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30)-적시(適時) (딤전 2: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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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

적시(適時) (딤전 2:6b) 

조병수 교수/합신 역사신학

나는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시편 1편을 즐겨 암송한다. 기도하는 중에
도,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거나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도 이 시를 암송한다. 
이 시는 길을 걷거나 운전을 하는 중에도 자주 내 입술에 오르내린다. 전에
는 전동차를 타고 가는 동안 주로 책을 읽었다. 그렇게 안 하면 뭔가 불안하
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죄송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력이 여러모로 나빠진 후로는 차내에서 무엇인가를 읽는 것이 너무
나 불편하고 힘들어서 아예 성경구절을 암송하는 것으로 습관을 바꾸어버렸
다. 나는 많은 성구가운데 시편 1편을 즐겨 암송한다. 그런데 이 시를 암송하
면서 늘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시절을 좇아”라는 문구이다. 이것은 “제 
시간에”라는 뜻으로 아마도 “적시에”라고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는 적시에 열매를 맺는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
기를 속전으로 주신 것은 하나님의 구속 계획을 위한 놀라운 증거이다. 하나
님의 구속 계획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를 속전으로 주
신 사건에서 가장 완벽한 증거를 얻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희생은 하나님의 구속계획을 입증하는 증거 중의 증거
이다. 하나님의 구속계획을 입증하는 데 이보다도 더 큰 증거는 있을 수가 없
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은 언어나 사물 또는 사람이나 천사를 통하여 이루
어진 것이 아니라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자기를 속전으로 주심으로써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구속계획을 가장 명확하게 입증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희생은 약간의 시간오차도 없이 일어났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를 속전으로 주신 것은 조금도 늦
지 않고 조금도 이르지 않게 가장 적절한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예수 그리스
도는 하나님의 구속계획을 이루기 위하여 시간적으로 약간의 오차도 없이 자
기를 속전으로 주셨다. 하나님의 구속에서 시간오
차가 전적으로 배제된다는 
것이 은혜이다.

하나님은 모든 구속의 일을 적시에 이루신다.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
의 권한에 두셨다”(행 1:7). 만물과 인간의 창조 그 자체가 적시에 이루어진 
것이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다”(전 
3:11).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왕국을 세우신 것도 적시에 일어난 일이며, 이스
라엘 왕국을 멸망하게 하신 것도 적시에 일어난 일이다(마 1:17). 

세상과 인간의 종말 그 자체도 적시에 이루어질 것이다. “그 날과 그 때는 오
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마 24:36). 하나님께서 자기의 말씀을 나타내신 것
도 제 때에 된 일이며(딛 1:3),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나타내실 것도 제 때
에 될 일이다(딤전 6:15).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어서 탄생도 적시의 사건이며
(갈 4:4), 죽음도 적시의 사건이다(딤전 2:6).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의 적시를 위한 가장 분명
한 증거이다. 하나님과 사람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사람을 위
하여 자기를 속전으로 내주신 것은 가장 적절한 때에 이루어진 증거이다. 
자주 우리
는 우리가 원하는 때에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 그
러나 사실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모든 일이 적시에 일어났을 뿐이
다. 우리의 인생에서 모든 일은 적시보다 조금도 일찍 일어나지 않았고 조금
도 늦게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우리의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이 언제나 이르
다 아니면 늦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에는 모든 것이 때가 있다. 하나님은 모든 일을 적
시에 이루신다. 단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시냇가에 심긴 나무처럼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에게 심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에 반
드시 열매를 맺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시편 1편을 여러 번 반복해서 암송했다. 여느 때나 마찬가지
로 “시절을 좇아”라는 문구에 도달하면 무엇인가 영혼을 소생시키는 찡한 것
이 가슴속에 솟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