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고 달을 보며
< 변세권목사, 온유한교회 >
“사람이 편하고 여건이 좋아서 훌륭해지는 법은 없는 것 같아”
새해가 되고 날이 바뀌면서 다시 해도 길어지고 머지않아 우리 곁에 봄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때마침 작년에 두고 온 시간과 공간을 애써 잊으려는 듯 자주 새하얀 눈이 소리 없이 대지와 교회당을 덮는다.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쩌면 삶의 당연한 이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모든 것, 모두에게서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다. 작년에도 우리는 각자의 현실과 삶에서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을 포함해서 잘도 이겨냈다. 그렇다면 올해도 적극적인 의미에서는 하나님께서 친히 계획하시고 우리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만들어 주실 것이다. 작년에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올해 또 오신 것이 아니고 올해 새롭게 찾아오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적합할 때 가장 적당한 일을 주실 것이다. 그리고 그 하루는 우리에게 주신 값진 은혜의 선물이 될 것이다. 그동안도 우리가 못하겠다고 나가 넘어졌던 일들 속에 우리의 인생을 만드시고 영광스럽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목적이 담겨 있었다.
말씀 사역과 돌보는 사역 위에 신앙고백과 교회교육, 그리고 몸 된 지체와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의 연합공동체를 이루게 하셨다. 또한 소극적인 의미에서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 실수하고 연약하고 부족했던 것들도 많이 있었다.
어찌 작년뿐이랴, 그러나 그것도 하나님이 지워주시고 다시 시작하게 하시며 채워주셨다. 설사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가 그린 그림의 실수를 지우시는 과정이 아무리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그분의 일하심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어떤 환경과 조건, 어떤 삶의 정황과 역사, 어떻게 만나는 사람도 그와 협력하여 선을 이루지 않는 것이 없다.
지난날도 어떤 소원과 계획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우리가 가장 싫어하시는 길로 인도하신 적도 있다. 고통의 바다로 끌고 가신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보면 우리가 소원했던 길로 갔더라면 후회하고 실패했을 일이 한 두 개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가 요구했던 길로 가는 것을 성경이 허락한 적은 없다.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를 풍성하게 한 것은 고달팠던 일, 힘들게 고민했던 일,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던 일들, 많은 눈물을 흘리고 비명을 지르고 깊은 한숨을 쉬었던 것들이다.
역시 조금 살아보니 사람이 편하고 여건이 좋아서 훌륭해지는 법은 없는 것 같다.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만이 늘 한결같으셔서 우리의 어떠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고 인도하시는 것이다.
세상은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만드신 반전의 무대이다. 그러나 세상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올해도 차분하게 이 길을 걸어가 보자. 우리는 인간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훌륭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모든 것을 감수하며 가는 것만이 정답일 뿐이다. 그나마 유능하고 훌륭한 친구가 있어서 우리를 이해하고 받아주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살아서 험한 꼴을 볼 수 있는 것이 우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훌륭하게 보여주고 자신은 허망한 길을 걷는 것을 조심해야 된다. 성화의 과정은 ‘이렇게는 못해! 더 이상은 안 해! 말로는 못할게 없는데 왜 오늘을 살 방법은 없나? 오늘 닥치는 현실과 나의 못난 조건 속에서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이런 고민들이 많다.
우리의 거룩한 성화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모든 못난 행동과 결정에 그리스도가 늘 함께하신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죽은 것 같이 우리의 삶이 예수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삶이 되었다는 것이다.
연말을 전후해서 여러 모임에서 들었던 박영선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정리해보았다.
삶이란, 매일 아침마다 찾아오는 하나님의 도전이다. 우리가 묶여있는 현실을 하나님이 담아내신다. 오늘도 동일한 정체성과 목적으로 우리를 묶고 계신다. 인간은 한 입에서 모순된 말이 나오는 존재다. 하나님은 괜찮은 사람을 골라서 사역을 맡기시는 게 아니라 이 한심한 인생을 위해서 하나님의 모든 기적이 예수를 보내셨다.
하나님이 우리가 뭐라고 이 한심한 인생들을 하나님이 목적하셨으니 ‘순종하겠습니다’ 밖에는 우리가 할 말이 없다. ‘나를 세움으로 저들을 세웠고, 또한 약속하신 것을 이루시는 분이시구나’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값싼 확신으로 입을 열지 말고 하나님의 일하심의 깊이에 대하여 입 다물고 살아야 한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길 같지만 그러나 그 길이 승리하는 길이 될 것이다. 설교로 성도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은혜를 전달해보자. 일찍 죽으면 행복이고 오래 살면 고생이지만 그래도 그 날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자로 신비한 웃음을 띠면서 오래 버텨보자!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죽을 수 있다는 믿음도 가져보자! 입 다물고 가자! 우리 중에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없다. 오늘도 우리가 당하고 있는 일이 가장 위대한 기적의 현장임을 기억하자.
사는 동안 비굴하지 말고 없어도 멋있게 살아내자. 그리고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 하심의 방법에서 도망가지 말자. 아무것도 아닌 자로 아무것도 아닌 삶으로, 아무도 모르게 사역을 해 나가자!
마치 별을 보고 달을 보듯 바람이 스치듯이 이 길을 조용하고도 평온한 그 어느 날과 같이 차분하게 걸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