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딸’을 통해 본 출판인의 자세
< 송영찬 국장 dan7777@dreamwiz.com >
성경을 제외하고 모든 기록된 문서들은 역사 앞에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문서든 그 진위를 떠나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이라면 그 문서로 인하여 역사 속에서 휘몰아치게 될 도의적 책임감을 절실하게 가져야 한다.
특별히 기독 출판사와 출판인들은 아무리 상업적 이익이 보장이 된다 할지라도, 그 출판물이 교회의 유익을 해치거나 그로 인하여 교회가 폄하를 당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당연히 그 출판물을 세상에 내어놓지 않아야 한다. 더욱이 사람의 명예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 진위를 떠나서도 출판 자체를 자체해야 한다.
아무리 공적이 뛰어난다 해도 그 사람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서거나, 혹은 그와 반대로 그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내용이라면 당연히 출판에서 배제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인생은 결코 한 두 사람의 증언으로는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목사와 딸’로 인하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지만 그 책으로 인하여 한 시대를 살다 간 ‘정암’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정암’이 살아왔던 생전의 생활 모습은 직간접적으로 주변 사람들에 의해 너무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정암’은 자신을 가리켜 “나는 83년 묵은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자기 내면의 삶에 대해 철저하게 힘들어 했으며, 한 평생 동안 부모의 속을 썪이는 자녀들로 인해 누구보다 힘들어 했었다. 이 사실은 알 만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처럼 어렵던 1950-60년대에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자녀들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이것은 당시 어려운 형편 가운데 살고 있던 정암으로서는 자녀들을 위해 유일하게 해 줄 수 있었던 사랑 방식이었다.
이제 정암이 떠난 지 30여 년이 되었다. 그 따님도 70고령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자신이 아무리 아팠던 상처일지라도 스스로 자기 혼자 감싸는 것이 옳다. 구태여 이렇게 아팠다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것도 자신의 시각으로 각색된 이야기들을 출판한다는 것은 기독 출판인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