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죽음 _황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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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죽음 

황대연/ 한가족교회 목사 

늦은 밤, 아들아이가 다급히 부르는 소리에 가보니 아들아이가 용돈을 모아 
지난해 가을 사왔던 작은 청 거북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죽어 있습니다. 
한 겨울 잘 지내고 잘 있었는데…

지난달부터 다른 한 놈과는 달리 먹이도 잘 먹지 않고 제 주인에게 겨우 살
아 있다는 것만 작은 움직임으로 확인시켜주더니 마침내 숨이 멎은 것입니
다.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그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것이라야 고작 물 갈아주고 먹이나 던져줄 뿐인 무심한 주인을 얼마나 
원망했을까…

작은 동물들을 기르는 것이 아이의 정서에도 좋고 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가
질 수도 있어서 좋게는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얼마 살지도 못하고 죽기
를 잘해서 아이가 가슴아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학교 앞에서 파는 갓 부화
된 노란 병아리나 새끼 오리 따위를 사오지 못하도록 했었습니다. 

강아지도 키
워보긴 했지만 늘 손님이 많이 오고, 또 심방 및 전도로 자주 집
을 비워야 하는 개척교회 목회자의 형편상 잘 돌볼 수도 없고, 그리고 단독주
택이 아닌 아파트라는 이유로 아들아이를 설득해서 있는 강아지 마저 남 줘 
버리고 화초 외에는 아무 것도 기르지 않는 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아들아이는 용돈을 모아 탁구공 반 쪼개 논 것 만한 청 
거북 두 마리를 사온 것입니다. 

아들아이는 부지런히 들여다보며 어항 물도 갈아주고 먹이도 주며 지극 정성
을 다했는데…
늦은 밤이긴 했지만 아들아이와 함께 꽃씨 심을 때 쓰는 모종삽을 들고 문을 
나섰습니다. 

아들아이는 아파트 화단의 한 곳에 이르러 익숙한 손놀림으로 땅을 파고(전
에 병아리, 새끼 오리 등, 몇 번의 장례(?)를 치른 적이 있습니다) 거북이를 
잘 묻어주며 묵념을 합니다. 

옆에서 말없이 아들아이의 하는 모습을 보다가 착잡한 심정으로 밤하늘 저 멀
리에 눈길을 던져봅니다. 

간접 경험이긴 하지만, 아들아이가 누구나 한번쯤 가는 죽음의 길을 잘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그리고 외아들인 아들아이가 훗날 저 
혼자 치러내야 할 애비, 에미의 죽음을 
생각해 보면서…

문득 “목사의 죽음은, 그가 방 한 칸 제것으로 남기지 않고 몸 바쳐 헌신하
여 섬기던 교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왕 죽을 바에는 교회라도 크게 성장했을 때 죽어야 남은 사모와 목사의 자
식들이 살아갈 밑천(?)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교회의 경우엔, 목사의 무덤 흙이 마르기도 전에 사모와 그 자녀들이 떠
나주었으면 하기도 하는 비정함도 있다던데…
이것저것 생각하니 골치가 아파집니다. 

공중에 나는 새도 깃들일 곳이 있지만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시던 예수님
처럼 그냥 가는데까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저라도 우리 전도사님을 잘 챙겨 드려야겠습니다. 

내 머리 깎는 심정으로…
가끔씩 이런 거 생각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걸 보니 제가 참… 믿음이 
없긴 없는 모양입니다. 

교회 개척을 준비하시는 목사님, 강도사님, 전도사님들…
건강관리 잘 하십시오. 그래야 은혜도 되는 법입니다. 

‘걸어다니는 병원’이라 했던 칼빈처럼 기독교강요 쓸 자신이 없으시
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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