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그가 남긴 난초_황대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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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누구든지 들어줄 기회,
영혼 구원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황대연 목사(한가족교회)

베란다에 있는 동양란이 엊그제 꽃봉오리가 생기는가 했더니 오늘 아침에 수줍은 듯 작은 꽃을 피웠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나는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이 꽃을 거의 10년 만에 보는 것 같다.

이 동양란은 개척 초기, 지금은 천국에 가 있는 박원래 형제에게 건네받았으니 우리 집으로 온 지도 20년이 넘었고, 그 이전에도 십 년은 되었다고 했으니 30년은 족히 넘은 난초이다.

박원래 형제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그는 당시 일곱 살 난 딸 하나가 딸린 이혼남이었는데, 공허한 마음으로 길을 지나다 ‘한가족교회’ 간판을 보고 끌리듯 교회에 들어왔다고 했었다. 믿음은 없지만, 우리 교회가 따뜻하고 가족적이어서 참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었다.

나는 그때, 목사 안수를 받았음에도 합신 신대원에 다시 일학년부터 입학해서 매일 아침 쪽지 시험을 보는 통에 한창 코피 터지게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깊은 밤, 술 취한 목소리로 그가 상담을 청하는 전화를 해왔다. 나는 내일 새벽기도 마치면 쪽지 시험이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또 술 취한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어서 무심코 밝은 날 맑은 정신으로 만나자고 했는데, 그는 지방으로 출장을 다니곤 해서 좀처럼 만날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느 주일, 자신은 출장이 잦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말과 함께 꽃 좋아하시는 사모님께 드린다고 이 동양란을 들고 왔었다. 그리고 또 며칠 지난 깊은 밤, 그의 형으로부터 그의 사고와 사망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그의 장례를 마치고 나는 무슨 공부를 더하겠다고, 진작에 그의 말을 들어주지 못했던가, 깊이 자책하며 학교를 그만둘 생각으로 휴학했었다. 새벽마다 그를 생각하면 죄책감에 울었던 것 같다.

어느덧 이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그가 남긴 난초가 베란다에 있는데, 잘은 모르지만 30년 된 늙은 난초가 이렇게 꽃을 피워주다니!!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아쉬움과 어떤 결심이 다시 일어난다. 이젠 누구든지 들어줄 기회, 영혼 구원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