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 밤, 붉나무
임관숙(삼성교회, 사모)
그만 되었다
여윈 발목으로 돌아서는 푸른 나무
이제 붉어지기로 작정하며 잔을 든다
돌 던질 만큼의 냉정한 거리
한 시간도 깨어 있지 못하는
슬프고 고단한 자들을 위하여
땀방울은 속절없이 핏물로 떨어진다
소금이 핀다 달빛 흔들리는 대로 반짝인다
여물지 않은 마음 소년처럼 뜨거우나
베 홑이불 던지고 도망가는 벌거숭이 마냥
당신 홀로 두고 불빛을 향해 앉는다
결코 그리하지 않겠다던 맹세 덧없다
따가운 조롱같은 바람이 불고
갈대는 사정없이 머리를 후려친다
당신을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암호처럼 닭이 운다
붉어지는 푸른 나무가 눈을 맞춘다
아, 당신에게 입 맞춘 자 나도 그와 같다
< 수상소감 >
진심을 담아 부르는 노래
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노동요(勞動謠)입니다.
남편의 목회는 우직한 농부의 그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꾀 많은 아내는 때론 어렵고 답답하고 도망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옳은 길이기에, 뙤약볕 아래서 함께 돌을 고르고 풀을 뽑고 신선한 물을 주려고 애씁니다.
노동요는 얼핏 듣기엔 어설프고 단조로운 신세타령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래하는 동안 권태로운 수고와 육체의 고통을 어르며 끝까지 일을 마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참 고마운 노래입니다. 오랫동안 혼자 웅얼거리던 노래를 사람들 앞에 부를 기회가 생겼습니다. 쑥스럽고 부끄럽지만 진심을 담아 부르겠습니다.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