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69)| 복고열풍_정창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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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고 열 풍     -신명기 32:7

 

 

< 정창균 목사, 합신 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

 

 

“문화에 대한 병적인 집착에서 벗어나야”

 

 

요즈음 가요계에는 7080 가요에 대한 복고열풍이 불고 있다 합니다. 70-8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들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흐름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7080 가요 콘서트가 곳곳에서 열리고, CD 매출이 급격히 올라가고, 악기점에서는 그 시대 음악의 상징이기도 한 기타를 찾는 손님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7080 가요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들은 두 부류의 사람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당시 젊은 청년으로 그 노래와 그 문화에 흠뻑 젖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지금의 40-50대 층입니다. 이들은 그동안 정신 없이 사느라 잊고 지내왔던 30-40년 전 그 시대의 음악과 그 문화들에 다시 열광하고 있습니다.

 

젊은 한 때 자기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열광하며 불렀던 그 노래들과 그 분위기들에 문득 다시 눈이 띄고 가슴이 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과거, 단절되었던 과거에 대한 회귀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훈훈한 추억, 그리고 그 노래들을 통하여 아직도 우리 세대가 있음을 확인함에서 오는 가슴 뭉클한 감동과 대견스러운 자기 확인을 그들은 그렇게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복고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또 다른 주체는 10대 청소년들과 20대 청년들입니다. 이들이 7080 가요들에 대한 복고열풍을 일으키는 주역이라는 사실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시대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즐기는 음악은 그야말로 신세대, 신세계의 것이어서 7080 음악과는 전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는데, 어떻게 이들이 7080 포크송에 그렇게 열광하며 복고열풍의 주역이 되고 있는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청소년과 청년들이 7080 가요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조사해보니 의의로 간단하였습니다.

 

‘아직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에서 느끼는 신선함’에 매료되어서라는 것입니다. 30-40년 전에 이 나라 젊은이들의 정서와 문화를 사로잡았던 음악들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는 아직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라는 사실은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전통과의 단절과 전통과의 연결이라는 문제를 곰곰 생각해 보게 합니다. 아무튼 지금 이 나라의 중년층과 청년층에서는 7080 가요들에 대한 복고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사실 이 시대 교회현장에서도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현장에서 불고 있는 열풍은 복고열풍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이 시대 교회 한쪽에서 몰아치고 있는 열풍은 전통을 끊어내는 열풍입니다. 전통과의 단절이 앞으로 교회가 살아남을 길이라는 주장을 이곳저곳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것과는 다른 ‘새로움’에 대한 열풍입니다.

 

예배갱신 운동의 핵심도 전통적인 예배에 대한 배척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신세대의 문화와 의식과 기호에 맞는 새로운 스타일의 예배를 만들어내는데 열광합니다. ‘예배기획전문가’라는 이상한 전문직업도 그렇게 해서 생긴 것입니다. 이머징 교회 운동도 전통적인 교회에 대한 부정과 배격으로부터 교회론을 시작합니다. 신설교학 운동도 전통적인 설교론에 대한 배척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들 모두 전통적인 것으로는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전제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이들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열풍의 실질적인 내용은 결국 문화운동으로 귀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시대의 교회가 교회이기 위하여 시급한 일은 ‘문화에 대한 병적인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전통은 끊어내고, 벗어나야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돌아가야 되는 것이고 잇대어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그것이 신학적인 전통일 때는 더욱 그리합니다. 전통을 내치는 운동은 언제나 “내용 곧 진리는 바뀔 수 없지만, 그릇은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웁니다. 그 말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 그릇만 바꾸고 있는가, 그들이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새로운 예배’, ‘새로운 교회’, ‘새로운 설교’가 과연 내용은 변함이 없고 그릇만 바꾸는 일에 머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가를 곰곰이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다음 세대 언젠가는 우리의 전통이 그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는 처음으로 보는 새로운 것’이어서 복고열풍을 일으키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모세가 자기는 들어 갈 수 없는 땅을 강 건너로 넘어다보며 그곳으로 들어갈 백성들의 앞날을 우려하여 행한 긴긴 설교의 마지막 즈음에 간곡하게 부탁했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비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이르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