 하다가 아기 손바닥만 한 하얀 종이 하나를 주웠습니다. 그냥 버리려다 호기심에 반으로 접힌 메모지를 펼쳐보니 깨알 같은 글씨 몇 줄이 있어요. 가만 있자… 어라? 낯익은 글씨? 지난 수요일 예배 때 목사님께서 우리 아들에게 대표기도를 시키셨더니 제 딴에 급하게 기도제목 몇 가지를 썼던 거 같아요. 순간, 내가 줍길 천만다행이다 하고 속으로 웃었지요. 청년대학부 회장도 지냈고 처음 하는 기도도 아니었을 텐데 그래도 부담스러웠나 봐요. 버리지도 못해 간직하고 있지만 굳이 아는 척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게 배우며 크는 거지요.
그러고 보니 누구에게나 생애 처음 공중 앞에서 대표기도를 드리던 날이 있을 거예요.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세례를 받았고 어른 예배도 꼬박꼬박 잘 참석하던 학생이어선지 어느 날 목사님께서 느닷없이 오후 예배 중 대표기도를 시키셨어요. 못한다는 말을 할 새도 없이 아랫 강단 마이크 앞에서 덜덜 떠느라 내가 무슨 기도를 어떻게 했는지 예수님이 어떻게 들으셨을지 창피하고 부끄러웠던 기억에 혼자 웃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들의 기도 쪽지 때문에 갑자기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어릴 때 살던 작고 낡은 옛집 마루에 어린 내가 앉아 있네요.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엄마! 하고 불렀는데 신발은 있는데 엄마는 안 계셨어요. 마루 끝에 앉아서 누렇게 빛이 바랜 처마 위로 얇은 실구름이 걸려 있는 하늘을 올려다봐요. 꼭 파도가 지나간 바다 같은 하늘색은 어린 내 눈에도 최고예요. 그 맑고 투명함이란!
배가 고파 부엌으로 가려는데 기척도 없던 방에서 엄마가 나오셔요. 엄마는 눈도 크고 코도 크고 김지미 배우 같이 잘 생기셨어요. 분명히 방에는 안 계셨는데 일어설 수도 없는 좁은 다락방에서 기도하고 내려오신 거였네요. 큰 눈이 젖어 있고 눈자위는 벌건데 꼬질꼬질한 수건으로 그 큰 코를 팽! 하고 시원하게 풀면서 “왔나?” 하시던 그 엄마는 여전히 건강하세요.
환갑이 지난 딸은 아직도 팔순 엄마 권사님에게 기대어 어리광도 아니고 진짜로 “이런저런 일이 있어요, 마음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하고 일러바치느라 바쁘지요. 그럼 엄마는 항상 “잘 될 거야, 다 잘 될 거야. 우리 자식들 중에 네가 제일 복이 많아. 조금만 참고 기다려. 하나님께서 쓰시려고 연단하시는 중이니까“ 하십니다.
엄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힘이 납니다. 많이 배우지도 못한 양반이 어디서 그런 긍정멘트가 솟아나시는지 아마도 오랜 세월 기도하면서 체득한 지혜인가 합니다. 어떤 때는 예수님보다 엄마 말씀이 참말로 믿고 싶습니다. 어떤 날은 남편보다 엄마 품이 참 그립습니다.
기도하시는 엄마가 계시다는 사실은 너무 좋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참 미숙하기 짝이 없고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나도 내 아들딸들에게 든든한 기도 동역자로 인정받는 날이 올까요? 주님 은혜 안에서 분명히 오겠지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