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단상<5>
숫자와 인간의 마음
조석민 목사·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교수
“기드온 삼백 용사처럼 하나님 능력보이길”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끝났다. 신뢰할 만한 올바른
정책과 국민을 위한 적절한 정치 공약이 실종(失踪)된 선거에 46.1%의 투표
율은 오히려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 표심 보여 준
절묘한 투표
이번 선거는 여당인 한나라당도, 제1야당 통합민주당도 모두 마음을 놓을
수 없도록 국민의 표심이 절묘하게 반영된 선거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각
정당에서는 이번 선거의 결과인 이 숫자를 놓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며 국민을 호도(糊塗)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 국민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선거는 결국 투표의 결과인 그 숫자가 말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
이 그 숫자에 울고, 웃고, 요동친 것이 사실이다. 민주주의 원리가 다수(多
數)의 결과를 따르
는 원칙에 입각한 것이지만 항상 다수가 옳은 것만은 아니
라는 진리를 모두 알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와는 다르지만 한국의 거의 모든 장로 교단들도 총회에서 해마
다 총회장을 선출하고, 각 노회에서 노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한다. 또한
각 교회에서는 담임목사의 청빙과 위임, 장로와 안수집사, 권사의 직분을 세
우기 위하여 선거가 실시된다. 이런 모든 선거에서도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이 적용되어 실시되고 있다.
특히 교회의 선거에서는 투표자의 다수의 유효 투표 결과를 얻는 정도나, 과
반수의 유효 투표 결과를 얻는 정도가 아니라, 투표자의 2/3 이상의 유효 투
표 결과를 얻도록 요구하는 선거가 많아서 숫자에 더욱 민감하다. 그러므로
교회의 여러 선거들에서도 유권자의 표를 많이 얻어야 하는 상황은 역시 현
실 정치에서 보는 것과 거의 다름이 없다. 인간의 마음이 선거와 관련해서
숫자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을 보면서 숫자의 신비와 위력을 느
낀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는 숫자가 매우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 교회의 성도
의 숫자나 교회 재정의 통계 숫자가 선거에서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신비하
게 작용하는 것 같아서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교회는 사람의 숫자나 재정의 통계 숫자로 그 힘을 과시하거나 말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사람이 모이는 교회와 교회 재정의 통계 숫자
가 재정의 많음을 나타내는 교회들이 큰 목소리를 내고 그 힘을 과시하는
것 같이 보여서 아쉽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님과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님의 놀라운 능력과 세상이 소유하지 못한 복음의 위대한 능력
은 교회에서 사라지고 사람들의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숫자에 민감한 교회
가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는 교인들이 교회에 모이는 숫자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며, 어느 정도 그 마음을 이해하고 동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목회자가 숫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그 숫자를 의지하면 결과적으로 거
의 모든 성도들을 하나님과 복음의 능력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로 양육하기
보다는 숫자에 민감한 사람들로 교육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교회는 교인들의 많은 숫자나 교회의 많은 재정 규모의 통계 숫자로 그 힘
을 과시하려고 하면 할수록 스스로 복음의
능력을 부인하는 결과가 될 수밖
에 없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들에게 숫자를 의지하지 말 것을 성경에서
여러 번 분명히 교훈하셨다.
예를 들면 기드온이 미디안과 전쟁을 준비할 때에 하나님은 기드온에게 나타
나셔서 사람의 숫자를 의지하지 말 것을 분명히 말씀하셨다. 사사기 7장 2절
은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시되 너를 따르는 백성이 너무 많은즉 내
가 그들의 손에 미디안 사람을 넘겨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슬러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고 하였
다.
결국 이 말씀에 복종하여 기드온은 그 숫자를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께 순종
하여 미디안과 전쟁하려고 처음 모인 사람들 중에 이만 이천 명을 돌려보내
고, 남은 군사들이 만 명이었지만 하나님은 이 숫자도 많다고 하셔서 결국
삼백 명이라는 적은 숫자로 미디안과 싸워 승리하였다. 이것은 기드온의 군
사 삼백 명을 통해서 미디안과 싸워 승리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
로 승리하게 하신 것을 보여준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승리 비결
통계 숫자가 거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시대 속에서
많은 숫자가 능력을 과시
하지만, 교회는 숫자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내는 신비한 모습이
계속 유지되어 복음의 참된 능력이 드러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