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지향적 총회, 그 실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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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래지향적 총회, 그 실현을 위해

 

2년 후엔 우리 교단 설립 40주년이다. 인간사도 불혹이면 흔들림 없이 인생을 세우는 나이라는데 합신은 어디만큼 왔는가? 왜 우리는 과거를 거론하며 심지어 옛날이 좋았다고 푸념하는가? 우리가 종종 과거의 추억들을 소환하는 것은 단순한 그리움의 발로가 아니라 현실의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무게 때문이다. 이는 과거가 비교 우위에 놓일 만큼 목전의 현실이 발전적이지 않거나 미래가 소망스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즈음이면 갖춰야 할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서 오는 초조감이 우리를 쉽게 과거지향으로 이끈다.

그러나, 선배들의 업적을 결코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이제 우리는 좀 더 미래지향적이길 바란다. 미래지향적이라는 말을 과거와 현재의 부정적 문제를 적당히 없던 걸로 하고 미래만 생각하자는 말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연히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부조리와 비합리성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토대로 긍정적인 성과들은 계승 발전시키며 온고지신해야 한다. 우리는 104회 총회가 이런 기조 위에서 합신의 사상적 틀과 목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재정립하며 다지는 회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먼저, 합신의 합신다움을 뚜렷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 무엇이 합신다움인가?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정통 개혁신학사상의 보루임을 자가인식해야 한다. 이는 한낱 수사나 우리를 주저앉히는 진부한 자부심의 과잉이 아니라 합신의 근간이다. 합신이 태동하여 지금까지 한국교회 안에서 자리매김된 정체성의 핵심이다. 목회라는 달리기의 실용적 탄력성을 이유로 이 출발선의 정체성마저 버려야 열린 자세요 미덕인 것처럼 운위하는 것은 교단 모독이요 자기 파괴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 안에서의 교단 연합적 사업이나 운동에 총회적 차원에서 참여할 때도 철저한 개혁신앙적 정체성 위에서 분별하여 그것이 훼손되지 않는 선별적 참여가 바람직하다. 근자에 적지 않은 교단들이 전체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과정으로 분란을 배태한 선언문들을 시도하고 있다. 철저한 검증 없이 섣불리 이런 일에 손을 대면 오류를 범하기 쉽다. 최근 이웃 교단에서는 총회에서 시국선언문까지 채택하려다 심각한 내부 논쟁을 겪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분열적 정치성의 위험이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 그 엄혹한 독재정권 아래에서도 합신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1장 4절에 의거하여 그렇게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임을 기억해야 한다.

뜻이 좋아도 과정의 공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좋은 결실이 없고 합신다울 수도 없다. 목표를 세워놓고 밀어붙이는 방식은 합신다움이 아니다. 총회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일들은 한 회기에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성과주의적 조급함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한 회기의 총회는 미래지향적 계주 마라톤을 뛴다고 생각해야 한다. 주어진 코스에서 건강하게 적당한 보폭으로 능력껏 최선을 다해 뛰고 나머지는 다음 회기에 바통을 넘겨주면 된다. 꼭 그 회기에 끝을 보려 하면 조급함에 빠질 수 있다. 무리한 폭주도 나태함도 오류의 첩경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총회는 들뜬 외부적 가시적 활동보다는 침착하게 교단 내부적 화목, 전 교단 교회들의 발전과 단합을 위해 먼저 힘써야 한다. 예컨대 개척교회를 돌아보고 격려하며 가능한 지원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최소한의 비빌 언덕과 구심점이 돼 주어야 한다. 젊은 목회자후보생과 목회자들에게 신뢰받는 교단이 되도록 음양으로 노력해야 한다. 합신의 전망을 생각하고 도시와 농촌, 개척 목회의 미래를 연구하며 실효적 방책을 내놓을 수 있는 미래위원회(가칭)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결혼율 및 신생아 출생률 저하, 노령인구 증가, 청년 실업, 농촌 붕괴 등, 급변하는 세태 속에서 개혁사상과 합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목회하는 실천적 방안들을 제시해 주지 않으면 자칫 과거의 추억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대한 총회적 관심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 지원자가 줄어드는 현황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조만간 교단의 핵심 사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입학설명회만 해도 2016학년도 130명, 2017학년도 127명, 2018학년도 138명의 참석 수를 유지하다가 2019학년도에 112명으로 줄고 지난 9월 19일의 2020학년도 입학설명회에는 참석 수가 60명으로 줄었다. 입학설명회를 통해 입학을 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친다면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학교만 아니라 인준의 주체인 교단이 총회적으로 함께 고민하며 개교회의 적극적 협조 속에 지원자를 확보하고 후원하는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합신의 영광스러운 유산들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계승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또 한편 오히려 퇴행적인 부분은 없는지 반성하고 창의적으로 전진해 가는 총회가 돼야 한다. 그것은 총회의 사고와 운영 방식, 논의 과정 그리고 총회 임원 및 상비부 활동의 전 영역에 해당된다. 반성 없는 성숙은 없고 기초를 버린 발전은 더더욱 없다. 합신의 정체성의 기초를 굳건히 재정립하고 화목과 단합에 힘쓰며 오늘의 소임에 충실하고 미래지향적 실효적 대책에도 열심인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