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호수의 배 한 척_성주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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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호수의 배 한 척 

성주진 교수/ 합신 구약신학

고고학은 얼핏 보면 따분한 학문같지만 때때로 문외한도 깜짝 놀랄만한 역
사적 발굴을 이루어냅니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고고학적 발굴 가운데서 우
리의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예수님 당시 갈릴리 호수를 누비던 배를 거
의 원형 그대로 발굴한 일일 것입니다.
때는 1986년 1월이었습니다. 우기인데도 비가 내리지 않자 이스라엘 사람들
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넉넉하던 갈릴리 호수의 수위는 
갈수록 낮아져서 식수와 농업용수를 갈릴리 호수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들의 시름은 깊어만 갔습니다. 

당시 주변의 키부츠에 살던 루판 형제는 드러난 뻘을 함께 걸으며 혹시 무
슨 유물이 없을까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이곳에서 값진 로
마 동전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두 사람의 눈에는 뻘에 묻힌 배의 윤곽이 어렴풋이 드러난 것
이 보였습니다. 소식을 접한 고고학자들이 곧바로 달려왔습니다. 
세심한 작
업 끝에 발굴된 이 배는 조심스럽게 운반, 복원되어 부근의 박물관 저수조에 
보관되었습니다. 연대측정 결과 이 배에 사용된 나무는 주전 120년에서 주후 
40년 사이에 벌목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시기적으로 볼 때 예수님과 제자들
이 이런 종류의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다녔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거
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발굴된 배 자체보다도 이 배
가 발견된 상황입니다. 이 배는 호수가 파란 물로 넘실거릴 때 발견된 것이 
아닙니다. 물이 넘칠 때 이 배는 물 밑 뻘 속에 깊이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이 배가 발견된 것은 심한 가뭄 때문에 물 속 뻘이 밖으로 완전히 노출된 때
입니다.

난파선은 해저고고학자들에게 보물중의 보물입니다. 이 값진 고고학적 보물
이 가뭄이 극심할 때에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기독교적 역설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생의 최저점에서 최고로 보배로운 은혜
를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진리를 잘 드러낸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다윗입니다. 그는 인생
에서 두 번에 걸친 극
심한 가뭄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아들 압살롬의 반역 때
문에 겪은 두 번째 가뭄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가뭄
의 때에 왕궁의 풍부함 때문에 가려졌던 귀한 은혜의 보배들이 풍요의 거품
이 걷히자마자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가뭄을 겪으면서 그의 믿음은 정금같이 연단되었습니다. 정처 없는 도망 길
에서 그의 기도는 깊어만 갔습니다. 그의 사랑 역시 메마르기는커녕 더욱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피곤한 삶의 여정에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다
윗은 인생의 깊은 우물에서 가장 갚진 은혜의 선물들을 길어 올렸습니다. 그
리고 그 값진 믿음과 기도와 사랑의 보배들을 더욱 갈고 닦았습니다.

그의 믿음은 언약궤의 동행을 거절하는 데에서 잘 나타납니다. 제사장이 강
권할 때에도 다윗은 왕위에 연연해하기보다 오직 하나님의 기쁘신 뜻만이 이
루어지기만을 구했습니다. 원수의 저주에 대해서도 손쉬운 보복을 택하지 아
니하고 하나님의 자비로운 손에 모든 것을 맡겨버렸습니다.

다윗은 다시 기도하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갈공명 같은 아히도벨이 적군에 
가담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에
도, 낙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화살기도’를 
드렸습니다. 경황이 없을 때에 드린 그의 민첩한 기도는 그의 참된 믿음을 반
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이한 것은 그의 사랑입니다. 반역한 아들 압살롬을 끝까지 사랑으
로 품으려는 다윗의 모습은, 타락한 아들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어려움을 당하거나 배반을 당하면 우리의 마음은 얼마
나 움츠려들고 거칠어지는지요. 그러나 다윗은 눈물 골짜기를 통과하면서 믿
음과 기도와 사랑의 보배를 새롭게 발견하고 더욱 키워 갔습니다. 

갖가지 영성 개발 프로그램이 나와 있습니다만, 고난을 강조하는 훈련 프로
그램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고난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지도자 훈련 코스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령의 메마름과 삭막함조차도 영
적인 깊이와 풍요로 반전시키는 일이야말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절실
히 요청되는 경건의 지혜가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