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있게 살도록 가르쳐 주신 하나님_추둘란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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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있게 살도록 가르쳐 주신 하나님 

추둘란 집사_수필가,홍동밀알교회

“낭비하지 않고 사는 것,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해” 

전도대상자인 준민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잠깐 우리 집에 들러 놀고 
싶다고…. 그이를 위하여 ‘무슨 방법으로 섬길까?’ 늘 기회를 엿보고 있
는 나에게 자청하여 도움을 구하니 속으로 할렐루야를 외치며 얼른 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누추한 살림살이 부끄럽지 않아

준민 엄마가 우리 집을 찾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첫 번째 방문 때 
그이는 우리 집 사는 형편을 보고 적이 놀란 듯 보였습니다. 오래된 시골집
이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그이의 상상보다 훨씬 작고 허름했던지 앉아야 할
지, 서야 할지, 어디에 기대어야 할지,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은 네 식구가 잠자는 안방 한 칸과 거기에 딸린 작
은 부엌, 책과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방 한 칸이 전부입니다. 거실도 따로 없
고 마루
도 따로 없습니다. 안방이라고 해봐야 책상 하나, 서랍장 세 개, 옷
걸이가 전부이고 집집마다 있게 마련인 장롱도 없습니다.
준민 엄마는 지난 번 방문 때에 집도 집이지만 수돗물도 시원스레 나오지 않
은데다, 지네를 비롯한 온갖 벌레나 쥐와 더불어 사는 나를 의아한 눈으로 
보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서 그이는 뜻밖의 말을 하였습니다.
“참 단출해요. 이렇게 간단하게 해놓고 살다니… 부러워요.”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동안 이 작고, 허름하고, 벌레가 버글거리
는 집으로 인해 얼마나 속을 끓이며 살았는지 누구보다 내 자신이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집에 사는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생기다니, 하나
님은 참 희한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집안 꾸미기에 관심이 없는 성격이라면 모를까 나는 누구보다 예쁜 
집, 예쁜 살림살이를 좋아합니다. 잡지에서 그런 사진을 보며 즐기는 것도 
좋아하고, 직접 꾸미는 일을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즐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런 나의 욕망이 하나님의 나라
와 그 의를 구하는 데에 꼭 필
요한 것이 아님을 지적하시며 이 작고 허름한 
집을 통하여 철저하게 교육시켜 주셨습니다. 
한동안은 하나님의 방법이 답답하여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순종할 만큼 순
종하고 봉사할 만큼 봉사하며 십일조를 비롯한 헌금도 누구 못지 않게 잘 드
리건만 어찌하여 이 작은 집에서 지네에 물리며 살게 하시는지, 이만하면 우
리를 출애굽시켜 주실 때도 되었건만 어찌하여 내버려두시는지 야속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의 교육 방법은 너무나 탁월하였습니다. 우선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해 주었습니다. 어떤 물건을 사야 할 때나 심지
어 공짜로 얻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도 꼭 필요한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하
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쁘든지 안 예쁘든지 어떤 새로운 
살림살이가 하나 들어오려면 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집밖으로 나가야 할 구
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하나님은 경제적으로도 필요 이상으로 주시지 않았습니다. 남편
이 거의 무보수로 장애인을 위한 사회운동을 하다 보니 수입이 생겨도 공과
금을 비롯한 생계비에 즉시로 지출이 되어버려 집안 꾸미기에 쓸 
돈은 애초
에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방법으로 사오 년을 교육받다보니 나도 모르게 규모 있게 
사는 방법이 저절로 체득되어졌습니다. 하나님은 작년부터 나에게 직장을 주
시고 월급을 주셨는데 그 수입으로 집안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목장과 목원
들, 전도 대상자들을 섬기는 일에, 그리고 교회의 필요를 돌아보고 사용하도
록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처음으로 가계부를 쓰게 하셨고 적금까지 들게 해 주셨습니
다. 결혼 전부터 ‘있을 때 쓰고 보자’는 식의 경제관념을 가졌던 제가 이
렇게 규모 있게 살 수 있게 된 것은 작은 집에 살면서 하나님의 방법으로 교
육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은 집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큰 덕을 세우는 귀한 집입니
다. 작고 허름한 집에서 목장예배를 드리게 됨으로써 좋은 집이나 넓은 집
을 갖고 있지 않아도 목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성도들도 알게 된 것입
니다. 그리고 준민 엄마처럼 단출하게 사는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까지 생기
게 된 것입니다.
한편으로 나에게 규모 있게 돈을 쓰는 법을 가르쳐 주신 하나님은 남편에게

n는 규모 있게 시간 쓰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남편은 논농사를 짓는 농
부이자, 교회 차량 운전자이며 한 목장을 섬기는 목자이면서 초등학교의 운
영위원입니다. 여기에 홍성 지역과 충남도, 그리고 전국 대표 직함까지 장애
인부모회와 관련한 회장직을 세 개나 갖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부족한 것은 돈보다도 시간인데 24시간을 쪼개어 그 많은 사역을 
감당하는 것을 보면 남편은 남편대로 하나님의 방식으로 교육을 받았음이 틀
림없습니다. 스포츠 뉴스를 보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던 남편이지만 스포
츠 뉴스는커녕 지금 우리 가족은 아예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주님 위해 쓰임받는 것 감사해

구원해 주신 것만 해도 말로 다 할 수 없이 감사하건만 우리 같이 부족한 사
람을 선한 싸움에 사용해 주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시간이든 돈이든 
낭비하며 살아도 그것이 낭비인 줄 모르고 살았던 우리를 오직 하나님의 나
라와 그 의를 위해 규모 있게 살도록 하시니 하나님! 고맙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