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명시
성탄절의 촛불
<박목월>
촛불을 켠다.
눈을 실어 나르는 구름
위에서는 별자리가
서서히 옮아가는
오늘밤
크리스마스이브에
눈이 내리는 지상에서는
구석마다 촛불이 켜진다.
믿음으로써만
화목할 수 있는 지상에서
오늘 밤 켜지는 촛불
어느 곳에서 켜든
모든 불빛은
그곳으로 향하는
오늘밤
작은 베들레헴에서
지구 반 바퀴의 이편 거리
한국에는 한국의 눈이 내리는 오늘 밤
촛불로 밝혀지는
환한 장지문
촛불을 켠다.
박목월 朴木月 시인(1916-1978)
경북 경주 출신. 청록파 시인. 향토적 서정의 시들로 김소월, 김영랑과 함께 한국적 가락의 시인으로 유명하다. 후기에는 기독교 신앙에 기초해 하나님 앞에서의 인생의 의미를 겸허히 반추하는 시들로 많은 감동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