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보다 더 아름다운 것 – 섬김 _우종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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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보다 더 아름다운 것 – 섬김 

우종휴 목사/ 총회 서기 

제가 사는 도시에는 언제부터인가 신호등 옆에 “정체시 진입금지”라는 알림판
이 덧붙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웬만한 신호등에는 그 팻말이 붙어있습
니다. 원래 차량은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는 그가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의 신
호가 들어오면 그 신호를 따라서 갈 수 있습니다만 혼잡하여 진행할 수 없는 
때에는 비록 자기 차가 진행할 방향의 신호등이 켜지더라도 진행해서는 안됩
니다. 그래야만 더욱 혼잡해 지는 것을 면할 수 있고,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운전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상식과 예절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운전자들이 운전면허를 받을 때 배운 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에 상식
만 지킨다면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될 교통 지시판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
래서 경관을 좋지 않게 하면서 재정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당국에서는 운전자
들이 운전 예절을 잘 지키지 않으니 차선책으로 지시판으로 
덧붙여서라도 교
통 혼잡을 줄이려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차량이 많이 늘어난 데서 생겨나는 부산물이라
고 하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운전자들이 기본적인 상식과 예절
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법과 제도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타락 이후 그 
죄성으로 기인된 보다 큰 악을 막고 선을 장려하기 위해서 법은 필요 불가결
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진보하는 사회라면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줄어들
어야 할 것이요, 시민 의식을 일깨우고 고양시켜서 도덕적인 진보를 이루어
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은 비단 교통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함부로 버리면 벌금을 내게 함으로써 환경을 깨끗
하게 가꿀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삶의 주변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사람에게 벌을 주어 막기도 해야겠습니다. 하지
만 또 한편으로는, 아니 더욱 더 스스로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
민 의식을 함양시킴으로써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줄어들어 마

내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교통 예절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 때문에 없어도 될 지시판을 붙이
는 것이나 ‘쓰레기 투기 금지’라는 경고문을 붙이는 것이 질서 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여도 궁극적으로 모두가 예절을 지키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
는 일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예절과 상식이 잘 지켜짐으로 규
칙이 최소화되는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 보다 살기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
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교회야말로 더욱 더 새로운 사회요, 가장 이상적인 공동
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회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하나님
의 말씀을 부지런히 배우고 힘써 행할 것을 서약했습니다. 공적인 예배에서
는 말할 것도 없고 개인적으로도 하나님의 말씀 배우기를 힘쓰며 행하기를 즐
겨하는 사람들입니다.

성경은 성도들을 가리켜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고 했
습니다. 왕같은 제사장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성도들에게 있어 예의와 상식
에 대해서 훈계를 듣는 것은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들
이 
세상 사람들에게 상식과 예절이 부족하다거나 없다는 말을 듣는 것은 하나
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성도들이 이 세상에서 성도답게 산다면 
이런 삶을 제재할 법이 없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이러한 성
도들을 가르치고 감독하는 목사와 장로들이야말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는 
일에 뛰어남으로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존경의 대상이 될 만 해야 합니
다. 

교단과 신학교간의 제도 문제가 논의되는 이 시점에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
리가 바르게 알고 바르게 믿고 바르게 사는 일을 제대로 해왔다면 제도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
은 언제나 제도보다는 사람 곧 우리 자신이요, 우리에게 있는 문제라면 죄가 
있을 뿐입니다.

우리 각자가 그리스도 안에서 죄에서 자유로워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 할 수
만 있다면 무엇이 그리 큰 문제이겠습니까.