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10)-일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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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딤전 1:11) 

조병수 교수/ 합신 신약신학

일을 보면 사람을 안다. 물론 역도 성립된다. 사람을 보면 일을 안다. 대체
로 진실한 사람이 하는 일치고 추잡한 일이 없는 법이다. 무엇이라고 이름을 
붙이든지 간에 오늘날 세상의 모든 구석에서 행해지는 추잡한 일들의 배후에
는 그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진실하지 않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하는 일을 보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알 수 있다. 일이 일군을 규정하며, 일
의 성격이 일군의 품위를 결정한다. 사명인의 인격과 지위는 사명의 종류와 
성격에서 드러난다. 작은 일은 그것을 맡은 사람이 작은 사람임을 보여주듯
이, 큰 일은 그것을 맡은 사람이 큰 사람인 것을 보여준다. 작은 일을 맡은 
사람이 큰 사람인 경우도 드물지만, 큰 일을 맡은 사람이 작은 사람인 경우
는 더욱 드물다. 그래서 일을 보면 일군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구태
여 일군의 성격과 학력을 따져보지 않더라도, 그가 맡은 일과 사명의 성격만 
보아도 그가 어떤 사람
인지 알 수 있다. 

완벽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이것은 열매가 나무를 규정하는 것과도 같다. 열매
를 보면 나무를 안다. 좋은 열매는 그것을 맺는 나무가 좋은 열매인 것을 보
여준다. 왕직을 보면 다윗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가를 알 수 있고, 돼지 치는 
일을 보면 탕자가 얼마나 천한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일을 보면 사람을 안
다.

사도 바울은 자신에게 무엇이 맡겨졌는지 말한다. 그것은 “복음”이다. “내
게 맡기신 바 … 복음을 좋음이니라” (딤전 1:11). 사도 바울은 이렇게 짧
은 한 마디의 말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에게는 자
신을 설명하기 위하여 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그가 어떤 사람인가 하
는 것은 복음을 맡았다는 사실에서 간단하게 증명된다. 

사도 바울의 위대함은 그에게 복음이 맡겨졌다는데서 보여진다. 복음을 맡은 
자가 귀한 사람이 아니며, 복음을 맡지 못한 자가 천한 사람이 아닌가? 영화
와 존귀의 관을 머리에 쓰게 되었다는 것으로부터 사람의 귀함이 나타나고, 
만물을 그 발아래 두었다는 것으로부터 인자의 귀함이 나타난다 (시 8:5-6). 
거룩한 것을 맡
기지 않는다는 것으로부터 개의 천함이 드러나고, 진주를 내주
지 않는 것으로부터 돼지의 천함이 드러난다 (마 7:6). 

사도 바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복음”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첫째로 복음
은 “하나님의” 복음이다. 이것은 복음의 유래를 지시한다. 복음은 하나님에게
서 나온다. 복음이 하나님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 복음을 맡은 직분도 하
나님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복음의 유래와 사도직의 유래는 동일하다. 복음
이 하나님께 걸려있듯이 사도직도 하나님께 걸려있다. 사도 바울의 직분이 위
대한 것은 그의 배후에 유래가 되시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사도직은 
신적 위대함과 신적 존귀함을 가진다. 하나님은 “복되신” 하나님이시다. 그러
므로 사도 바울의 행복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만 성립된다. 

둘째로 복음은 “영광스러운” 것이다. 이것은 복음의 속성을 설명한다. 복음
은 영광스럽다. 복음은 하나님의 구속 은혜를 내용으로 삼는다. 복음은 인류
의 구속이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가운데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죽음에 근거하
여 성령의 확실한 보증으로 성취된다는 것을 전한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영
광스러운 복음을 맡았다. 그러므로 복음의 영광은 사도의 영광이다. 복음이 
영광스럽기에 사도도 영광스럽다. 

복음은 유래로 보자면 하나님에게서 나온 것이며, 속성으로 보자면 구속의 영
광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복음이 유래한 하
나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으며, 자신에게 맡겨진 복음이 지니고 있는 영광을 
기뻐할 수밖에 없다. 사도 바울은 누구인가. 그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사람이
며, 구속의 영광을 기뻐하는 사람이다. 그가 맡은 복음이 그에게 이 두 가지
를 한꺼번에 허락하고 있다. 

일을 보면 사람을 안다. 작은 일은 작은 사람에게 맡겨지고, 큰 일은 큰 사
람에게 맡겨진다. 큰 사람에게 작은 일을 맡기는 법도 드물지만, 작은 사람에
게 큰 일을 맡기는 법은 더욱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