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진 칼럼> 계획, 비전, 하나님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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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진 칼럼>

계획, 비전, 하나님의 뜻 

성주진 교수/ 합신 구약신학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의 축복에는 새로운 일의 시작과 더불어 미진한 일
의 새로운 시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해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하나님의 
성품과 일하시는 방식에 부합됩니다. 하나님은 창조의 하나님이실 뿐만 아니
라, 우리가 실패한 경우에도 믿음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다시 부르시는 분이
기 때문입니다. 새해는 새로운 응답을 기대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부르심
입니다.

새해를 물리적으로만 본다면 새해는 지난해의 연속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것
은 지나치게 물리적인 시간관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시간은 구속적인 의미
가 있습니다. 구약시대에도 새해는 물리적으로는 이전 해와 다름이 없었지만 
유월절을 새해의 기점으로 삼음으로써 새로운 한 해가 하나님의 백성에게 구
속과 갱신의 장이 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시간의 구속적 의미를 받아들이
고 하나님의 뜻대로 선용한다면 우리는 새해에 새로운 구속의 은혜를 경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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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습니다.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헌
신을 다짐하는 일입니다. 새해가 되면 개인은 개인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교
회는 교회대로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이 계획에는 소위 비전, 곧 장기적
인 목적과 목표가 연단 위로 제시됩니다. 이때 새로운 ‘비전’과 각오는 변화
와 발전을 위한 실천에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새해에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목적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상존하기 때문에 이를 짚고 넘어갈 필
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소위 비전은 개인적인 야망의 변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적
지 않은 경우에 개인의 이기적인 욕심을 비전의 이름으로 포장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둘째, 비전 운운은 매일매일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삶과 반대된다는 것입니
다. 미리 정해진, 비전이라는 이름의 계획을 추종하다 보면 그때그때 밝혀 주
시는 하나님의 뜻을 따를 수 없다는 비판입니다. 

셋째,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제한되게 주어지는 하나님
의 
은사로써 비전의 피상적 보편화 또는 세속화는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의 경
험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비전에 대한 이와 같은 비평은 오늘날 흔히 오용되는 비전이란 말의 취약점
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비판에 동감한 상당수의 진지한 
그리스도인들이 과거에 계획대로 이루지 못했거나 다짐한대로 실천하지 못한 
상처를 안고서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비평은 전적 부정의 의미가 아닌 철저한 교정의 필요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 믿음으로 헤
아리며 나름대로 경건한 소원을 계획 속에 담아 실천하기를 힘쓰는 일 자체
가 부정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계획을 세움에 있어 하나님의 뜻을 결정론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곤란합니
다. 그렇다면 계획이 아주 필요 없거나, 하나님의 예정된 뜻을 발견하는 것
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의 초점이 되어야 할텐데, 성경은 이러한 숙명
론적 발상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흔히 사후에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합니다만, 미래는 예측불가능한 것이 
그 특징입니다. 미지
의 미래를 억지로 알려고 하는 것은 시간과 정력의 낭비
일 뿐입니다. 계획은 미래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알아 맞추는 게임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적 다스림을 믿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따라서 계획의 가치는 삶의 방향과 원칙을 확인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실
천력을 높이려는 데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 즉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
는 것을 목표로 삼고, 한 해 동안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
는 심정으로 계획하는 일은 믿음과 기도의 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계획을 세움에 있어 혹시 실패할까 미리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줄 압니다. 
내가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반드시 실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계획
에 대한 성경적인 태도는 ‘하나님의 뜻이면 우리가 이것저것을 하리라’는 것
입니다. 비록 부족한 계획이지만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최선을 대하는 것은 
우리의 계획이 좌절되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을 믿기 때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